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금 안 사면 내년…지금이 ‘홍로’의 시간

안정호 기자

82zebo@gmail.com | 2026-08-27 15:03:32

올해 사과 생산량 8.7% 증가 전망
홍로 가격 지난해보다 낮아질 듯
홍로가 포장된 상태로 하나로마트 양재점 매대에 진열돼 있다. 사진=안정호 기자

[Cook&Chef = 안정호 기자] 가을이 오고 있다는 건 과일 매대가 먼저 안다. 여름내 자리를 지키던 수박, 참외가 밀려나고 사과가 매대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흔히 알고 있는 사과 품종인 부사가 아니다.

이번 주 초 찾은 하나로마트 양재점. 청과 코너 가운데 자리 잡은 붉은 사과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한 봉(10개들이)에 1만6990원. 매대엔 '오늘의 당도 13.5~15.7브릭스'라 적힌 안내판이 걸렸다. 당도가 꽤 높은 편이다. 당도가 높은 햇사과로 손을 타면 금세 상할 수 있어 상품을 눈으로만 봐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본 홍로는 새빨갛기만 한 게 아니라 꼭지 쪽으로 노란빛이 감돈다. 가을이 오기 전, 매대를 채운 건 이 홍로다.

홍로는 농촌진흥청이 1988년 육성한 국산 사과 1호 품종이다. 무게는 300g 내외로 큰 편이며, 과육이 단단하다.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어 달콤한 맛이 나기 때문에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로 알려져 있다. 현장의 한 청과 담당 직원은 "제사에 부사나 아오리 사과를 쓰는 분도 계시지만 추석 땐 대부분 홍로를 쓰신다"고 했다.

사철 사과와 한철 사과

먼저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과는 부사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부사는 10월부터 11월까지 수확해 저장고에 보관해 이듬해 봄, 여름까지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른바 '사철 사과'인 셈이다. 청과 담당 직원은 "(지금까지 나온) 부사는 저장사과다 보니 (홍로 같은) 햇사과가 나오면 저장분은 들어간다"면서 "지금은 저장 사과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저장 사과가 계속 있었어도 퍼석퍼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로가 상온에서 하나로마트 양재점 매대에 진열돼 있다. 사진=안정호 기자

그러나 홍로는 다르다. 상온 저장력이 30일 내외로 판매할 경우 매대에 오래 두지 못하고 금세 물러진다. 그래서 홍로가 제 모습으로 판매할 수 있는 시점은 대략 8월 후반부터 10월 초까지 약 한 달 남짓이다. 즉, 지금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한철 사과'인 셈이다.

이날 매대에서 홍로를 담은 한 소비자는 "이맘때쯤이면 늘 홍로를 산다"며 "다른 사과보다 단맛이 더 나는 것 같아 먹기 좋다"고 했다.

올해 홍로 상태는?

올해 작황은 좋은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최근 내놓은 '농업관측 과일 8월호'에 따르면 올해 사과 생육은 기상 여건이 좋기 때문에 전년 및 평년 대비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사과 생산량은 48만7000톤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강우 일수가 부족했던 올해 5~6월의 경우 적기에 내린 비로 가뭄이 해갈돼 생육 상황이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가격도 지난해보다 내릴 것으로 보인다. 농경원은 8월 홍로 도매가격을 10kg 상품 기준 지난해 같은 시기 8만5600원보다 하락한 6만5000원으로 전망했다. 물량은 늘고 가격 부담은 낮아진 것이다. 다만 전반적인 생육 상황에서 8월 계속된 폭염에 따른 응애류 발생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변수를 극복하고 출하된 홍로의 매력은 그 짧음에 있다.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사과가 아닌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계절감이 홍로의 매력인 셈이다. 한 달 남짓의 성수기에, 손 타면 무르는 햇사과 특유의 여림은 추석 명절을 앞둔 소비자에게 반갑게 다가간다. 이 반가움은 홍로가 매대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일지 모른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