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밤을 채운 두 가지 맛, ‘육전’과 ‘앉은뱅이밀 초콜릿’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7-29 10:42:45
[Cook&Chef = 이경엽 기자] 지역의 전통 식재료가 여름밤 야시장 한가운데 들어섰다. 진주시는 ‘리버나이트 진주 야간 미식여행 쿡&톡’ 프로그램을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육전과 초콜릿이라는 두 가지 메뉴를 통해 미식 관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진주시가 여름철 야간관광 콘텐츠의 일환으로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27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운영한 것으로, 관외 관광객 40여 명을 사전 선정해 진주 고유의 식재료와 전통을 체험형 메뉴로 구현했다.
전통 밀가루가 수제 초콜릿으로… '앉은뱅이밀'의 변신
1·3회차 프로그램에서는 진주의 로컬공간인 ‘망경싸롱’에서 진주 앉은뱅이밀을 활용한 수제 초콜릿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 단순한 만들기 체험을 넘어, 초콜릿의 외형을 ‘진주성’과 ‘하모(갯장어)’ 형상으로 디자인해 지역성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점이 인상 깊었다.
앉은뱅이밀은 키가 작고 향이 강한 전통 밀 품종으로, 진주 지역에서 복원과 활용이 꾸준히 이어져온 로컬 식재료다. 참가자들은 직접 초콜릿 반죽에 이 밀가루를 활용해 모양을 만들고, 포장까지 체험함으로써 ‘식재료–기술–문화’가 연결된 로컬 콘텐츠의 완성형을 경험했다.
시장 골목에 울려 퍼진 지글지글한 ‘육전’
2·4회차에는 진주의 전통시장인 논개시장 내 누들로드에서 ‘진주 육전 만들기 체험’이 열렸다. 육전은 진주비빔밥의 고명으로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 얇게 썬 쇠고기를 계란물에 입혀 구워내는 조리 방식이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시장 상인과 함께 전을 부치며 서로의 조리법을 공유했고, 시장 특유의 정감 어린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교감”을 나눴다. 야시장 특성에 맞춰 야간 조명이 조리대와 음식에 집중되며, 시각적으로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메뉴 중심 관광 기획의 가능성
이번 ‘쿡&톡’ 프로그램은 진주 육전과 앉은뱅이밀 초콜릿이라는 두 가지 상징 메뉴를 전면에 내세운 구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행사는 ‘요리 체험 → 메뉴의 문화적 설명 → 소규모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구성되어, 참가자들에게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메뉴를 통한 진주의 스토리를 경험하는 시간으로 작용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진주의 전통시장, 로컬 공방, 공연 콘텐츠 등을 하나로 엮어 ‘먹고, 만들고, 이야기하는 진주의 밤’을 구현한 사례”라며, “음식 하나가 도시의 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진주는 지금, 야간관광의 실험실
진주시는 전국 10대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된 바 있으며, 이번 ‘쿡&톡’ 외에도 ▲대한민국 밤밤 페스타 ▲하모 나이트 미션투어 ▲남강 별밤 피크닉 ▲나이트 자슐랭 투어 등 야간 콘텐츠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식 콘텐츠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은 외지 관광객 유치와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타 지자체에도 시사점을 준다.
‘쿡&톡’ 프로그램은 메뉴를 도시의 언어로 활용한 기획이다. 단순한 체험이 아닌, 지역 식재료의 재해석과 로컬 시장의 실질 참여, 그리고 문화 콘텐츠로서의 음식이 중심이 된 사례다.
‘전통시장 골목에서 만난 육전’, ‘진주성 모양의 초콜릿’은 결국 진주라는 도시가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는지를 좌우할 상징이 된다. 이처럼 메뉴를 매개로 한 야간관광은 ‘지속 가능한 로컬 미식 콘텐츠’로의 진화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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