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를 차례상에 안 올리는 이유

안정호 기자

82zebo@gmail.com | 2026-09-24 15:01:24

예법서에 없는 '치'자 금기…성균관 "가짓수보다 마음"
쌓여있는 갈치. 사진=픽사베이

[Cook&Chef = 안정호 기자]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다 보면 한 번씩 듣는 말이 있다. "그건 올리는 거 아니다." 왜 올리면 안 되는지 물으면 대개 "원래 그렇다"로 끝난다. 그 '원래'를 좇아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흔히 알려진 건 생선 이름에 따른 금기다. 갈치, 꽁치, 삼치처럼 '치'로 끝나는 생선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치'라는 글자가 한자로 어리석을 치(痴), 부끄러울 치(恥)와 음이 같아 올리기 꺼렸다는 것. 그리고 흔하고 값싼 생선이라 격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후자는 옛 기록과 맞지 않는다. 조선 후기 흔히 잡혔던 명태는 상에 반드시 올리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당대 문헌 <임하필기>에서 명태에 대해 "아주 많이 잡혀 전국에 넘쳤고, 이를 북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치'자 금기는 논리라기보다 말소리에 기댄 속설에 가깝다.

양념을 걷어낸 상차림

고려할 것은 생선만이 아니다. 제수 조리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양념이 있다. 마늘과 파, 고춧가루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은 소금과 간장만으로 간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늘과 파를 올리지 않는 것은 불교의 영향도 있다. 불교에서 수행자와 신자가 지켜야 할 계율을 모아 놓은 경전인 <범망경>은 다섯 가지 매운 채소를 먹지 말라고 적고 있다. 마늘과 파 등 향이 강한 채소들이다.

고춧가루는 다른 의미로 상에 올리지 않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고추는 17세기 초엽에야 전래됐다. 차례상의 틀을 만든 주요 예법서가 16세기에 나왔으니, 예서가 쓰일 때 자리에 없던 셈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제시한 추석 차례상 표준안 진설도. 사진=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예법엔 나오지 않는다

국사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제사상을 어떻게 차릴지 정리한 예법서로는 율곡 이이가 쓴 <격몽요결>(1577), 제자 김장생이 쓴 <가례집람>(1599), 18세기 학자 이재가 쓴 <사례편람>을 꼽을 수 있다. 이 책들은 밥과 국은 어느 쪽에 두고, 몇 열로 차릴지 배치와 형식을 다루고 있다. 반면 어떤 생선을 피하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각 예서들도 과일 수가 홀수인지, 짝수인지 탕을 둘 것인지, 말 것인지 갈렸다. <격몽요결>은 과일을 홀수로 놓으라 했고 <가례집람>과 <사례편람>은 짝수로 놓으라 했다. 이에 국사편찬위원회는 "당시를 대표하는 예서들조차 제사상 진설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중요한 기준은 '마음'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2022년 '추석 명절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내놓으며 간소한 상차림을 강조했다. 차례상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4가지와 술을 포함해 총 9가지다. 위원회는 유학 경전 <예기>를 인용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남은 기준은 하나다. 귀한 것을 올린다는 '마음'이다. 시대에 따라 무엇이 귀하고 흔한지 다르지만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지역마다 제수 음식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안 지방은 문어를, 경북 내륙에서 상어를, 전라도에서 홍어를 올리는 것이 이런 이유다.

그러니 올해 추석 차례상에 무엇을 올릴지 고민된다면 옛사람들이 지키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 그건 단지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대접하고자 한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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