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엔 얼갈이? 선거 후엔 시래기? ...이재명 대통령 밥상의 메시지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0-16 15:58:29
[Cook&Chef = 이경엽 기자] 정치인의 밥상은 때론 그들의 현재 위치와 지향점을 대변하는 강력한 상징이 되곤 한다. 선거 전 '얼갈이 국수'로 서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예능에 나와 K-푸드 세계화를 이야기하며 '시래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쿡앤셰프가 이 대통령 밥상에 담긴 메시지를 분석했다.
선거 전, '얼갈이 국수'에 담긴 서민과의 공감대
대선 전, 이재명 후보의 '얼갈이 국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쿡앤셰프의 과거 기사(“어머니가 해주신 얼갈이 국수, 죽기 전 마지막 한 그릇입니다”, '얼갈이 국수'에서 출발한 리더십 – 음식으로 읽는 이재명 정부)를 보면, 얼갈이 배추와 간장물, 송송 썬 파와 오이채가 어우러진 단순한 한 그릇의 국수가 어릴 적 가난했던 시절 가족과 나눴던 따뜻한 한 끼를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얼갈이 국수는 이재명 후보가 '맛'보다 '기억'을, '음식'보다 '사람'을 이야기하며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소통 방식이었다. 이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 헤쳐나온 서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탈하고 겸손한 리더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얼갈이가 가진 소박하고 친근한 이미지는 당시 이 후보의 정치적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선거 후, '시래기'로 꿈꾸는 K-푸드 세계화
취임 후 이재명 대통령의 '밥상'에선 또 다른 변화의 메시지가 읽힌다. 지난 6일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출연해 K-푸드 세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래기'를 집중 조명했다.
이 대통령은 방송에서 '시래기 고등어 조림'을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았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시래기가 가진 맛과 질감, 풍부한 영양분, 그리고 버려질 수 있는 식재료가 귀한 음식으로 재탄생하는 지속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그는 시래기가 K-푸드의 핵심 식재료로 세계인의 밥상에 오를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래기'를 단순한 향토 음식으로만 보지 않고, 건강과 친환경을 중시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프리미엄 K-푸드로 격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박했던 얼갈이가 서민과의 공감대를 위한 도구였다면, 시래기는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는 K-푸드 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변화하는 밥상, 변화하는 메시지
선거 전 '얼갈이'가 민생과 서민 경제에 대한 공감과 약속을 의미했다면, 선거 후 '시래기'는 K-푸드라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경제적 자산을 활용한 세계화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상징으로 읽힌다. 대통령의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의 변화는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 변화를 넘어, 그의 역할과 국정 운영의 초점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대중 친화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K-푸드를 홍보하는 방식 또한 과거 권위적이었던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와는 다른 접근법이다. 음식이라는 보편적 매개를 통해 대중과의 연결 고리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과연 성공적으로 전달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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