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사서 책갈피 모으는 2030
허지은 기자
heoxjieun@gmail.com | 2026-10-02 15:04:33
식품·유통업, 애니메이션 IP 협업 진화
[Cook&Chef = 허지은 기자] 편의점 GS25와 콜라보한 '민음사 빵'이 화제다. 1966년 문을 연 민음사는 책마다 다른 고전명화가 그려진 세계문학전집을 출판해 왔고, 이번에는 그 표지에 '오늘의 귀여움' 캐릭터를 입힌 빵을 선보였다.
출시 직후에는 전국 곳곳에서 물량이 동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출시 4주 만에 100만 개를 넘겼고, 구매자 중 2030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SNS에서는 빵에 동봉된 '투명 책갈피 굿즈'가 확산되고 있다. 20개의 랜덤 책갈피 중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여러 개의 빵을 구매하거나 웃돈을 얹어 책갈피만 구매하기도 한다. 책갈피를 키링으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법과 구입처를 공유하는 게시물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달라진 독서 문화가 있다. 독서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책이 소비되는 방식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책과 문장을 취향의 표현 수단으로 삼는 '텍스트힙'이 번지면서 출판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책을 구매하는 사람은 줄었지만 책과 관련된 굿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민음사 빵의 인기는 단순히 책과 식품의 이색적인 협업이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책을 읽는 행위에서 나아가 책의 표지와 문장, 책갈피 같은 요소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는 최근의 독서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식품업계 입장에서 눈여겨볼 점은 책이라는 이종 콘텐츠를 활용해 제품의 소비 경험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빵 자체의 맛이나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고 수집하고 공유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 셈이다. 랜덤으로 제공되는 책갈피는 제품에 '수집'이라는 요소를 더하면서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이처럼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캐릭터나 웹툰, 게임뿐 아니라 패션과 음악, 출판 등 식품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었던 분야까지 협업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제품 자체의 기능적 차별화만으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어려운 시장에서 콘텐츠가 가진 팬덤과 화제성을 제품에 결합하는 방식이다. 2030세대에게 이러한 협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제품 패키지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거나 한정판 굿즈를 수집하고, 원하는 굿즈를 얻기 위해 제품을 반복 구매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식품이 '먹고 소비하는 상품'에서 '소장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확장되는 것이다.
협업은 양쪽 모두에게 새로운 소비자와의 접점이 된다. 기존 제품에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도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브랜드,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접할 수 있고 콘텐츠를 보유한 브랜드 역시 식품이라는 일상적인 소비재를 통해 소비자와 만날 기회를 넓힐 수 있다. 편의점은 이러한 이종 협업이 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꼽힌다. 접근성이 높고 신제품 출시와 화제성이 빠르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만 판매되는 한정 제품이나 굿즈 결합 상품은 '지금 구매해야 한다'는 동기를 만들어내고, 여기에 인증과 정보 공유가 더해지면서 제품 출시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처럼 소비되기도 한다.
결국 식품업계의 협업 전략은 '무엇을 함께 만들 것인가'에서 '어떤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인가'로 변화하고 있다. 책과 빵의 만남처럼 식품과 거리가 있어 보였던 콘텐츠도 소비자의 취향과 연결될 수 있다면 새로운 상품이 될 수 있다. 독서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책을 둘러싼 콘텐츠 소비는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는 것처럼 식품업계 역시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문화와 취향을 제품 안으로 끌어들이며 새로운 소비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Cook&Chef / 허지은 기자 heoxji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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