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열의 '음식잡설(雜說)'] <5> 차돌박이를 굽는 시간

신상열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8-03 15:04:02

가장 맛있는 순간을 놓치기 쉬운 구이요리
서두르지 말아야 할 간극의 소중함이 핵심
차돌박이는 귀한 부위도 아니고, 때문에 가격이 나가는 부위가 아니다. 하지만 뜨거운 불판 위에서도 지방이 금세 사라지지 않고, 꼬들꼬들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끝까지 지켜낸다. 소금 한 꼬집만 있어도 좋고, 간장 하나만 곁들여도 충분하다. 차돌박이는 언제 먹어도, 어느 시간에 먹어도 변함없는 맛으로, 실망시키지 않는다.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신상열 칼럼니스트] 얼마 전 문경에 다녀오면서 약돌한우타운에 들렀다. 많은 부위가 진공포장이 되어있었고, 그 중 차돌박이를 두 팩 골랐다. 문경 약돌한우는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등록된 우량 송아지를 거세해 사육하고, 문경에서 나는 특수 광물질인 약돌을 사료에 배합해 키운 한우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소를 좋은 사람들의 손길로 길러낸 고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른 어느 지역 소고기보다 맛날 것만 같았다.

소고기는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다. 안심, 등심, 채끝, 살치살, 토시살, 안창살…. 부위마다 식감이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차돌박이다.

차돌박이는 귀한 부위도 아니고, 때문에 가격이 나가는 부위가 아니다. 하지만 뜨거운 불판 위에서도 지방이 금세 사라지지 않고, 꼬들꼬들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끝까지 지켜낸다. 소금 한 꼬집만 있어도 좋고, 간장 하나만 곁들여도 충분하다. 차돌박이는 언제 먹어도, 어느 시간에 먹어도 변함없는 맛으로, 실망시키지 않는다.

차돌박이를 판매한 적이 있다. 약 3kg 가까운 차돌을 냉동실에서 적당한 상태로 얼리고, 결을 읽어가며 방향을 잡고, 밀리미터 단위로 썰어낸다. 너무 얼면 깨지고, 덜 얼면 뭉개진다. 써는 방향이 조금만 달라도 식감이 달라진다. 한 장의 차돌박이에는 고기를 다루는 사람의 경험과 손끝의 감각, 그리고 시간이 담겨 있다.

불판 위에 차돌박이 한 점을 올렸다. 소금도 간장도 넣지 않았다.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다진 마늘을 먼저 볶아 향을 낸 뒤, 그 위에 차돌박이를 올렸다. 마늘이 노릇해질 무렵 퍼져 나오는 향과 올리브유의 지방이, 향기 분자를 머금어 차돌박이 기름과 뒤섞인다.

차돌박이는 다른 부위와 달리 근육 사이에 지방이 촘촘히 박혀 있다. 지방은 불판 위에서 천천히 녹으며 고기를 마르지 않게 하고, 육즙을 품은 채 표면 온도를 빠르게 올린다. 차돌박이는 오래 구울수록 맛이 좋아지는 부위가 아니다. 얇게 썬 차돌은 수분이 적고 지방이 많기 때문에 20~30초만 구워도 단백질이 응고되고 지방이 적당히 녹는다. 그 이상 익히면 수분은 빠져나가고 지방도 대부분 녹아 식감이 질겨진다. 차돌박이는 오래 굽는 음식이 아니라, 가장 맛있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먹는 음식이다.

때문에 차돌박이는 많은 사람과 먹기에는 아쉬운 부위이다. 집게와 젓가락이 오가는 사이 고기는 익어가고, 어느새 굽는 것이 아니라 볶는 음식이 되어 버린다. 가장 맛있는 순간은 짧은데,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그 순간은 쉽게 지나가 버린다.

좋아하는 고기도 성격을 따라가는 모양이다. 북적이는 회식보다 두세 사람이 마주 앉는 식사를 좋아한다. 돼지고기는 속까지 바싹 익혀야 하지만, 소고기의 대부분은 가장 맛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한 점을 굽고, 한 점을 먹고, 다시 한 점을 올리는 그 짧은 사이를 메꾸는 건 우리의 대화다. 

차돌박이를 먹으며 우리의 사이도 함께 익어간다. 고기를 서둘러 올리지 않는다. 빈 불판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차돌박이 한 점이 익어가는 동안 또 한마디를 나눈다. 우리 사이의 농도를 짙게 하려면, 고기를 늦게 올리는 편이 좋다. 고기보다 대화가 먼저 달아오를 때 더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간극을 좋아한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은 차돌박이의 맛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고기 한 점이 익는 동안 천천히 말을 나누고, 가장 맛있는 순간을 서두르지 않고 함께 기다리고, 같은 속도로 식탁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나누는 데 차돌박이가 가장 어울렸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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