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흔들리는 '제철 공식'… 외식업계의 유연한 식재료 운영법

이경엽 기자

cnc02@hnf.or.kr | 2026-07-27 15:00:19

요나 요리연구가, '7월 한식 콘서트' 강연… 고정 메뉴와 제철 한정 메뉴 병행, 농가 직거래 제안 요나 요리연구가는 10년 뒤에는 지금의 7월 식재료가 없을 수도 있다며, 특정 시기의 제철 식재료를 공식처럼 외우는 접근이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사진 = 이경엽 기자

[Cook&Chef = 이경엽 기자] 파운드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자 새콤달콤하고 생생한 과일의 맛이 퍼졌다. 고양시 토종 쌀인 가와지쌀과 여름 제철 과일인 살구·자두를 각각 활용한 파운드케이크는 24일 열린 '7월 한식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다과였다. 우리는 흔히 계절을 달력의 숫자로 기억하지만, 때로는 이처럼 정성스럽게 준비된 한 접시의 음식으로 진짜 계절의 변화를 만난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재료의 산책' 요나 요리연구가는 이 파운드케이크를 소개하며, 값싼 수입산 재료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데도 지역 농부들과 손잡고 토종 쌀과 제철 과일을 쓴 브랜드의 선택을 짚었다.

낭만적으로만 들리는 '제철 음식'이라는 키워드 이면에는 현재 외식업계가 직면한 치열한 생존의 고민이 숨어 있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에게 제철 식재료 수급은 이제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풀어야 할 가장 현실적인 과제가 되었다. 

고양시 토종 쌀인 가와지쌀과 여름 제철 과일인 살구·자두를 각각 활용한 파운드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자 새콤달콤하고 생생한 과일의 맛이 퍼졌다.  사진 = 이경엽 기자

기후위기로 흔들리는 '제철 공식', 식재료 수급의 변동성을 수용하라

요나 요리연구가는 10년 뒤에는 지금의 7월 식재료가 없을 수도 있다며, 특정 시기의 제철 식재료를 공식처럼 외우는 접근이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후가 미쳤다"며, 예측할 수 없는 이상 기후로 인해 앞으로 "제철이 제철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나 연구가에 따르면 현장의 농부들은 "올해 농사가 다 망했다"며 눈물을 보이거나, 예상과 달리 작물이 한꺼번에 생산돼 판로를 걱정하는 등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요리사가 자신이 원하는 특정 식재료를 고집하는 것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요나 연구가는 자연농 농가에서 무작위로 보내주는 꾸러미 채소를 정기적으로 받아 요리했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완벽한 요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집착을 버리고 계절이 내어주는 결과물을 즐기게 되었다고 밝혔다. 외식업계 역시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억지로 끼워 맞추기보다, 그날그날 농가에서 수확이 가능한 재료들의 목록을 받아 지휘자처럼 각 재료가 조화롭게 접시에 담길 수 있도록 배치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장 운영의 현실적 대안, 고정 메뉴와 제철 한정 메뉴의 병행

그렇다면 일정한 맛과 공급 물량을 유지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대중적인 반찬 전문점은 이토록 변동성이 큰 제철 식재료를 어떻게 매장 운영에 담아내야 할까. 요나 연구가는 이어지는 질의응답을 통해 소비자가 불안해하지 않고 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메뉴와 변동 가능한 제철 메뉴를 병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이 필수적인 식당의 수익 구조를 고려할 때, 제철 요소가 조금 덜 들어가더라도 흔들림 없이 제공할 수 있는 고정 메뉴 라인업을 매장의 기둥으로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짚었다. 그 바탕 위에 수급량과 가격 변동이 심한 제철 식재료의 특성을 역이용하여, 당일 들어온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오늘의 제철 메뉴'나 한정 메뉴를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매장의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지키면서도 고객들에게 제철의 신선함과 브랜드의 방향성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현실적인 운영 방식이다. 

안정적인 제철 식재료 수급을 위한 구체적인 유통망 확보 방안도 논의되었다. 요나 연구가는 매일 아침 생산자가 직접 작물을 가져와 진열하는 지역의 로컬푸드 마켓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사진 = 이경엽 기자

농가 직거래 제안과 요리사의 개입을 최소화한 조리법

안정적인 제철 식재료 수급을 위한 구체적인 유통망 확보 방안도 논의되었다. 요나 연구가는 매일 아침 생산자가 직접 작물을 가져와 진열하는 지역의 로컬푸드 마켓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더 나아가 좋은 흙에서 바른 마음으로 작물을 기르는 젊은 농부들과 직접 관계를 형성해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앤 직거래를 제안하며, 이를 통해 단가와 품질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제철 식재료를 만났을 때는 요리사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철에 건강하게 길러진 작물은 그 자체로 강한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요나 연구가는 건강한 작물 앞에서는 복잡한 소스를 만들거나 비싼 수입 재료를 덧입히려 하기보다, 단순히 잘 썰거나 볶은 뒤 소금과 오일 정도만 더하는 것이 재료 본연의 힘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요리사 개인을 넘어선 연대, 외식업계가 엿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

강연의 말미에 요나 연구가는 전남 구례로 이주한 뒤 자신이 시도하고 있는 협업 중심의 다이닝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거 식당을 운영할 때는 요리사 혼자 모든 메뉴를 기획하고 서빙까지 감당하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소진되는 위기를 겪었지만, 현재는 도자기 작가, 바텐더, 차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며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의 변동성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조율하는 그의 방식은, 요리사 개인에게 집중된 부담을 덜고 다이닝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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