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단단한 껍질 속 숨은 바다의 영양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0-13 10:02:50
가을철엔 암게보다는 숫게가 맛이 좋아
[Cook&Chef = 송채연 기자] 날이 서늘해지면 바닷가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찬 바람과 함께 바다의 계절이 열리고, 이맘때쯤이면 어시장에는 유난히 붉고 단단한 꽃게들이 줄지어 오른다. 바로 가을 꽃게의 계절이다.
지금 이 시기, 바다에서 갓 올라온 꽃게는 살이 단단히 차올라 있고 풍미가 깊다. 올해는 특히 풍년을 맞아 어획량이 3,690t에 달하며 역대급으로 많이 잡혀, 가격까지 예년보다 17.7% 저렴해졌다. 지금이야말로 제철 꽃게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바다의 기운이 깃든 단백질 보약
가을 꽃게는 ‘보양식’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단백질 함량이 100g당 19g 이상으로 매우 높고, 지방은 1~2g 수준에 불과해 고단백·저지방 식품으로 꼽힌다. 성장기 어린이, 회복기 환자, 노약자 모두에게 좋은 영양 공급원이다.
꽃게에 풍부한 타우린은 혈압을 낮추고 콜레스테롤을 조절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며, 피로 회복과 혈당 조절, 눈의 피로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항산화 성분인 아스타잔틴은 피부 노화를 늦추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칼슘·아연·마그네슘·철분 등 풍부한 무기질은 골격 강화, 면역력 유지, 성장 발달을 돕는다.
특히 꽃게 껍데기에 포함된 키토산은 지방 흡착을 막고 혈관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해 다이어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게장을 먹을 때 밥 한 그릇을 부르는 이유도, 이처럼 몸속 밸런스를 맞춰주는 영양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도 인정한 ‘기력 회복식’
한의학에서는 꽃게를 ‘화해(花蟹)’라 부르며, 몸을 지키고 기운을 북돋는 보신강장(補身強壯) 효능이 있다고 전한다. 차가운 성질을 지녔지만, 건조한 가을 공기 속에서 지치기 쉬운 호흡기와 소화기 보호, 자율신경 균형 유지에 도움을 준다. 또한 체내 열을 내려 불면·두근거림·만성 피로 등 자율신경 실조 증상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꽃게는 생강, 마늘과 함께 조리하면 소화 부담을 줄이고 비린 맛을 없애며, 된장과 함께 끓이면 단백질 흡수를 높이고 장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단, 몸이 차거나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풍년 덕분에 가격까지 착한 ‘가을 별미’
올해는 특히 꽃게를 마음껏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해다. 금어기가 해제된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9일까지 전국 꽃게 위판량은 3,690t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다. 지난해(2,207t)보다 무려 67.2% 증가한 수준이다.
어획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도 안정됐다. 최근 평균 위판가격은 1kg당 6,430원으로, 10년 평균(7,816원)보다 17.7% 낮아졌다. 품질도 좋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꽃게를 가장 맛있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절호의 시기다.
삶의 지혜가 담긴 제철 미식
꽃게는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다. 껍데기를 깨고 속살을 발라내는 과정은 삶의 고난과 보람을 닮았고, 찜·탕·게장·조림·튀김 등 다양한 조리법은 바다와 인간이 어우러진 미식의 예술을 보여준다.
지금의 꽃게 한 마리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계절의 시간과 자연의 에너지, 몸을 돌보는 지혜가 담긴 선물이다. 올가을,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꽃게 한 접시로 계절의 깊이와 건강의 의미를 함께 음미해보자.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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