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야키토리를 코스로” 토종닭과 불향으로 완성한 '야키토리 해공'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2-12 23:58:38

미쉐린 가이드 부산 선정, 토종닭 부위별 오마카세의 정석 사진=[야키토리 해공]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는 분홍색 외벽에 작은 간판 하나만 걸린 야키토리 전문점이 있다. 2024~2025년 미쉐린 가이드 부산에 선정된 ‘야키토리 해공’이다. 겉으로는 소박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부산에서 야키토리를 색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해공은 토종닭을 중심으로 한 정통 야키토리 매장이다. 2022년 10월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며 분위기와 구성에 변화를 줬고, 단순한 꼬치집이 아니라 코스로 경험하는 야키토리 오마카세 형태를 갖추게 됐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리로 구성한 오마카세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도, 해공은 닭 그 자체에 집중한다. 메뉴 이름 그대로 ‘야키토리 오마카세’에 충실한 곳이다.

사진=[야키토리 해공]

실내에 들어서면 'ㄱ'모양의 바테이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야키다이(구이대)는 마치 무대처럼 보이고, 손님은 셰프의 움직임과 불의 온도를 가까이서 느끼며 식사를 이어간다. 은은한 조명과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흔히 떠올리는 캐주얼한 닭꼬치집과는 다른 차분한 분위기다. 혼자 방문해도 자연스럽게 앉을 수 있는 구조라 ‘혼밥 맛집’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오마카세는 목살, 허벅지, 엉덩이, 종아리, 껍질 등 토종닭의 다양한 부위를 순서대로 맛보게 된다. 첫 꼬치인 목살은 담백하면서도 불향이 또렷하고, 허벅지살은 퍽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육즙이 살아 있다. 중간중간 제공되는 생야채와 보리된장은 입안을 정리해 주는데, 이 보리된장이 유난히 인상적이라는 후기가 많다. “따로 팔면 사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진=[야키토리 해공]

해공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위로는 껍질이 자주 언급된다. 초벌 후 타래 소스를 숙성해 다시 구워내는데, 바삭함과 지방의 고소함이 동시에 살아난다. 닭껍질은 콜라겐이 풍부하고 특유의 식감이 매력적인 부위로 알려져 있는데, 해공에서는 그 장점이 극대화된다. “파삭한데 질기지 않고 싹 사라진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의 대표 메뉴는 해공의 특제 부산 꼼장어 구이다. 야키토리 전문점에서 꼼장어를 시그너처로 내세운다는 점이 독특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메뉴로 손꼽힌다. 꼼장어 자체가 가진 짠맛으로 간을 대신해 소금 없이 굽고, 불향과 함께 탱탱한 식감을 살린다. 부산에서만 가능한 재료와 방식이 결합된 메뉴라는 점에서 해공을 상징하는 한 접시로 꼽힌다.

꼼장어구이. 사진=[야키토리 해공] 

닭가슴살로 만든 쿠시카츠와 함게 나오는 카레는 매콤한 맛이 살아있다. 특히 닭가슴살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쿠시카츠는 육즙이 잘 잡혀 있고 식감이 부드럽다. 

식사의 마무리는 토종닭을 8시간 끓인 육수에 포르치니 버섯의 감칠맛을 더한 온육수면이다. 코스 끝에 속을 정리해 주는 따뜻한 국물로, 마지막에 해장되는 느낌이다.

해공은 부산에서 야키토리를 단순한 술안주가 아니라 하나의 코스로 경험하게 만드는 곳이다. 토종닭 부위별 맛의 차이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조용한 공간에서 불과 재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아삭한 양배추에 불맛 가득한 야키토리까지, 다양한 식감과 육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오마카세는 1인 5만 9,000원이며 그밖에 부위별 야키토리, 츠쿠네, 생야채보리된장 등을 단품으로 추가 주문할 수 있다. 오후 5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한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