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로잡은 ‘더티 소다’…새로운 음료 혁명일까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18 17:02:16
커스터마이징 시대의 새로운 주자
[Cook&Chef = 송채연 기자] 미국에서 ‘더티 소다(Dirty Soda)’가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며 침체된 탄산음료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탄산음료에 향 시럽, 크림, 우유 등을 섞어 만드는 이 음료는 화려한 색감과 달콤한 맛, 낮은 카페인 함량을 앞세워 젊은 소비층, 특히 18~35세 여성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더티 소다는 2010년 유타주의 음료 체인 ‘스윅(Swig)’에서 처음 소개된 지역 기반 메뉴였지만,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올린 레시피가 폭발적으로 퍼지며 전국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기관 써카나(Circana)는 더티 소다를 “외식 한 끼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저렴하고 재미있는 간식형 음료”라고 정의하며,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긍정적인 경험을 선호하는 소비 심리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탄산음료 소비량은 건강 우려로 오랜 기간 감소세였으나, 최근 2년간 소폭 반등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더티 소다와 프리바이오틱 소다의 인기를 두고 있으며, 특히 Z세대의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이러한 트렌드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식업계와 제조사 모두 움직였다
더티 소다의 급격한 상승세는 외식업계도 즉각 반응하게 했다. TGI 프라이데이는 여름철에는 알코올을 첨가한 더티 소다를 한정 출시했고, 맥도날드는 일부 매장에서 향을 가미한 소다를 시험적으로 선보이며 가능성을 탐색하는 중이다. 타코벨 역시 자사의 인기 메뉴인 ‘바하 블래스트’에 크리미한 요소를 더한 변형 메뉴를 내놓아 주목받았다. 기존 소다 머신과 크리머만으로 손쉽게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이 업계 도입을 가속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 음료기업들도 발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펩시코(PepsiCo)는 올해 출시한 ‘펩시 와일드 체리 앤 크림’이 예상보다 높은 반응을 얻자, 더티 소다 콘셉트의 신제품을 내년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개인의 SNS 레시피 공유에서 시작된 흐름이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 개발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음료 시장의 구조 변화가 표면으로 드러난 장면이기도 하다.
‘필크’와 맞닿은 소비 문화… “나만의 조합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2022년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공개한 펩시의 한 광고에서 선보인 필크(Pilk, 펩시+우유)가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더티 소다와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탄산음료에 우유나 크림을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Z세대로부터 ‘재미있는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틱톡에서는 콜라에 코코넛 크림을 넣거나 스프라이트에 베리 시럽과 하프앤하프를 더하는 등의 수많은 조합이 매일같이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음료 유행이 아닌, 미국 음료 시장이 소비 방식 자체를 새롭게 재편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커스터마이징이 음료 시장 전반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SNS 확산력이 브랜드 전략과 유통 구조까지 흔들어놓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외식업계에서 시작된 흐름이 소매 유통과 RTD(Ready-to-Drink) 제품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점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커피 중심의 미국 음료 시장은 지금, 더티 소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등장으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나만의 한 잔’을 찾는 세대의 소비 경험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으며, 더티 소다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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