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효일의 밥상뒤집기] (7) 맛있어 보이는 음식

류효일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8-18 15:32:28

입보다 눈...맛있는 요리는 뒷전
SNS가 음식의 색까지 바꿔 놓았다
 과일케이크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류효일 칼럼니스트]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음식이 식탁에 나오면 젓가락보다 스마트폰을 먼저 집어든다. 가장 좋은 각도를 찾고 접시를 옮긴다.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에야 식사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맛있는 음식’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런데 SNS가 일상이 되면서 순서가 뒤집혔다. 이제는 ‘사진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우선이다. SNS는 음식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음식의 모습까지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카페와 디저트 매장을 둘러보면 변화는 더욱 선명하다. 딸기의 빨강, 말차의 짙은 초록, 망고의 노랑, 흑임자의 검정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케이크의 단면은 선명해지고 음료는 색색의 층을 만든다. 크림과 토핑의 위치까지 카메라의 시선을 의식한다.

왜 하필 색일까. SNS에서는 맛도 향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면 밖으로 커피 향이 흘러나올 수도, 갓 구운 빵의 바삭함을 전할 수도 없다. 디지털 공간에서 음식이 가진 가장 빠르고 강력한 언어는 시각, 그중에서도 색이다.

색을 단순한 물리적 속성이 아니라 인간의 지각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으로 보는 관점은 오래됐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도 자신의 색채론에서 색과 인간의 내면적 경험의 관계에 주목했다. 지각심리학의 ‘기억색(memory color)’ 개념도 흥미로운 단서를 준다. 사람은 익숙한 사물의 색을 있는 그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는 ‘전형적인 색’의 영향을 받아 지각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딸기를 보면 선명한 빨강을, 말차에서는 짙은 초록을, 망고에서는 풍부한 노랑을 기대한다. 색은 과거의 경험을 불러내고 아직 혀에 닿지 않은 맛까지 상상하게 한다. 음식에는 ‘맛의 기억’ 못지않게 ‘색의 기억’도 있는 셈이다.

 과일주스  사진 = 픽사베이

SNS는 이런 지각 방식을 극대화한다. 수많은 게시물이 몇 초 만에 지나가는 화면에서 시선을 붙잡으려면 음식은 자신의 특징을 즉각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딸기는 더 딸기다운 빨강을, 말차는 더 말차다운 초록을 요구받는다. 음식이 자연의 색보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있는 ‘기대의 색’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홍보와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과거에는 음식을 만든 뒤 어떻게 알릴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메뉴 개발 단계부터 ‘사진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생각한다. 색과 플레이팅뿐 아니라 식기, 테이블, 조명, 심지어 벽의 색까지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설계한다. 

예전에는 브랜드가 광고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여줬다면, 지금의 브랜드는 소비자가 스스로 찍어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만든다. 음식이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 콘텐츠가 되고, 스마트폰을 드는 순간 고객은 소비자인 동시에 하나의 미디어가 된다. 

또한 과거에는 색이 식탁에 앉은 사람을 향했다면 오늘의 색은 그 자리에 없는 사람들까지 바라보게 만들었다. 한 접시의 음식이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의 화면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입으로 음식을 맛보기 전, 기억 속의 색과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식사를 시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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