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로 더 맛있어지는 가을 밥상
조연정 기자
cnc02@hnf.or.kr | 2026-09-24 15:00:48
[Cook&Chef = 조연정 기자] 우리말에 ‘곰삭다’라는 표현이 있다. 오래 숙성되어 푹 삭은 상태를 말하는데, 그만큼 묵직하고 깊은 맛이 난다. 곰삭은 맛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젓갈이다. 어패류의 살이나 알, 창자 등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것으로 지역마다 젓갈 종류가 수십 가지가 넘는다. 사계절 내내 먹어도 맛있지만, 가을에서 초겨울에 꺼낸 젓갈이 깔끔하고 맛있다. 알면 알수록 더욱 맛있는 젓갈의 세계를 소개한다.
가을에 젓갈을 먹어야 하는 이유
젓갈은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름에는 젓갈이 너무 빨리 익어 변질되기 쉽고, 겨울에는 추워서 발효가 더디게 일어난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온도가 적당해서 숙성이 잘되는 시기이다. 그래서 봄이나 여름에 담근 어패류를 젓갈로 담근 후에 가을이나 초겨울에 꺼내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이맘 때가 되면 숙성된 어패류의 뼈와 살이 흐물흐물해지면서 삭고, 짠맛이 부드러운 감칠맛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적당한 온도에서 유산균과 효소 작용이 잘 이루어져 쿰쿰한 잡내는 줄어들고 단백질이 분해되서 생기는 아미노산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지역마다 맛과 종류가 천차만별
다양한 종류의 젓갈을 담가서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사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우리나라 젓갈의 종류는 대략 15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역 특성상 잡히는 수산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젓갈의 종류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갯벌이 많고 염전이 발달한 서해안은 젓갈을 담글 수 있는 수산물이 풍부하다. 낙지젓, 조개젓, 꽃게젓, 어리굴젓, 농게젓, 골뚜기젓 등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젓갈이다. 날씨가 따뜻한 남해안은 산패를 막기 위해 짠맛이 강하게 담근다. 게우젓(전복내장젓)을 비롯해 갈치속젓, 창난젓 등 어패류 내장으로 젓갈을 담가서 먹었다. 동해안은 찹쌀밥이나 엿기름 등을 넣어 버무린 후 5일 정도 보관했는데, 이를 식해라고 한다. 소금을 적게 쓰고 곡물을 넣어 짜고 비릿 맛이 덜한 것이 특징으로, 가자미식해, 명태식해 등이 대표적이다.
흔하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젓갈이다.
사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김치 담글 때 젓갈을 빼놓을 수 없다. 새우젓과 멸치젓, 조기젓, 황석어젓 등은 김치의 감칠맛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재료이다. 특히 새우젓은 담그는 시기마다 맛과 풍미가 다르고 가격 차이도 많이 난다. 6월에 담근 육젓은 껍질이 얇고 살이 많이 최고로 손꼽히며, 가을에 담근 추젓은 김장뿐 아니라 요리할 때 사용해도 맛이 좋다. 고소한 단맛이 나는 민물새우로 담근 토하젓도 별미다.
짠맛은 줄이고 건강은 챙기는 조리법
갓 지은 밥에 반찬으로 젓갈을 먹으면,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하지만 짠맛이 강해 나트륨 함량이 높고, 다른 맛이 잘 안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이럴 때는 젓갈에 다른 재료를 섞어서 새롭게 양념하면 된다. 청양고추, 다진 마늘, 참기름, 통깨 등을 넣어 버무리면 짠맛보다는 고소하고 매콤한 맛이 난다. 젓갈을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양념을 더해서 덮밥으로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이나 채소에 젓갈을 곁들여서 먹으면 맛과 풍미를 모두 느낄 수 있다. 삼겹살을 갈치속젓이나 멸치젓을 찍어 먹으면 느끼함이 사라지며 수육이나 순대에 새우젓을 조금 올려 한 입 먹으면 짭조름한 감칠맛이 입맛을 돋워준다. 쌈 채소에 오징어젓, 조개젓 등을 쌈장처럼 넣어 먹으면 채소 맛과 짠맛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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