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인문학] 제사상에 올린 술을 왜 다시 마셨을까

신현우 기자

cnc02@hnf.or.kr | 2026-09-25 15:00:29

술 한 잔에 담긴 ‘음복’에 담긴 이야기,
조상에서 가족으로 이어지다

출처 : AI 생성이미지

[Cook&Chef = 신현우 기자] 추석 차례가 끝나면 상에 올렸던 음식을 내려 가족들이 함께 나눠 먹는다. 전과 나물, 과일을 다시 상에 올리고 어른들은 차례에 사용했던 술을 한 잔씩 나누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흔히 봐온 풍경이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것을 우리는 ‘음복’이라고 부른다.

음복은 한자로 飮福, 말 그대로 ‘복을 마신다’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제사가 끝난 뒤 제사 음식을 나눠 먹는 것까지 넓게 음복이라 부르지만, 원래 의미를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술이 있었다.

전통 제례에서는 제사를 마친 뒤 신위에 올렸던 술을 다시 받아 마시는 절차가 있었다. 이때 마시는 술을 ‘복주(福酒)’라고 했다. 조상이나 신에게 올렸던 술을 다시 받아 마시며 그 복을 함께 받는다는 의미였다.

사람이 정성껏 술과 음식을 마련해 조상에게 올리고, 의례가 끝나면 그것을 다시 사람이 먹는다. 같은 음식이고 같은 술이지만 한 번 제사상을 거치고 나면 의미가 달라진다. 단순히 남은 음식이 아니라 조상에게 올렸던 음식을 통해 복을 다시 나누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왕실의 제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종묘나 사직 등 큰 제사를 마친 뒤 ‘음복연’을 열기도 했다. 왕이 먼저 제사에 올렸던 복주를 마시고, 제사에 참여한 신하들과 술과 음식을 나눴다. 제사를 무사히 마쳤다는 의미와 함께 그 복을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음복이 꼭 술 한 잔에만 머물렀던 것도 아니다. 가정에서는 제사가 끝나면 가족들이 제사 음식을 함께 먹었고 때로는 이웃과 나누기도 했다.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조상을 기리고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공동체 문화였던 셈이다.

그래서 음복을 단순히 ‘제사 끝나고 밥 먹는 시간’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아쉽다.

조상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제사의 앞부분이었다면, 그 음식을 다시 가족이 함께 나누는 음복은 제사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조상을 기억하는 일이 결국 지금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로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음복이라는 말에 ‘먹는다’가 아닌 ‘마신다’는 글자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만큼 우리 제례에서 술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차례주 역시 조상에게 올리고 끝나는 술이 아니라, 음복을 통해 다시 가족의 잔으로 돌아오는 술이었다.

요즘은 명절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는 집도 많고 음복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명절에 가족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고 술잔을 건네는 모습은 여전히 익숙하다.

올해 추석, 술잔을 한 번 나누게 된다면 그 의미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가 무심코 해왔던 음복은 단순히 제사 음식을 먹는 풍습이 아니라 조상에게 올린 술과 음식을 다시 나누며 복까지 함께 나누고자 했던 문화였다.

Cook&Chef / 신현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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