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정감사] 전통식품 분류 통폐합 논란… 식약처 “확정된 개편안 없다”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0-13 10:24:18
[Cook&Chef = 이경엽 기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 중인 식품공전 분류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전통식품 업계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장류·김치류·떡류 등 전통식품이 통폐합되거나 삭제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 식문화의 뿌리’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통식품 분류 ‘사라질 수도’… “한식 정체성 흔들릴 우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갑)은 지난 12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식약처가 10년 만에 식품공전의 24개 식품군, 102개 식품종, 290개 식품유형을 전면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김치류, 떡류, 장류, 절임류 등 우리 전통식품 분류가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식품안전정보원이 식약처의 의뢰로 추진 중인 ‘식품공전 분류체계 및 기준·규격 개선 용역’의 일환이다. 송 의원에 따르면 자문단 회의에서는 △벌꿀류를 ‘당류’로 통합하고 △김치류·절임류·떡류·두부류를 ‘농산가공식품류’로 통폐합하며 △유제품군은 ‘축산가공식품류’로 묶는 등의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완전표시제 대상인 콩기름·옥수수기름·유채유 등의 식품유형이 ‘식물성유지’로 통합될 경우, 소비자 알권리와 품목별 식별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송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된 개편 연구가 전통식품과 GMO 표시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등 민감 품목에 집중돼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와 관계부처 협의 없이 추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개편안 확정 아냐… 각계 의견 수렴 중”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3일 공식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은 식품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 검토 단계로, 구체적인 개편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식품공전은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식품의 원재료와 용도에 따라 유형을 분류하고 위생·안전 기준을 정한 고시로, 산업 현실과 기술 변화에 맞춰 개선이 필요하다”며 “향후 전문가·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통식품 분류 유지 필요”… 농식품부 대응 촉구
식품·발효업계 전문가들은 “김치를 절임류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인데, 절임류 자체가 사라질 경우 ‘김치’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대영 전 한국식품연구원장은 “200여 종이 넘는 김치와 장아찌, 겉절이 등은 고유한 범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옥주 의원은 “식약처가 과학적 검토를 명분으로 전통식품의 분류를 단순화하려는 시도는 한식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농식품부는 전통식품 전담부서를 신설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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