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란, 다져진 기본기 위에 살아 숨쉬는 창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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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w

“요리란, 다져진 기본기 위에 살아 숨쉬는 창의력이다”
신한대학교 식품조리과학부 김동섭 교수

지난 6월 대한급식신문사 조리연구위원회 초대회장으로 취임한 신한대학교 식품조리과학과부 김동섭 교수. 모든 사람들이 각자가 갖고 있는 재능도 서로 나눌 수 있어야 진정한 재능이라며 자신의 재능을 앞으로 단체급식의 발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단체급식을 위한 조리연구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본 없는 상상력이 가능할까
신한대학교 식품조리과학부 김동섭 교수는 지금의 교육환경에 대한 우려가 깊다.

“물론 학력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제가 느끼는 것은 2년제니 4년제니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는, 아니 그런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겁니다. 학생들은 합당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거죠.” 

도대체 무슨 말일까. 학력이, 학벌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김 교수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의미를 알 수 있다.  

“가끔 지인들이 졸업한 학생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곤 합니다. 2년 혹은 4년간 학교에서 이론과 실습을 분명히 배웠다 하더라도 막상 현장에 나오면 학교에서의 공부가 전혀 쓸모없는 것이 돼버린다는 거죠. 충분히 이해할 만한 불만입니다.”

김 교수는 지금의 학교수업방식이 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해외의 경우 학교를 다닌 기간이 경력으로 인정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만 보더라도 짐작할 만한 부분이다. 설명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하고 막상 현장에 나가게 되면 업무를 수행할 만한 구성원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제아무리 4년제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해도 현장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지금의 교육이라는 말이다. 지나치게 비판적인 시각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생들은 방대한 양의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의 말처럼 그것은 단지 요리사전을 학습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걸까.

“요리는 창의력입니다. 정해진 레시피만 반복하는 일은 없죠. 하지만 학교에서는 너무 많은 학습을 하기 때문에 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전 언제나 기본을 강조합니다. 기본이 다져지지 않으면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김 교수는 그래서 언제나 기본에 충실하기를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추장을 기본으로 하는 요리를 할 때 무엇을 첨가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요리로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바로 고추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많은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습도 물론 중요하지만 단 한 가지라도 분명하게 익힌다면 얼마든지 변화를 줄 수 있고,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그는 학교에서 1, 2학년 학생들에게 기본에 충실한 수업을 한다. 이후 3, 4학년 과정에서야 다변화시키는 교육에 역점을 둔다. 그에게 수업을 들은 졸업생들이 기본이 잘 다져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조리란 개인과 공동체를 살리는 과정
김 교수는 얼마 전 대한급식신문 조리연구위원회 초대회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그곳이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관계자가 아니면 잘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어린이집부터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급식을 하는 곳이라면 도움이 되는 모임입니다. 단순히 급식에 참견하는 게 아니고, 영양은 물론 지역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죠.” 

설명에 따르면 조리연구위원회는 지역의 생산물을 활용하여 폭넓고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단체의 성격이다. 사실 김 교수가 이곳과 인연이 닿기까지 의정부시 어린이급식 지원센터장을 지내면서 얻은 명성이 큰 영향을 주었다. 지난 2015년부터 2년 여간 센터장을 지내면서 그는 600여 곳의 어린이집 영양사들과 소통을 해왔다. 그리고 영양공급에만 신경을 쓰던 그들에게 김 교수는 새로운 시각을 심어주었다. 그것은 무엇을 먹느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시켰다.  

“예를 들어 영양사들은 아이들에게 영양을 고르게 섭취시키기 위해서 보리나 현미 같은 잡곡밥을 해먹입니다. 당연히 좋은 것이죠. 그런데 잡곡이 아직 발달이 덜 된 아이들이나 노인들의 소화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영양사들에게 그것을 어떻게 조리해야 애초의 목적대로 섭취가 되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키고자 했지요. ‘푹 익힌 현미밥’, ‘푹 익힌 보리’ 등 이처럼 메뉴에 일일이 적어서 그대로 따르도록 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참견하는 걸로 받아들이다가 나중에는 제 뜻을 이해하고 긍정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렇게 경험을 쌓은 김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단순히 좋은 급식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의 많은 급식공간을 지역경제와 결합하는 것에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지역 생산물을 급식에 어떻게 적용할지 등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게 되는 거죠. 지역마다 좋은 식자재가 생산되지만 급식과의 연동은 새로운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 위원들이 지역의 작물을 이용해 급식에 활용하는 다양한 연구를 하면 단체나 개인이 그걸 급식에 적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작물이 석류라면 그것을 활용한 소스를 개발하게 된다. 또 석류가 함유된 메뉴를 따로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지역농산물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조리연구위원들이다. 이렇게 되면 급식의 폭도 넓어지고, 지역 생산자들은 더욱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바로 그 중간에 김 교수와 위원들이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소비 진작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다. 셰프 출신인 김 교수와 같은 위원들이 만든 폭넓은 연구결과를 급식에 적용한다면 급식을 제공받는 일반인들도 비싼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고급음식을 급식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는 이점도 갖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위원회 모든 이들은 이 활동을 봉사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지자체의 의뢰로 활동하고 대가를 받으면 그 돈을 다시 필요한 곳에 쓰도록 한다. 이들의 활동이 부가가치를 만들고,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구조인 것이다. 개인들의 봉사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Cook&Chef 김형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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