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정감사] “비건의 밥상, 버섯의 밥은 폐기물?”… 국감이 드러낸 식품정책의 사각지대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0-14 11:38:43

버섯 배지의 ‘폐기물 분류’ 문제 지적한 이병진 의원, 송미령 장관 “법률 검토하겠다” 이병진 의원  사진 = 이경엽 기자

[Cook&Chef = 이경엽 기자]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버섯의 밥은 폐기물입니까?”라는 질문이 울려 퍼졌다.

질문의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이병진 의원, 답변자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었다. 짧은 질의였지만, 그 안에는 한국 식품정책의 구조적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버섯은 건강식, 그런데 버섯의 밥은 폐기물”

이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버섯 재배용 ‘배지’를 직접 들어 보이며 장관에게 물었다.

“이게 버섯의 밥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버섯의 밥이 ‘폐기물’로 분류돼요.”

버섯 배지는 버섯의 성장에 필요한 섬유질과 영양분을 담은 식물성 잔재물이다. 비트 펄프, 대두피, 소맥피 등 대부분 수입 원료로 구성된다. 이 의원은 “같은 식물성 잔재물이라도 사료용은 재활용이 가능한데, 버섯 배지만 유독 폐기물로 분류돼 농가가 톤당 20만 원의 처리비용을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5만 명이 종사하는 산업, 육성법조차 없다”

버섯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국내 약 1만 가구, 5만 명 이상이 종사하는 식품산업의 한 축이다.
이 의원은 “논산 인구의 절반, 구례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인원이 버섯산업에 종사한다”며 “그런데 축산과 화훼에는 육성법이 있는데, 버섯만 없다”고 비판했다.

송 장관은 이에 대해 “배지 폐기물 문제를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 법률 검토도 충실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또 “버섯은 콩, 해조류와 함께 3대 비건 식품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 식품”이라며 “친환경 농업과 순환경제의 핵심이 되는 자원인데, 정부는 여전히 행정적으로 ‘폐기물’로 다룬다”고 꼬집었다.

“식품을 산업이 아닌 생물로 보는 행정의 한계”

그는 버섯이 ‘건강식’이자 ‘친환경 식재료’로 각광받고 있음에도, 관련 제도는 여전히 ‘농산물 행정’의 틀 안에 갇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질의는 식품산업의 구조적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버섯은 단순한 농작물이 아니라, 비건 푸드·기능성 식품·로컬푸드 외식산업과 직결된 핵심 식재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관리 체계는 여전히 ‘생산’과 ‘폐기’의 범주 안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곧 ‘식품을 생물로만 보고 산업으로  보지 않는 행정 구조’의 한계로 지적된다.

버섯은 K-푸드의 원천이자, 미래 식문화 산업의 소재다. ‘폐기물로 분류된 버섯밥’이라는 문장은 단순한 행정착오가 아니라, 정책 언어가 아직도 “먹는 일”의 가치를 산업과 문화의 차원에서 보지 못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식탁 위의 혁신은 현장의 언어에서 출발한다.이병진 의원의 질문은, 식품 정책의 논의가 이제 농업을 넘어 음식과 식문화의 차원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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