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배트멘, 커피 한 잔 속의 정체성

심예린 기자

cnc02@hnf.or.kr | 2025-10-16 12:35:06

바리스타의 생각, 주문시 ‘가명’을 사용하는 사람들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심예린 기자]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다문화 민족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있다고 한다. 

캥거루(Kangaroo)로 잘못 적힌일이 잦다면, 그 대답은 단순치 않다.

영국 가디언(Guardian)의 보도에 따르면, 멜버른 카페 ‘279’, ‘Le Bajo Milkbar’를 운영하는 오카다 칸다로는 테이크아웃할 때 ‘Ken’ 또는 ‘K’라 답한다. “직원들 대부분 일본인이이니까요. 사무실 사람들 모두 커피 이름이 있죠”라며 웃으며 말했다. 

이른바 ‘커피 이름’은 낯선 이름 대신 주문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이란계 요리책 저자 사민 노스랫은 편의상 ‘Sam’은 쓴다며, “Su”나 “Sue”를 커피 이름으로 쓸 수 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건 발음이 어려운 비(非)앵글로 이름을 가진 호주인들에게 일상적 일이다. 

이들에게 커피 이름은 단순한 편의 수단이 아닌, 다문화 사회 속에서 부딪히는 작은 생존 방식이다. 발음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름을 왜곡 하거나 반복적으로 틀리는 것은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불편한 사회’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하지만 모든 이가 불편을 겪는 것은 아니다. 바리스타 로위나 찬시는 커피 이름이 대화의 출발점으로 본다. “스펠이 어떻게 되나요?” “그 이름은 어디서 왔어요?” 등. 사람과 잇는 짧은 교류의 계기가 된다. 

반면, 바쁜 대형 체인점은 숫자나 호출 시스템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43번 라떼 나왔어요"라는 불음에는 사람의 온정을 느끼기 어렵다.

이름을 쓰지 않는 선택은 때론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다. 발음이 어려운 이민자나 외국계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익명’은 불필요한 오해와 스트레스를 줄이는 완충 장치가 된다. 

이는 결국 단순 커피 이름이 아닌, 다문화속 사회 균형, 개인 정체성, 그리고 익명성과 소통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이다. 누군가에겐 편의성, 다른이에겐 자기 방어, 또 누군가에겐 일상의 소소한 유머가 된다.

“커피 한 잔엔 유연함이 필요하죠”

한 바리스타의 말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정확성보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의 온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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