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정후 업은 K-김, 미국 시장 브랜드 각인 본격화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 2026-04-14 18:45:46

해수부, LAFC·SF 자이언츠와 후원 계약 체결… '노리' 아닌 '김(GIM)' 고유 명칭 확산 목표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오요리 기자] 한국 수산식품 수출 지형에 유의미한 변곡점이 될 전략적 시도가 시작됐다. 해양수산부가 수산식품(Seafood)과 스포츠(Sports)를 결합한 '씨포츠(Seaports)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며 K-푸드 대표 품목인 '김(GIM)'의 미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이는 단순 제품 수출을 넘어, 고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정부의 명확한 정책 의지를 드러낸다.

이번 프로젝트의 골자는 세계적 스포츠 스타 손흥민과 이정후를 전면에 내세운 현지 밀착형 마케팅이다. 이들의 소속 구단인 미국 프로축구 LAFC,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집중하는 공간인 경기장에서 직접 '김'을 노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존의 식품 박람회나 한류 콘텐츠 연계 홍보와는 그 결을 달리한다. 이는 K-푸드 수출 전략이 양적 확대를 넘어, 고유명사를 각인시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질적 성장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본 기사는 씨포츠 프로젝트의 구체적 내용과 배경을 분석하고, 외식 산업과 소비자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전망한다.

시장 지배자의 역설, '이름 없는 1위'

한국 김의 글로벌 시장 위상은 독보적이다. 통계가 이를 명확히 입증한다. 한국은 전 세계 김 시장의 약 70% 이상을 점유한 절대 강자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 시장인 미국은 김 수출 1위 국가로, 2023년 기준 2억 5천만 달러(약 3,400억 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이면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바로 '브랜드 정체성의 부재'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김은 고유명사 '김(GIM)'이 아닌 일본식 표현 '노리(Nori)' 혹은 포괄적 명칭인 '씨위드(Seaweed)'로 통용되는 사례가 지배적이다.

이는 막대한 물량을 판매하고도 제품의 국적과 고유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시장 지배자의 역설'에 해당한다.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 '한국산 김'이라는 인식을 형성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축적은 불가능하다. 이는 가격 경쟁력 외 차별점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로 귀결되며, 유사 제품의 도전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해양수산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씨포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는 '이름 없는 1위'에 머무르지 않고, '김(GIM)'이라는 한국 고유 브랜드를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 홍보를 넘어 K-푸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주권 확보 전략으로 분석된다.

경기장을 파고드는 현지화 마케팅 전술

해양수산부가 설계한 씨포츠 프로젝트의 세부 전술은 구체적이고 다층적이다. 이는 단순 로고 노출을 넘어, 미국 소비자의 경험 전반을 공략하는 현지 밀착형 전략의 구조를 보여준다. LAFC 및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협약은 인지, 체험, 구매로 이어지는 정교한 마케팅 경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첫 단계는 '인지(Awareness)'다. 경기장을 찾은 수만 명의 관중을 대상으로 한 시각적 노출 극대화가 핵심이다. 경기장 주 전광판에는 손흥민과 이정후 선수가 출연하는 홍보 영상과 이미지가 '김(GIM)' 로고와 함께 지속해서 송출된다. 이는 선수에 대한 팬덤을 제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전시키는 장치다.

두 번째 단계는 '체험(Experience)'이다. 경기장 내외부에 마련된 부스에서 김 시식 및 증정 행사가 열린다. 미국 소비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김'이라는 식재료를 직접 맛보게 함으로써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특히 건강 스낵에 대한 관심이 높은 현지 트렌드와 결합해 긍정적 첫인상을 형성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구매(Purchase)'로의 연결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LAFC 주 경기장 매점에 한국 김 제품을 정식 입점시켜 판매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홍보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통로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관중들은 경기장에서의 긍정적 경험을 기반으로 제품을 구매하며 충성도 높은 초기 소비자로 전환될 수 있다.

더불어 '김(GIM)' 로고를 삽입한 LAFC 구단 공식 응원 용품 제작도 추진된다. 이는 '김'을 단순 식품을 넘어, 구단 응원 문화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다. 이처럼 다각적으로 설계된 전술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한 시즌 동안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김' 브랜드를 미국 소비자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적의 카드, 손흥민과 이정후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손흥민과 이정후라는 두 스포츠 스타의 영향력이다. 해양수산부의 모델 선정은 단순 인지도를 넘어, 목표 시장과 스포츠 종목의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로, 그의 영향력은 특정 국가나 인종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다인종이 밀집한 LA 지역에서 그의 인기는 아시아계를 넘어 히스패닉, 백인 등 폭넓은 팬층을 포괄한다. 이는 '김'이 한인 시장을 넘어 미국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 강력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이정후는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바람의 손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과 함께 현지 언론과 팬들의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정후를 모델로 기용한 것은 미국 고유의 스포츠 문화를 존중하며 그 내부로 파고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야구팬이라는 명확한 소비자 집단에 '김'을 집중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다.

결론적으로,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손흥민과 미국 본토의 떠오르는 스타 이정후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은 '글로벌 표준'과 '현지 최적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이다. 축구와 야구라는, 미국 내에서 각기 다른 팬덤을 형성하는 두 거대 스포츠를 공략함으로써 마케팅 효과의 극대화와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K-푸드 수출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

씨포츠 프로젝트는 김 수출 증대를 넘어,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과거 수출 전략이 가격이나 품질을 앞세운 '제품 중심(Product-centric)'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문화적 코드를 활용한 '브랜드 중심(Brand-centric)' 접근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경쟁력 있는 한국 김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기반을 마련하고, 고부가가치 K-조미김의 수출 확대를 직접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다. 이는 원물 수출에 그치지 않고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완제품 수출을 늘려 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움직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넥스트 K-푸드 프로젝트'와도 맥을 같이 한다. 라면, 김밥의 뒤를 이을 차세대 K-푸드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 '김'은 씨포츠 프로젝트를 통해 그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만약 이번 스포츠 마케팅 모델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면, 이는 다른 K-푸드 품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K-팝 스타와 떡볶이, e스포츠 선수와 한국 음료를 연계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 융합 마케팅'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 씨포츠 프로젝트는 K-푸드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성공 방정식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도전과제와 미래 전망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씨포츠 프로젝트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큰 도전은 수십 년간 시장에 뿌리내린 '노리(Nori)'라는 명칭의 관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단기간의 캠페인만으로 소비자들의 언어 습관을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업이다.

따라서 한 시즌의 후원 계약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경기장에서의 긍정적 경험이 실제 소매점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통망과의 긴밀한 연계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기장에서 경험한 제품을 지역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어야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도는 K-푸드의 미래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이 "세계적인 운동선수들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한국 김의 우수한 맛과 품질을 세계 시장에 알릴 것"이라며 "김 수출 1위 국가의 입지를 공고히 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방증한다.

결론적으로 씨포츠 프로젝트는 한국 김이 '씨위드'나 '노리'의 하위 범주에서 벗어나 '김(GIM)'이라는 고유 브랜드로 독립을 선언하는 출사표와 같다. 스포츠라는 보편적 언어를 통해 미국 주류 시장을 직접 겨냥한 이 야심 찬 도전이 K-푸드 세계화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지, 산업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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