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열의 '음식 잡설(雜說)'] 맛있는 군만두는 마주한 상대의 표정에 달렸다
신상열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7-20 15:13:18
주면 고맙고 안 줘도 불평하지 말기
[Cook&Chef = 신상열 칼럼니스트] 문경은 서울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가끔은 훌쩍 떠나고 싶은 한적한 곳이다.
문경에 도착하자마자 군만두를 먹었다. "약돌돼지도 있는데 웬 군만두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문경에서 맛보는 서울만두(가게 이름이다)의 군만두는 그 자체로 찾아올 만한 이유가 된다.
비가 무던히도 내렸다. 갓 구워 나온 군만두를 한입 베어 물자 뜨거운 육즙과 기름이 뚝뚝 떨어졌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만두피와 촉촉한 속이 어우러졌다. 비 오는 날의 공기와 잘 어울리는 맛이다.
만두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피의 두께와 속재료, 빚는 모양, 조리법에 따라 납작만두, 굴림만두, 군만두, 고기만두, 새우만두, 김치만두, 왕만두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모습으로 태어난다. 피와 속재료를 바꾸고, 빚는 모양을 달리하고, 조리법까지 달라지면 새로운 만두가 된다. 경우의 수를 따지는 수학처럼 하나의 조건이 더해질 때마다 조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수많은 만두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만두는 군만두다. 노릇하게 구워진 만두피를 한입 깨물면 고소한 소리와 함께 촉촉한 속이 모습을 드러낸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뭉클한 그 대비가 군만두만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한편, 중국집에서는 군만두를 서비스로 내주는 곳이 제법 많다. 탕수육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기도 하고, 쿠폰을 모으면 덤으로 받기도 한다. 서비스는 말 그대로 주는 사람의 호의다. 받으면 고맙고, 받지 못해도 서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호의가 반복되면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고, 당연함은 기대를 낳는다. 그렇게 서비스는 고마움의 대상에서 어느새 챙겨야 할 권리처럼 여겨진다.
문득 예전에 한 중국집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함께 간 일행 중 한 사람이 요리를 이것저것 많이 주문했으니 군만두는 당연히 서비스로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끝내는 주인에게 따지기까지 했고, 식당 안의 분위기는 금세 어색해졌다. 호의로 시작된 서비스가 의무가 되는 순간, 고마움은 사라지고 불만만 남았다.
오늘 내 맞은편에서 군만두를 맛있게 먹고 있는 짝꿍을 보며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비에 젖은 옷을 툭툭 털어내고 마주 앉아 뜨거운 군만두를 나누어 먹는 이 시간이 좋다.
가장 맛있는 군만두는 서비스로 따라오는 군만두가 아니다. 비 오는 날 함께 걸어와 젖은 옷의 찝찝함도 웃으며 털어내고, 따뜻한 군만두를 마주 앉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의 군만두가 가장 맛있는 군만두다.
음식의 맛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먹느냐에 따라 오래 머문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는 것은 군만두의 바삭한 식감이 아니다. 그날 내리던 빗소리를 뒤로한 채 마주 앉아 웃던 사람의 표정, 그리고 그 순간의 따뜻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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