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노트] 이 날씨에 ‘회’로? 여름 ‘병어’의 놀라운 매력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2026-08-05 15:01:06
신선도와 저온 관리 확인하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
[Cook&Chef = 송자은 기자] 은빛 비늘 아래 살이 두툼하게 오르고 뼈가 부드러워지는 때, 병어의 여름이 시작된다. 평소 먼 바다에 머물던 병어는 산란을 위해 수온이 오른 연안으로 이동한다. 이 시기에 잡힌 병어는 살이 촉촉하고 기름기가 적당해 회로 먹으면 고소하며, 익혀도 부드러운 식감이 잘 유지된다.
여름에는 식중독 걱정 때문에 생선회를 피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높은 기온에서는 식중독균이 빠르게 증식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여름에 잡힌 병어를 반드시 회로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횟감용으로 위생 관리된 병어를 선택하고 어획 이후 손질과 유통, 보관까지 낮은 온도가 유지됐다면 제철 병어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산란 위해 연안으로 찾아오는 여름 생선
병어는 몸이 둥근 마름모꼴로 납작하고, 반짝이는 은백색을 띠는 병어과의 바닷물고기다. 몸에 비해 입과 눈이 작고 비늘이 매우 잘아 쉽게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서해와 남해에서 잡힌다.
한국 서해 병어의 번식 생태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병어의 산란은 주로 5월부터 7월 사이에 이뤄진다. 이 무렵 병어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모이면서 살과 알이 찬 개체가 많이 잡힌다. 지역과 수온, 어획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초여름부터 7월 무렵까지 병어의 맛이 좋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병어는 물 밖으로 나오면 오래 살지 못해 활어보다 선어나 냉동 형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살아 움직이는지보다 어획 직후 얼음에 재우고 저온 유통을 제대로 유지했는지가 신선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제철 병어는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한 탄력이 있고,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느껴진다. 뼈도 비교적 연해 얇게 썰어 뼈째 회로 먹기도 한다. 비린내가 적고 잔가시가 많지 않아 생선 특유의 향과 뼈를 꺼리는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자산어보』에도 기록된 귀한 여름 별미
병어는 오래전부터 맛 좋은 생선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경기와 전라도 일부 지역의 토산물로 등장하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맛이 좋고 뼈가 연해 회와 구이, 국에 어울리는 생선으로 기록돼 있다.
서해와 남해 지역에서는 병어를 손님상이나 제사상에 올렸고, 더위로 입맛과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에는 병어찜과 병어조림을 보양식처럼 즐겼다. 과거에는 비교적 흔한 생선이었지만 최근에는 어획량 감소와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르면서 제철에 맛보는 귀한 별미가 됐다.
병어는 맛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여름 식단에 활용하기 좋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물성분표에 따르면 병어 100g에는 단백질이 약 18g 들어 있다. 단백질은 근육과 신체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로, 성장기 어린이와 중장년층의 영양 보충에 도움을 준다.
필수아미노산도 함유하고 있다. 곡류 위주의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아미노산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병어에는 EPA와 DHA 같은 오메가3 지방산도 들어 있다. 비타민B군과 뼈·치아 구성에 관여하는 인도 섭취할 수 있다.
회부터 조림까지, 조리법에 따라 달라지는 맛
병어 특유의 고소한 맛을 직접 느끼려면 회가 제격이다. 뼈를 발라 얇게 저미거나 제철의 연한 뼈를 살려 뼈째 썰어 먹는다. 전라도에서는 갓김치나 부추무침을 곁들여 쌈으로 즐기기도 한다. 알싸하고 산뜻한 채소가 병어의 기름진 맛을 잡아준다.
병어조림은 부드러운 살에 매콤한 양념이 잘 스며들어 밥반찬으로 인기가 높다. 무와 양파, 버섯 등을 넉넉히 넣으면 병어에 부족한 식이섬유도 보완할 수 있다. 다만 간장과 고추장, 소금을 많이 사용하거나 양념 국물을 밥에 비벼 먹으면 나트륨 섭취가 늘 수 있다. 양념은 줄이고 마늘과 대파, 고춧가루 등으로 풍미를 살리는 것이 좋다.
병어찜은 약한 불에서 천천히 익혀야 살이 부서지지 않고 촉촉함이 유지된다. 소금 간을 가볍게 한 구이는 병어 본연의 담백한 맛을 즐기기 좋다.
여름 병어회는 신선도와 온도가 좌우
여름철 병어회를 먹을 때는 제철 여부보다 위생 관리가 우선이다. 장염비브리오균은 따뜻한 바닷물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어패류의 표면과 아가미, 내장 등에 붙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횟감은 믿을 수 있는 판매처에서 위생적으로 손질한 제품을 선택하고, 상온에 오래 놓인 회는 먹지 않아야 한다. 신선한 병어는 표면에 밝은 은빛 윤기가 돌고 눈이 맑으며 아가미가 붉다. 배를 눌렀을 때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 반대로 눈이 흐리거나 움푹 들어가고, 비늘이 많이 벗겨졌거나 배가 물러진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구입한 병어는 곧바로 냉장 보관하고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 한다. 집에서 손질할 때는 흐르는 수돗물로 깨끗이 씻고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한다. 생선용 칼과 도마는 다른 식재료용과 구분해 교차오염을 막아야 한다.
바로 먹지 않을 병어는 물기를 제거한 뒤 한 마리씩 밀봉해 냉동한다. 해동은 냉장실에서 천천히 하고, 한 번 해동한 생선을 다시 얼리는 것은 피한다. 생으로 먹기 부담스럽다면 속까지 충분히 가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병어는 초여름부터 한여름까지 살과 풍미가 살아나는 제철 생선이다. 부드러운 살과 연한 뼈, 양질의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을 갖춰 회와 조림, 찜, 구이로 두루 활용할 수 있다. 신선도와 저온 유통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먹는 사람의 건강 상태에 맞는 조리법을 선택한다면, 여름 병어의 맛과 영양을 더욱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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