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노트] 껍질까기 귀찮아서 안 먹는다면 '손해'인 '고구마순'의 매력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2026-08-12 15:03:29

농촌의 소박한 반찬에서 건강 식재료로…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 풍부
껍질 쉽게 벗기는 법부터 아삭하게 데치고 맛있게 볶는 요령까지
사진 = 고구마순 김치 (농촌진흥청 제공)

[Cook&Chef = 송자은 기자] 고구마는 가을을 대표하는 먹거리지만, 고구마순은 한여름에 가장 맛있다. 고구마가 땅속에서 자라는 동안 지상에서는 줄기와 잎이 무성하게 뻗는다. 이때 연한 부분을 거두어 껍질을 벗기고 나물로 먹는 것이 고구마순이다. 과거 농가에서는 고구마를 기르는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줄기와 잎자루도 버리지 않고 나물이나 국거리로 이용했다. 먹고 남은 것은 말려 두었다가 채소가 귀한 겨울에 묵나물로 먹었다.

살짝 데쳐 들기름에 볶으면 고소한 나물이 되고, 생선조림 밑에 깔면 양념을 머금은 별미가 된다. 김치나 된장국, 장아찌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농촌에서 흔히 먹던 여름 반찬이었지만, 최근에는 식이섬유와 각종 무기질, 항산화 성분을 두루 갖춘 건강 식재료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구마보다 먼저 만나는 여름의 맛

고구마순은 보통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맛볼 수 있다. 특히 한여름에 거둔 어린순은 수분이 많고 조직이 부드러워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 뿌리인 고구마가 여물기 전부터 먹을 수 있어 오래전부터 여름철 밥상을 책임지는 나물로 사랑받았다.

고구마순은 열량 부담이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장의 움직임을 돕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데 필요한 성분이다. 더위로 입맛이 떨어지고 식사가 불규칙해지기 쉬운 여름에 채소 반찬으로 활용하기 좋다.

칼륨과 칼슘, 철 같은 무기질도 들어 있다. 칼륨은 몸속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다양한 식품을 통해 무기질을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구마순의 어린잎과 끝부분에는 베타카로틴과 루테인, 안토시아닌 등도 들어 있다. 

고구마순의 껍질 꼭 벗겨야 할까

고구마순 특유의 아삭한 식감은 줄기 안에 들어 있는 수분과 식물의 몸을 지탱하는 섬유 조직에서 나온다. 어린순은 수분이 충분하고 조직이 연해 살짝 데쳐도 적당한 탄력이 남는다. 반대로 너무 오래 자란 줄기는 굵고 단단하며 섬유가 질겨질 수 있다.

고구마순의 껍질을 벗겨 먹는 것도 질긴 섬유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겉껍질을 벗기면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양념도 속까지 잘 밴다. 다만 손으로 쉽게 꺾일 정도로 여린 고구마순은 껍질을 모두 벗기지 않아도 먹는 데 큰 불편이 없다.

껍질을 쉽게 벗기려면 줄기 끝을 살짝 꺾은 뒤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잡아당기면 된다.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을 때는 소금을 조금 뿌려 잠시 두거나 끓는 물에 짧게 데친 뒤 손질하면 한결 수월하다.

고구마순은 너무 오래 삶으면 물러지고 특유의 아삭함도 사라진다. 손질한 고구마순을 깨끗하게 씻은 뒤 소금을 조금 넣은 끓는 물에 데친다. 가늘고 연한 것은 2분 안팎, 굵은 것은 3~4분 정도가 알맞다.

한 줄기를 꺼내 구부렸을 때 부드럽게 휘어지면서도 쉽게 으깨지지 않는다면 적당히 익은 것이다. 데친 고구마순은 곧바로 찬물에 헹궈 잔열을 식힌다. 그래야 더 익는 것을 막고 색과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볶음으로 만들 때는 데친 고구마순의 물기를 가볍게 짜고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팬에 들기름이나 식용유를 두른 뒤 다진 마늘과 함께 볶고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한다. 줄기가 조금 뻣뻣하다면 물이나 육수를 약간 넣고 뚜껑을 덮어 잠시 익히면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

들깻가루를 넣을 때는 조리가 거의 끝난 뒤 넣는 것이 좋다. 그래야 고소한 향을 살릴 수 있다. 고구마순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몸에 흡수되기 쉬워진다. 다만 기름과 양념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열량과 나트륨 섭취가 늘 수 있으므로 재료의 담백한 맛을 살릴 정도만 넣는다.

볶음부터 김치와 생선조림까지

고구마순은 양념과 국물을 잘 흡수해 활용 범위가 넓다. 들깨나 된장을 넣어 나물로 볶으면 구수한 반찬이 되고, 된장국이나 육개장에 넣으면 씹는 맛을 더해준다. 고등어나 갈치조림을 만들 때 냄비 바닥에 깔면 생선 양념이 스며들어 밥도둑 반찬이 된다.

아삭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김치나 장아찌로 담가도 좋다. 잘게 썰어 달걀말이나 전, 솥밥에 넣으면 고구마순을 낯설어하는 아이도 비교적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말린 고구마순은 충분히 불리고 삶은 뒤 나물밥이나 국에 넣어 활용한다.

좋은 고구마순은 색이 선명하고 줄기가 곧으며 만졌을 때 탄력이 있다. 너무 굵지 않고 손으로 꺾었을 때 쉽게 부러지는 것이 연하다. 줄기가 축 늘어졌거나 잘린 부분이 갈색으로 마른 것은 수확한 지 오래됐을 가능성이 있다. 표면이 미끈거리거나 불쾌한 냄새가 나는 제품도 피한다.

구입한 고구마순은 마르지 않도록 종이나 키친타월로 감싸 냉장 보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빠지고 질겨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양이 많다면 살짝 데친 뒤 물기를 제거하고 한 번 먹을 만큼 나눠 냉동한다.

고구마만 기다리기에는 여름 밭이 먼저 내어주는 맛이 아깝다. 올여름에는 아삭하고 고소한 고구마순으로 계절의 맛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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