[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10) 닭고기 본연의 맛

김대식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9-10 16:17:21

‘군자숯불닭갈비’ ... 춘천 명물급의 편안함 가득
춘천 닭갈비는 1960년대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양념해 숯불에 구워 먹던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닭고기와 채소를 철판에 볶아 먹는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춘천 닭갈비로 자리 잡았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춘천 닭갈비는 1960년대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양념해 숯불에 구워 먹던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닭고기와 채소를 철판에 볶아 먹는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춘천 닭갈비로 자리 잡았다. 

값도 싸고 양도 푸짐해 특히 군인들과 대학생들에게 사랑받으며 ‘서민 갈비’, ‘대학생 갈비’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금은 춘천 시내 명동을 비롯해 소양강변까지 유명한 닭갈비집이 즐비하다. 국내 대표 닭갈비집으로 꼽히는 통나무집닭갈비는 연매출이 백억 원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런데 춘천을 오가다 보면 유명한 닭갈비집들 사이에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닭갈비를 내는 집을 만나기도 한다. 전문 브랜드가 아닌 이른바 동네 맛집같은 식당들이다. 집밥처럼 양념 맛보다는 닭고기 자체의 맛을 살리는 집이다.

처음엔 골프장 맛집으로 입소문

남춘천IC를 빠져나오면 춘천시 동산면 군자리에 ‘군자숯불닭갈비’가 있다.

이 집과의 인연은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면서 시작됐다.

“기가 막힌 닭갈비집을 찾았어. 한번 가보자고.”

처음에는 유명한 집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춘천의 닭갈비촌과는 전혀 달랐다.

불판 위의 닭갈비가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이 집, 간이 참 절묘하네요.”

짜지도 않고 지나치게 달지도 않다. 양념 맛이 닭고기를 덮어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닭고기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숯불에 올린 닭갈비는 겉은 노릇하게 익으면서 은은한 불향을 입고, 속살은 부드럽다. 특히 소금 닭갈비를 먹어보면 이 집이 왜 재료에 자신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양념이 강하면 재료의 차이를 알아채기 어렵다. 하지만 소금으로 간을 최소화하면 닭의 상태와 굽기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의 건강하고 담백한 맛

이곳은 닭갈비집이면서 동시에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대부분 음식에 사용한다. 상추와 깻잎 같은 쌈 채소부터 고추장용 홍고추, 반찬에 사용하는 오이고추와 풋고추까지 직접 키운다.

식사를 마치고 농사지은 곳을 둘러보니 비닐하우스 안으로 고추들이 줄을 맞춰 자라고 있었다.

“이것도 전부 여기서 키우세요?”

“네. 먹을 만큼 직접 키워서 씁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식탁 위에 놓였던 채소들이 새롭게 보였다.

닭갈비의 맛은 닭고기와 양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쌈을 싸 먹는 깻잎 한 장, 채소에서 우러나는 담백한 육수 하나까지 음식의 일부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과하지 않다는 점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크게 내세우지도 않는다. 특별한 수식어를 붙이지도 않는다. 그냥 농사지어 수확하고, 필요한 만큼 식탁에 올린다. 그래서인지 힘을 빼고 만든 듯한 편안함이 있다.

다시 오고 싶은 인생 맛집이 되다

춘천에는 시내에도, 소양강변에도 이름난 닭갈비 집들이 많다. 군자숯불닭갈비 근처에는 통나무집닭갈비처럼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곳도 있다. 하지만 먹고 돌아선 뒤 “다음에 또 와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집이라면, 그게 바로 인생 맛집이 된다. 특히 이 집처럼 화려한 관광 동선이나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집이라면 더 오래 남는다.

크게 꾸미지 않고, 양념으로 맛을 과장하지 않는다. 직접 농사지은 재료를 식탁에 올리고 닭고기는 숯불에 굽는다. 그래서 먹고 나면 속이 편하다.

맛이 화려해서가 아니다. 건강하고 맛있고, 군더더기가 없어서다.

결국 오래가는 음식은 가장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라, 먹고 난 뒤 다시 생각나는 음식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춘천을 지날 일이 생기면 이 집이 자연스럽게 여정에 끼어든다.

그렇게 또 한 번, 군자숯불닭갈비와의 약속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