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노트] 속으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2026-08-19 15:04:31

톡톡 터지는 식감은 작은 꽃과 씨...식이섬유 등 영양 만점 식물성 재료 사진 = 쿡앤셰프 DB

[Cook&Chef = 송자은 기자] 폭염이 모든 과일에 악재인 것은 아니었다. 올해 뜨거운 햇볕 속에서 유독 달게 익은 과일은 무화과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광주·전남 강수량은 147.6㎜로 평년의 56.8%에 그쳤다. 비는 적고 햇빛은 강해지면서 전남 무화과 산지에서는 과일의 색과 당도가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산량도 늘고 있다. 전남 무화과 생산량은 2020년 6570여 톤에서 지난해 1만1530여 톤으로 약 75% 증가했다. 재배면적 확대와 기술 개선이 함께 작용한 결과지만, 올해는 덥고 건조한 날씨까지 맞물리며 좋은 작황이 기대되고 있다. 폭염 속에서 나타난 뜻밖의 풍작이다. 

그런데 무화과의 반전은 날씨에서 끝나지 않는다. ‘꽃이 없는 과일’이라는 이름과 달리, 무화과를 반으로 가르면 그 안에서 수백 송이의 작은 꽃을 만날 수 있다.

과일가게에서 가장 억울한 이름

무화과는 한자로 ‘꽃이 없는 과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 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열매라고 생각하는 둥근 부분이 꽃을 감싸는 주머니처럼 자라고, 그 안쪽에 수많은 작은 꽃이 피어난다.

붉고 부드러운 속살 사이에서 톡톡 씹히는 알갱이도 단순한 씨가 아니다. 안쪽에 핀 꽃이 발달해 만들어진 작은 열매와 그 안의 씨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카를로스 마차도 교수는 무화과를 수백 개의 작은 꽃이 안쪽에 모인 닫힌 꽃차례로 설명한다.

무화과 안에는 무조건 벌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도 오해다. 일부 야생종과 특정 품종은 아주 작은 무화과좀벌의 도움을 받아 꽃가루를 옮긴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상업용 무화과 가운데에는 벌의 도움 없이 열매를 맺는 품종도 많다. 무화과를 씹을 때 느껴지는 오독오독한 식감 역시 벌의 흔적이 아니라 작은 열매와 씨에서 나온다.

달콤하지만 식이섬유도 놓치지 않았다

잘 익은 무화과는 설탕을 넣은 잼처럼 달콤하다. 그렇다고 당류만 들어 있는 과일은 아니다. 식이섬유와 칼륨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무화과의 장점이다.

식이섬유는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규칙적인 배변을 돕는다. 칼륨은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하고 근육과 신경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무기질이다. 다만 평소 식이섬유를 많이 먹지 않던 사람이 무화과를 한꺼번에 여러 개 먹으면 복부 팽만이나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무화과에는 피신이라는 단백질 분해효소도 들어 있다. 피신은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연육 작용을 하기 때문에 무화과를 고기 양념이나 소스로 활용하면 좋다. 다만 무화과 몇 개가 과식의 부담을 모두 해결하거나 소화기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천연 소화제’라는 말보다 요리에 활용하기 좋은 식물성 연육 재료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건무화과, 작다고 마음 놓고 먹으면 안 되는 이유

생무화과와 건무화과는 같은 과일이지만 영양 성분의 밀도는 크게 다르다. 미국 농무부 식품성분 자료에 따르면 생무화과 100g은 약 74㎉이며 당류 16.3g, 식이섬유 2.9g, 칼륨 232㎎을 함유한다.

건무화과 100g은 약 249㎉이며 당류는 47.9g, 식이섬유는 9.8g, 칼륨은 680㎎ 수준이다. 수분이 빠지면서 식이섬유와 무기질뿐 아니라 당류와 열량도 함께 농축된 결과다. 미국 농무부 FoodData Central

건무화과가 건강에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크기가 작고 먹기 편해 무심코 여러 개를 집어 먹기 쉽다. 잘게 잘라 플레인 요구르트나 오트밀, 샐러드에 넣으면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다. 제품을 구입할 때는 설탕이나 시럽을 추가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맛있는 무화과는 색보다 꼭지를 본다

무화과는 품종에 따라 보라색과 녹색, 갈색 등 껍질 색이 다르다. 무조건 진한 보라색을 고르기보다 품종에 맞는 색이 고르게 돌고 전체적으로 통통한 것을 선택한다. 꼭지가 지나치게 마르지 않고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부드러운 탄력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물컹하거나 즙이 새고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신선도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밑부분의 작은 구멍이 벌어진 무화과는 충분히 익은 상태일 수 있으므로 먼저 먹는다.

무화과는 오래 두고 먹는 과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은 냉장 보관하더라도 구입 후 2~3일 안에 먹을 것을 권한다. 미리 씻으면 표면에 남은 물기 때문에 더 빨리 무를 수 있다. 씻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씩 키친타월로 감싸고 서로 눌리지 않도록 용기에 담아 냉장한다. 먹기 직전 약한 흐르는 물로 가볍게 씻으면 된다.

생무화과는 그릭요구르트나 리코타치즈, 견과류와 특히 잘 어울린다. 통밀빵이나 샐러드에 올려도 좋다. 너무 익어 모양이 흐트러졌다면 스무디나 드레싱, 고기 소스로 활용할 수 있다.

꼭지의 흰 유액은 햇빛과 만나면 자극

무화과를 손질하다 보면 꼭지에서 우유처럼 하얀 유액이 나올 수 있다. 잎과 줄기, 덜 익은 열매에도 이 유액이 들어 있다. 유액이 피부에 묻은 상태로 햇빛을 받으면 붉어짐이나 가려움, 물집을 동반한 식물광피부염이 나타날 수 있다.

무화과를 직접 수확하거나 많은 양을 손질할 때는 장갑을 착용한다. 유액이 묻었다면 바로 비누와 물로 씻고 해당 부위가 강한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무 라텍스나 벤자민고무나무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무화과에도 교차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무화과를 먹은 뒤 입술이나 목이 붓고 호흡이 불편하다면 즉시 섭취를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폭염 속에서 유난히 달게 익은 올해 무화과는 지금 맛봐야 할 제철 식재료다. 생과는 신선할 때 즐기고 건과는 농축된 당류를 고려해 양을 조절한다면 식이섬유와 칼륨을 맛있게 섭취할 수 있다. 꽃이 없는 줄 알았지만 속으로 수백 송이의 꽃을 피우는 과일. 올여름 무화과가 보여준 가장 달콤한 반전이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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