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의 발견이 인류 문명의 전환점"

임윤아 기자

cnc02@hnf.or.kr | 2026-08-03 15:03:48

『스파클링 동화 - 호모에렉투스』를 펴낸 차영기 작가
바비큐에 담긴 인간과 문명에 대한 탐구가 집필 초점

[Cook&Chef = 임윤아 기자] 삼성전자 마케터 출신인 차영기 작가는 2000년부터 바비큐를 연구하며 음식과 인간, 문명의 연결고리를 탐구해 왔다. 국내에 생소했던 프로바비큐어라는 영역을 개척하며 바비큐의 전문성과 가능성을 넓혀온 그는 최근 전자책 플랫폼 유페이퍼를 통해 뇌세척청량동화 『스파클링 동화 - 호모에렉투스』를 출간하며, 음식과 인문학을 잇는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호모에렉투스에 담긴 창작 배경과 글쓰기 철학, 한국 바비큐의 세계화를 향한 그의 비전을 들어봤다.

『스파클링 동화 - 호모에렉투스』유페이퍼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 = 차영기 작가 페이스북

100편의 이야기로 풀어낸 인간과 문명에 대한 시선

왜 하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인가. 이 질문의 답은 ‘불의 발견’이라는 인류 문명의 거대한 전환점에 있다. 약 180만 년 전 등장한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다루기 시작하며 인류의 삶을 뒤바꾼 존재로 거론된다. 불의 사용은 음식을 익혀 먹는 문화를 낳았고, 사람들은 불을 중심으로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이는 인류의 생존 방식뿐 아니라 음식 문화의 발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바비큐는 인류의 오랜 음식 문화와 공동체적 의미를 이어가는 상징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호모에렉투스』는 총 100편의 짧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차 작가는 처음부터 긴 서사를 쓰기보다 독자가 부담 없이 한 편씩 읽으며 스스로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형식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각 작품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지만, 전체를 이어 읽으면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루도록 구성했다. 인간의 욕망과 공동체, 자연과 삶, 죽음과 순환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았으며,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가 각자의 경험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00편 가운데 독자분들께 가장 소개해드리고 싶은 작품은 마지막 편인 '흰눈썹'입니다. 흰눈썹은 오랜 시간 부족을 지켜보며 삶의 지혜를 쌓아온 존재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연의 순환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인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마지막 편까지 읽으시면 앞선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작품이 전하는 의미를 조금 더 깊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차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으로 '부감(俯瞰)'을 자주 이야기했다. 현실 속으로 깊이 빠져들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를 바라볼 때 비로소 본질이 보인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가 지나치게 빠르고 복잡하게 흘러가면서 사람들 역시 문제 속으로만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인간과 문명, 자연을 함께 바라보며 글을 쓰려고 노력해 왔고, 이러한 시선이 『호모에렉투스』 전반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세상의 경험을 하나의 작품으로, 부감(俯瞰)의 사유가 이끈 글쓰기

차영기 작가의 글쓰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에서 시작된다. 이번 『호모에렉투스』 역시 살아오며 마주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이 녹아든 부감의 결과물이다. 일상 속에서 얻은 깨달음과 사람에 대한 관찰을 이야기로 확장하며, 자신의 삶과 시대에 대한 고민을 기록해 왔다. 나이가 들수록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작은 의미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은 꾸준한 창작의 원동력이 됐다.

특히 100편으로 완성된 『호모에렉투스』는 차 작가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작품이다. 그는 작품을 집필하는 과정 자체에 큰 즐거움을 느꼈으며, 앞으로도 인간과 문명,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차기작을 연재할 계획이다.

사진 = 본인 제공

완결은 끝이 아니라 과정...한국 바비큐의 위상과 철학을 알릴 것

『호모에렉투스』의 출간은 차영기 작가에게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더 큰 작업을 위한 출발점이다. 바비큐를 통해 인간과 문명을 연구해 온 그는 앞으로도 음식과 인문학을 잇는 다양한 저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인류 바비큐 문명사』와 『한국 바비큐 문명사』 집필을 마친 그는 한국 바비큐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보다 깊이 조명하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저에게 출판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호모에렉투스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인간과 음식, 문명을 연결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가고 싶습니다.”

차 작가의 시선은 이제 세계 무대로 향하고 있다. 특히 2027년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BBQ World Cup’에 대한 기대와 비전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는 기존의 마니아 중심 바비큐 행사가 아닌 NFL·NHL 등 미국 프로스포츠 산업을 성장시킨 프로모터들과 글로벌 이벤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무대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차 작가는 이를 바비큐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이자 스포츠로 확장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 작가는 그동안 바비큐를 단순한 조리 기술이 아닌 인간의 역사와 철학이 담긴 문화 영역으로 바라보며 연구해 왔다. 특히 오랜 시간 축적된 우리 민족의 음식 문화를 바탕으로, 서양식 바비큐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만의 독창적인 레시피와 조리 철학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이다.

차 작가는 “한국 바비큐만의 정체성을 담은 레시피를 제대로 선보이고 싶다”며 “바비큐를 통해 한국 음식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아마추어와 프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이자 스포츠로 성장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임을 덧붙였다.

불과 음식에서 시작된 인간의 문명적 의미를 탐구해 온 차영기 작가. 그의 시선은 이제 한 권의 책을 넘어 한국 바비큐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새로운 도전으로 향하고 있다. 경험을 기록하고, 음식을 통해 인간과 문명을 이야기하는 그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Cook&Chef / 임윤아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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