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7) 대구 십미 뭉티기고기, 충무로 들안길
김대식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8-13 15:04:54
오직 고기 본연의 찰기와 단맛으로 승부
[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또 이집인가요?” “뭉티기를 하는 집이 귀하잖아요”
오후 5시부터 충무로 골목으로 발길을 재촉하며 일행이 묻는다. 이유가 있다. 오늘 저녁 먹을 뭉티기가 서울역에서 막 도착하기 때문이다.
뭉티기는 대구 십미(十味)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생고기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뭉텅뭉텅 썰어냈다 해서 이름 붙여진 경상도 사투리다.
핵심은 신선도 하나다. 도축 후 24시간이 지나야 등급 판정을 받는 게 원칙인데, 우둔살과 앞다리살은 예외적으로 등급 판정 없이 당일 유통이 가능하다. 그래서 뭉티기를 파는 집은 대개 도축장이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엔 문을 닫는다.
양념으로 맛을 내는 음식이 아니라, 고기 자체의 온기와 찰기로 승부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기차 시간표가 붙어 있는 소박한 주방
충무로 들안길은 그 원칙을 그대로 지키는 집이다. 고령 공판장에서 오전에 도축된 소가 대구를 거쳐 KTX로 올라오면, 사장님이 서울역까지 직접 마중을 나간다.
"오늘은 제가 픽업해 왔습니다”
가게 입구에는 매일 그날의 KTX 시간표가 붙는다. 그만큼 고객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집이다.
2층 건물에 크지 않은 매장이지만 아담하고 정갈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사이드 메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점심엔 육회비빔밥을 팔지만 저녁엔 오직 뭉티기다.
이 집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대신 뭉티기 하나에 집중한 만큼 완성도가 다르다.
고기가 도착하고 손질이 끝나면 상이 차려진다. 스지수육과 김이 먼저 정갈하게 놓이고, 사과와 귤, 방울토마토를 잘게 썰어 올린 샐러드가 은근한 별미로 곁들여진다. 소고기 무국은 계속 리필이 된다. 생고기 식감을 살리려 중간에 배추전을 한 번 더 내주는 것도 이 집만의 배려다.
정작 뭉티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면 말이 없어진다. 쫄깃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식감, 양념 없이도 잡내 하나 없는 단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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