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중독적인 맛, 스페인 추러스와 초콜릿

조소현 기자

cnc02@hnf.or.kr | 2026-10-07 15:06:31

바르셀로나 추러스 맛집, '추레리아 라이에타나'
추러스와 포라스,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

[Cook&Chef = 조소현 기자] 길쭉하게 튀긴 반죽을 진한 초콜릿에 푹 찍어 먹는 스페인 대표 간식 '추러스(Churros)'. 한번 손대면 멈출 수 없는 이 중독적인 조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추레라(churrera)'로 추러스 반죽을 길게 짜내고 바로 튀겨내는 기계. 사진= 조소현 기자

추러스는 중국의 '유탸오(油條)'가 포르투갈을 거쳐 스페인으로 전해졌다는 설이 있지만 확정된 기원은 아니다. 다만 스페인에서는 17세기부터 추러스와 관련된 제조·판매 기록이 확인된다.

만드는 법은 단순하다. 밀가루와 물, 소금 등을 섞은 반죽을 '추레라(churrera)'로 짜내 튀긴다. 별 모양 노즐을 사용해 표면에 특유의 홈을 만든다.

추러스보다 굵고 폭신한 '포라스(porras)'도 있다. 추러스만큼 포라스도 흔하게 먹는다.

스페인에서는 추러스와 초콜릿을 함께 즐긴다. 스페인식 핫초콜릿은 음료라기보다 소스에 가까운 걸쭉함이 추러스를 찍어 먹기 좋다.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먹지만, 밤새 놀고 난 뒤 새벽에 초콜릿과 추러스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기도 좋다.

추러스와 진한 초콜릿의 조합은 정확한 시작점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19세기 스페인에서 초콜라테리아와 카페 문화와 함께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마다 초콜릿에 여러 음식을 곁들였는데, 오늘날 추러스가 초콜릿과 대표적인 짝이 된 것이다.

'추레리아 라이에타나' 외부에 먹음직스러운 추러스와 초콜렛 일러스트가 그려져있다. 사진=조소현 기자

바르셀로나의 유명 추로스 맛집 '추레리아 라이에타나(Xurreria Laietana)'를 찾았다. 라이에타나 46번지에 자리한 이곳은 1962년부터 이어온 전통 추레리아다.

손으로 그린 그림, 오래된 벽돌, 온갖 집기들이 꽉 들어찬 가게 안. 사진= 조소현 기자

가게 안은 오래된 벽돌 벽을 그대로 살렸고,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 메뉴판이 걸려 있다. 초콜렛과 추러스 또는 포라스를 곁들인 세트 메뉴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가격도 5유로 안팎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또 초콜릿을 입힌 메뉴나 속을 채운 변형 추러스 등 다양한 메뉴가 있고, 직접 짜낸 오렌지주스와 커피도 함께 판매한다. 

주문을 받으면 바로 튀겨낸 갓 나온 추러스를 빠르게 받아볼 수 있고, 매장에서 먹지 않고 포장해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다. 겨울에는 하루 약 100kg의 추러스를 만들 정도로 회전율이 높다고 한다.

추러스 세조각과 뽀라스 두조각, 걸쭉한 초콜렛 한잔이 세트로 나왔다. 사진= 조소현 기자

추러스와 포라스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믹스 세트를 골랐다. 같은 반죽에서 나온 듯하지만 모양도, 두께도, 식감도 다른 두 가지를 초콜릿과 함께 먹어보기로 했다.

포라스와 추러스. 각각의 매력이 확연히 다르다. 사진= 조소현 기자

포라스를 초콜릿에 푹 담그니, 살짝 식어 표면에 얇은 막이 생긴 걸쭉한 초콜릿이 포라스에 묵직하게 달라붙었다. 초콜릿의 진한 향이 한층 짙게 느껴진다.

포라스는 추러스보다 굵지만 속은 오히려 더 가볍고 공기감이 있다. 포라스 반죽에는 보통 베이킹소다나 다른 팽창제를 넣고 잠시 숙성하기 때문에 튀기는 과정에서 부풀어 올라,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폭신한 식감이 만들어진다.

반면 추러스는 포라스보다 밀도감 있는 쫀쫀한 식감이 느껴졌다. 표면의 깊은 골 사이로 초콜릿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반죽과 초콜릿이 함께 느껴진다. 굵고 폭신한 포라스와 촘촘하고 바삭한 추러스는 같은 초콜릿을 곁들여도 식감에서 확실한 차이가 났다.

초콜릿은 예상보다 과하게 달지 않았다. 진하고 묵직하지만 단맛이 과하지 않아 추러스와 포라스를 계속 찍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테이블에 따로 마련된 설탕이나 시나몬가루를 취향에 따라 뿌릴 수 있지만, 진한 초콜릿만으로도 충분했다.

추러스와 포라스, 그리고 걸쭉한 초콜릿. 재료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조합이지만, 갓 튀겨낸 반죽과 부드럽고 따끈한 초콜릿의 조합이 단순하고 확실한 즐거움을 주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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