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6> 집밥의 편안함이 있는 강남의 시골밥상
김대식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8-06 15:00:48
[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유흥과 소비의 최전선,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점심시간이면 빌딩 숲 사이로 회사원들이 분주하게 흩어지고, 저녁이면 술잔을 기울일 식당을 찾아 또 다른 인파가 움직인다. 화려한 간판들 사이를 걷다 보면 뜻밖에도 시골 밥상이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 후배 소개로 만난 시골밥상
“강남인데 이곳은 좀 한적한 느낌이 있네요?”
내가 시골야채된장을 찾은 건 경찰 후배 덕분이었다.
"오늘은 제가 한턱내겠습니다. 경찰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집입니다."
그렇게 따라간 곳이 시골야채된장이었다. 이름부터 마음을 풀어놓는다. 강남 한복판인데도 가게 외관은 마치 시골 장터 입구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다.
첫인상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는 주저 없이 만점을 줬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찾게 된 이유는 음식보다 먼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메뉴판 맨 위에는 청국장이 있다. 괜히 첫 자리를 차지한 것이 아니다. 큼지막한 양푼에 보리밥을 담고 청국장을 넣은 뒤 치커리와 콩나물, 시래기, 무생채, 부추, 열무김치까지 제철 반찬을 조금씩 올려 비벼 먹는다.
한 숟갈 떠먹는 순간 "그래, 이 맛이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고 구수하다. 집에서 먹던 밥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개성있는 찌개와 명불허전의 밑반찬
이 집은 청국장 하나만 잘하는 곳이 아니다. 목살 김치찌개는 오래 끓여낸 김치의 깊은 맛과 큼직한 목살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우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꽁치 김치찌개를 좋아하는데 이 집은 ‘꽁치전골’로 상차림이 나온다.
돼지고기는 지방이 녹아든 묵직함이 좋지만 꽁치는 등푸른생선 특유의 진한 감칠맛과 살짝 비린 향을 동시에 낸다. 조금 더 칼칼하고 개운한 느낌을 준다.
"이 집은 찌개가 왜 이렇게 다 맛있죠?"
"오래 장사한 집은 이유가 있잖아요."
괜한 말이 아니었다.
5천 원짜리 양푼 계란찜도 그냥 곁들이는 메뉴가 아니다. 폭신하게 올라온 계란찜은 매운 찌개와 삼겹살 사이에서 완벽한 쉼표가 되어 준다.
밑반찬도 허투루 내놓지 않는다. 열무김치와 오이김치,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물들은 하나같이 제 역할을 한다. 주연은 청국장이지만 조연들이 워낙 탄탄해 한 상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강남 직장인들의 하루가 담긴 시골 밥집
점심에는 백반집이지만 저녁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생삼겹살과 목살을 중심으로 직장인들의 회식이 시작된다.
소주잔이 오가고 웃음소리가 커질 즈음에도 이 집 특유의 푸근함은 그대로다. 한 끼 식사도 되고, 편한 술자리도 되는 집. 그래서 단골이 생기고 또 단골이 단골을 데려온다.
강남에서 집밥이 그리운 날, 혹은 부담 없이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은 저녁이라면 이 집을 권하고 싶다. 편안함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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