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위험한 별미’에서 ‘담백한 보양식’으로…복어 효능의 재발견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2-06 23:45:48

독을 품었지만, 제대로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는 생선
겨울 제철 복어, 건강하게 즐기는 법까지 짚다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면 식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기름진 음식보다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국물 요리가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복어탕과 복국을 찾는 이들도 늘어난다. 한때는 ‘위험한 별미’로만 여겨졌던 복어가 최근에는 저열량·고단백 식재료로 다시 주목받으며, 건강한 계절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이라는 치명적인 특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복어가 오랜 세월 식문화 속에 남아온 이유는 분명하다. 제대로 손질된 복어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지닌, 보기 드문 ‘절제된 보양식’이기 때문이다.

죽음과 맞바꾼다는 맛, 복어에 담긴 역사

복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특별한 음식으로 취급돼 왔다.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는 복어를 두고 “죽음과도 바꿀 만한 맛”이라 표현했고, 일본에는 “먹고 싶지만 목숨이 아깝다”는 속담이 전해진다. 조선시대 의서에서도 복어는 독이 있지만 기혈을 보하고 몸을 덥게 하는 식품으로 기록돼 있다.

이처럼 복어는 늘 위험과 매력을 동시에 품은 식재료였다. 독성 때문에 금기시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최고의 미식 재료로 평가받아 온 것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복어는 아무나 다룰 수 없지만, 전문가의 손을 거치면 오히려 가장 안전하고 깔끔한 음식이 된다.

담백한 단백질 창고, 복어의 영양 가치

복어가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양 구조에 있다. 복어 살은 지방 함량이 매우 낮고 단백질 비율이 높아 대표적인 고단백·저열량 식품으로 꼽힌다. 육류처럼 포만감을 주면서도 부담은 적어, 체중 관리나 대사 건강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또한 복어에는 콜라겐과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콜라겐은 피부와 관절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이며, 타우린은 피로 회복과 심장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아미노산이다. 여기에 칼륨, 셀레늄, 비타민 K 등 다양한 미량 영양소도 포함돼 있어 혈액순환과 항산화 작용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방에서도 복어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류를 개선하는 식품으로 인식돼 왔다. 겨울철 복어탕이 보양식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이러한 체질 개선 효과에 대한 오랜 경험적 인식이 깔려 있다.

치명적인 독, 그래서 더 중요한 ‘전문성’

복어의 가장 큰 특징이자 위험 요소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신경 독이다. 이 성분은 극소량만으로도 신경 마비와 호흡 장애를 일으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가열이나 조리 과정으로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복어 조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반드시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 조리사만 손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이 집중된 내장, 알, 간, 껍질 일부 부위는 세밀한 분리 작업 없이는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복어 사고의 대부분은 비전문가의 임의 조리에서 발생한다. 아무리 식재료의 효능이 뛰어나더라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건강식으로서의 의미는 사라진다. 복어가 ‘신뢰의 음식’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어를 건강하게 즐기는 현실적인 기준

복어를 건강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점을 선택하는 일이다. 복어요리를 취급하고 자격을 갖춘 손질 시스템이 갖춰진 업장에서 먹는 것이 기본이다.

메뉴 선택에서도 방향은 분명하다. 지리나 탕처럼 담백한 조리법이 복어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다. 과한 양념이나 높은 나트륨은 복어 특유의 깔끔한 풍미를 흐릴 뿐 아니라 건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물의 간은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술자리 다음 날 해장으로 복어를 찾는 경우라면, 자극적인 국물보다는 염도를 낮춘 맑은 탕이 몸에 부담을 덜 준다. 껍질 요리 역시 집에서 흉내 내기보다는, 업장에서 안전하게 제공되는 메뉴로 즐겨야 한다.

위험을 넘어 식탁으로 돌아온 복어

복어는 단순한 별미를 넘어, 현대 식생활에서 보기 드문 균형형 식재료다. 고단백이면서도 담백하고, 보양식이면서도 과하지 않다. 여기에 오랜 역사와 문화적 상징성까지 더해지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복어는 여전히 조심해야 할 음식이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철저한 관리와 전문성을 통해 충분히 통제되고 있으며, 그 위에서 복어는 오히려 가장 ‘정제된 건강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몸은 더 가벼운 회복을 원한다. 자극보다 절제를, 과함보다 균형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복어는 여전히 유효한 답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먹는다면 복어는 위험한 음식이 아니라 가장 정직한 보양식에 가까워진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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