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샹파뉴, 변하는 샴페인의 맛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 2026-09-10 16:44:50

30년 전보다 수확 약 20일 빨라져…샴페인 균형 유지가 과제
햇빛을 받으며 익어가는 포도. 기온 상승으로 샹파뉴의 포도 수확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Cook&Chef = 송미연 기자] 프랑스 샹파뉴의 포도 수확이 올해도 8월부터 시작됐다. 샴페인위원회(Comité Champagne)는 지난 8월 12일 지역 및 품종별 ‘2026년 공식 수확 개시일’을 발표했다. 통상 9월에 시작되던 수확은 최근 들어 8월로 앞당겨지는 해가 잦아지고 있다. 2020년에는 8월 17일, 2022년에는 일부 지역에서 8월 20일부터 수확이 시작됐다. 과거 이례적이던 ‘8월 수확’이 점차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다. 문제는 수확 날짜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다. 포도가 일찍 익으면서 샴페인의 맛을 좌우하는 당도와 산도의 균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확을 재촉한 더위

올여름 프랑스는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프랑스 기상청 메테오프랑스(Météo-France)의 ‘2026년 여름 기후 결산’에 따르면 올여름 평균기온은 24.0도로 평년보다 3.6도 높았다. 1900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2003년(+2.7도)과 2022년(+2.3도)을 모두 넘어섰다. 여름 동안 세 차례 폭염이 이어지며 폭염일수는 총 53일에 달했고, 강수량은 평년보다 약 40% 적었다.

프랑스 포도밭 전경. 올여름 프랑스는 세 차례 폭염과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사진=언스플래시]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는 기온이 오르면 포도의 생육과 숙성 시기가 빨라지고, 익는 과정에서 당도는 높아지는 반면 산도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는 향과 완성된 와인의 알코올 도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샹파뉴의 장기적인 기후 변화도 뚜렷하다. 샴페인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61년부터 2020년까지 이 지역 평균기온은 1.8도 상승했다. 또 포도 수확 시작 시점은 30년 전보다 평균 20일가량 빨라졌다.

당도는 오르고, 산도는 내리고

샴페인에서 산도는 단순히 신맛을 내는 요소가 아니다. 기포와 함께 느껴지는 산뜻함을 만들고, 전체적인 맛의 균형과 숙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도가 지나치게 빨리 익으면 생산자는 당도와 산도가 균형을 이루는 수확 적기를 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 샴페인 특유의 산뜻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확을 앞둔 포도. 기온이 오르면 포도의 숙성 속도가 빨라지고 당도와 산도의 균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사진=언스플래시]

다만 포도밭에서 나타난 변화가 곧바로 소비자의 잔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샴페인은 수확한 포도를 바로 제품으로 내놓는 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논빈티지(NV) 샴페인은 여러 해의 와인을 블렌딩해 일정한 스타일을 유지하기 때문에 특정 해의 기후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날 수 있다. 반면 한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빈티지 샴페인은 해당 연도의 특성이 더 선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와인 전문숍 ‘와인보우’를 운영하는 최한열 대표·소믈리에는 “일반 소비자가 샴페인 한 병만 마시고 기후변화에 따른 차이를 바로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같은 생산자의 과거 빈티지와 최근 빈티지를 비교하거나 오랫동안 특정 샴페인을 마셔온 소비자라면 그 차이를 조금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출시되는 샴페인을 폭넓게 접하면서 과실이 잘 익은 듯한 풍성함과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주는 제품이 늘었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과거보다 잘 익은 사과나 복숭아 같은 과실 풍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산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산도가 낮아지고 무거워졌다고 보기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산자의 선택까지 더해지면서 과실의 성숙도는 높아지고 스타일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더워진 포도밭의 선택

기온 상승이 곧바로 샴페인의 품질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자들이 가장 먼저 조정하는 것은 수확 시기다. 산도가 빠르게 떨어지기 전에 포도를 수확해 당도와 산도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또 이전 연도의 리저브 와인을 활용해 연도별 맛의 편차를 줄이고, 하우스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한다.

최 대표 역시 수확 시기 조정과 도사주, 리저브 와인 블렌딩을 주요 대응 방법으로 꼽았다. 그는 “너무 이른 수확은 향과 풍미의 성숙을 방해할 수 있어 당도와 산도, 풍미가 균형을 이루는 시점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도밭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INRAE는 기후변화 대응 방안으로 품종과 대목의 선택, 토양·수분 관리, 재배 방식의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고온과 가뭄에 강하면서 당 축적은 적고 산도를 유지하는 품종을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샹파뉴의 수확 시기는 이미 빨라졌다. 다만 올해의 더위가 실제 샴페인의 맛과 스타일에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 수확한 포도가 숙성과 블렌딩을 거쳐 소비자의 잔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결국 지금 포도밭에서 시작된 변화가 몇 해 뒤 어떤 풍미로 완성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Cook&Chef /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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