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터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싸이버거 신화’ 잇는 ‘슈퍼싸이더블킥’
정서윤 기자
cnc02@hnf.or.kr | 2025-12-13 11:31:00
[Cook&Chef = 정서윤 기자] 토종 치킨·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어떻게 20년 넘게 살아남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을까. 외국계 버거 프랜차이즈가 국내 시장을 들락날락하는 사이, ‘싸이버거’ 하나로 시작된 이 브랜드는 어느새 골목 상권을 넘어 핵심 상권까지 파고들며 존재감을 키워 왔다. 그리고 이제, 그 흐름 위에서 ‘슈퍼싸이버거’의 후속작인 ‘슈퍼싸이더블킥’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치킨버거 라인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맘스터치의 출발점은 화려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버거 시장은 이미 글로벌 브랜드들로 충분히 채워져 있었다. 그 안에서 맘스터치는 정면 승부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중심 상권 대형 매장이 아닌, 학교와 주택가 위주의 골목 상권에 먼저 들어간 것이다. ‘대신 가까이 가자’는 전략이었다.
여기에 브랜드 콘셉트는 한 가지로 단순했다. “엄마가 만들어주는 한 끼 같은 버거.” 주문 즉시 조리하는 방식으로, 패티를 미리 구워 쌓아 두기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즉석 조리를 선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패스트푸드라기보다, 값은 비슷하지만 더 제대로 만든 버거를 먹는 기분을 주는 지점이었다.
맘스터치가 본격적으로 방향을 튼 건 2005년, 치킨버거 ‘싸이버거’를 내놓으면서부터다. 허벅지살을 그대로 사용한 두툼한 패티는 입을 크게 벌려야 겨우 한입 베어 물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가격은 당시 경쟁사 프리미엄 버거보다 낮게 책정했고, 양은 푸짐했다. 자연스럽게 ‘가성비 버거’, ‘혜자버거’라는 별칭이 붙었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싸이버거’가 브랜드의 토대를 닦았다면, 이후의 성장엔 꾸준한 메뉴 확장이 있었다. 치킨, 버거, 사이드, 디저트까지 라인업을 넓히면서도, 기본적으로 “가격 대비 만족감”이라는 축은 유지했다. 광고·모델 비용을 최소화하고 그만큼을 제품 원가와 양에 투입하는 방식은 맘스터치만의 오랜 공식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맘스터치는 자연스럽게 국내형 QSR(Quick Service Restaurant) 브랜드로 진화했다. QSR은 말 그대로 ‘빠른 식사’를 제공하는 외식 업태를 뜻하지만, 단순 스피드 경쟁을 넘어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 주문·조리·결제·회전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 표준화된 메뉴와 프로세스, 그리고 테이크아웃·배달까지 엮인 플랫폼 역할이다.
맘스터치는 이 QSR 구조를 골목 상권에 맞게 현지화했다. 대형 매장과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가까운 곳에 항상 있는 브랜드”라는 감각을 쌓았다. 최근에는 여기에 전략을 하나 더 얹고 있다. 치킨·버거 중심 브랜드에서 피자까지 품을 수 있는 ‘QSR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버거·치킨·피자를 3:3:3 비율로 가져가는 구조를 목표로, 메뉴 포트폴리오를 넓혀 가는 중이다.
이런 흐름 위에서 등장한 제품이 ‘슈퍼싸이버거’였다. 브랜드 론칭 20주년을 기념해 2023년 한정 출시된 이 메뉴는 기존 싸이버거 패티보다 더 크고 두툼한 ‘빅사이즈 싸이패티’를 앞세워 출시 4주 만에 50만 개가 판매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하루 평균 약 1만8000개, 분당 20개가 넘게 판매되는 속도였다. “싸이버거 위에 올라탄 또 하나의 신화”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빠른 흥행이었다.
이번에 나온 ‘슈퍼싸이더블킥’은 그 후속작이자, 최근 외식 시장의 키워드인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를 정면 겨냥한 메뉴다. 기본 틀은 슈퍼싸이버거와 같다. 빅사이즈 싸이패티, 압도적인 볼륨감, 치킨 자체의 맛을 먼저 느낄 수 있는 구성. 여기에 이번에는 ‘소스와 시즈닝을 따로 제공한다’는 발상을 더했다.
‘슈퍼싸이더블킥’의 핵심은 이름 그대로 ‘더블 킥 옵션’이다. 버거 자체에는 부드럽고 산뜻한 풍미의 시크릿 소스를 기본 적용하고, 여기에 별도 소포장으로 깊은 훈제향의 ‘딥스모크 머스타드’ 소스와 달콤고소한 ‘고메버터 시즈닝’을 함께 준다.
소비자는 먼저 번보다 큰 싸이패티를 그대로 한입 베어 먹으면서 치킨 본연의 맛을 느끼고, 이후에는 취향에 따라 소스와 시즈닝을 조합해 ‘찍먹·부먹·섞먹’ 등 각자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같은 메뉴라도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맛의 경험이 나오는 셈이다.
이런 구성은 QSR 시장에서 요즘 특히 부각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해진 레시피 그대로 먹는 것보다, 옵션을 고르고, 소스를 직접 더하고, 나만의 조합을 찾는 과정을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었다. 특히 MZ세대는 “남들이 다 먹는 그대로”보다 “조금이라도 내 방식이 들어간 메뉴”에 더 높은 만족감을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맘스터치 입장에서는 이런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기존 싸이버거·슈퍼싸이버거 팬층은 물론, 새로운 경험을 찾는 젊은 고객층까지 품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든 셈이다. “커스터마이징 버거=슈퍼싸이 라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경우, 단일 메뉴를 넘어 하나의 서브 브랜드처럼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프로모션 구성도 이 흐름을 따라간다. 맘스터치는 ‘슈퍼싸이더블킥’ 출시와 함께 공식 앱에서 세트 구매 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신제품과 베스트셀러 메뉴를 조합한 ‘크리스피 세트’ 3종을 연말 시즌 한정으로 선보인다. ‘크리스피 커플팩’ ‘크리스피 트리플팩’ ‘크리스피 패밀리팩’ 등으로 구성된 이 세트는 인원 수에 맞춰 싸이버거, 슈퍼싸이더블킥, 치킨과 감자, 음료를 함께 고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버거 하나에서 시작된 브랜드가 QSR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과정은 결국 “얼마나 일관되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진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맘스터치는 싸이버거로 쌓아 올린 신뢰를 바탕으로, 이제는 슈퍼싸이 라인을 통해 프리미엄 치킨버거 시장까지 시야를 넓히려 하고 있다.
‘슈퍼싸이더블킥’은 그 시도 한가운데 있는 메뉴다. 싸이버거 특유의 만족감, 슈퍼싸이버거의 볼륨감, 그리고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요즘 감각이 한 번에 겹쳐지는 지점.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 입맛대로 조합할 수 있는 대형 치킨버거”라는 단순한 문장으로 정리될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누구든 매장에 들어가 그 버거를 집어 드는 순간, 맘스터치가 왜 여기까지 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까지 가려 하는지, 한 번쯤은 떠올려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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