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맛집은 ‘맛있는 약속이 이어지는 집’
김대식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7-23 15:04:48
소개에서 추천으로 끊임없이 연결되는 재방문
[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맛집에도 인연이 있다. 한번 들렀다가 다시는 찾지 않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내 삶의 한 장면이 되어버리는 집도 있다. 신사동 돈블리제담은 내게 그런 집이다. 처음에는 비지니스 업무로 알게 되었지만 어떤 해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 들릴 정도였다.
내가 모신 손님이 다시 자신의 손님을 데려오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그럴 때마다 좋은 음식은 결국 사람을 이어준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그래서 내게 이곳은 '맛있는 약속이 이어지는 집'이다.
#강남의 숨은 맛집을 찾아내다
처음 이곳을 찾은 것도 사람 덕분이었다. 당시 회사에서 광고 업무를 맡고 있을 때였다. 제일기획 담당자들과 일도 하고 회식도 할 겸 가끔 맛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어느 날 제일기획 본부장께서 미팅을 마치며 말을 건넸다.
“강남에 숨겨놓고 싶은 집 하나를 찾았습니다.”
그 한마디에 따라간 곳이 돈블리제담이었다.
신사동 먹자골목은 화려하다. 오래된 노포와 최신 트렌드 식당이 뒤섞여 밤이면 더욱 활기를 띠는 거리다. 그 한복판에 오래된 강남아파트가 자리하고 있고, 그 아파트 상가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대여섯 개 남짓한 식당들이 조용히 자리 잡은 공간. 그중 한 곳이 돈블리제담이었다.
이곳을 처음 올 때 단번에 찾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상가 입구를 지나 처음 돈블리제담을 마주했을때의 인상은 지금도 선명하다. 4~8명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룸이 세 개 있고, 홀에는 열 개 남짓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번화한 거리와는 달리 실내는 차분했고, 음식은 더욱 담백했다.
# 제주로 시집간 며느리의 생활음식
‘돈블리’는 러블리(Lovely)에 돼지 돈(豚)을 더한 이름이고, ‘제담’은 제주를 담는다는 뜻이다. 제주로 시집간 며느리가 차려내는 생활 음식이라는 콘셉트답게 음식은 화려하기보다 편안했고, 자극적이기보다 건강했다. 한 상을 받고 있으면 보양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 먼저 든다.
“이 집은 음식이 참 편안하네요.”
처음 함께 갔던 일행이 했던 말인데, 그 한마디가 이 집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표현이다. 그날 이후 돈블리제담은 내 아지트가 되었다. 손님뿐만 아니라 지인들이나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은 늘 돈블리제담이었다. 소개받은 손님은 또 다른 손님을 데려왔고, 그렇게 단골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나 역시 개인 와인잔을 맡겨놓고 사용할 정도였다.
제주 음식에 오메기술도 훌륭하지만 의외로 화이트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담백한 돔베고기, 은은한 된장 향을 머금은 제주 음식, 그리고 산뜻한 와인의 조화는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오늘도 제 와인 잔 꺼내 주세요.”
그러면 이모님께서 웃으며 익숙하게 잔을 가져다주곤 했다. 그런 사소한 익숙함들이 쌓여 단골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돔베고기에서 접짝뼈전골, 고기국수까지
돈블리제담의 코스는 크게 하르방코스와 아방코스다. 3~4인이 함께 즐기기 좋은 구성으로 12만 원부터 18만 원 선이다. 예약하면 1인 10만 원의 스페셜코스도 맛볼 수 있다. 기본 흐름은 제주를 그대로 담아낸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돔베고기로 시작해 전복이 들어간 제주 된장물회가 이어지고, 새콤달콤한 한치무침이 입맛을 한 번 더 깨운다.
이어지는 접짝뼈전골은 이 집의 백미다. 무와 함께 오래 끓여낸 국물에 제주 메밀이 더해져 걸쭉하면서도 담백하다. 보양식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노릇하게 구워낸 옥돔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여기에 해물뚝배기나 계절 메뉴를 곁들이면 더욱 풍성한 제주 식탁이 완성된다.
마지막은 국수다. 비빔국수와 얼큰국수, 고기국수가 준비되는데 처음 찾는다면 얼큰국수가 무난하다. 진한 국물과 담백한 고명이 코스의 마무리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후식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 며느리의 손맛이 담긴 작은 디저트 하나가 식사의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낡은 강남아파트 상가로의 시간여행
강남은 늘 빠르게 변한다. 유행이 바뀌고 간판이 바뀌고 사람도 바뀐다. 하지만 신사동 먹자골목 한쪽 오래된 아파트 상가 안에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식당이 아직 남아 있다.번화한 강남 한복판에서 시간을 잠시 거꾸로 돌리고 싶다면, 그리고 제주의 담백한 한 상으로 마음까지 쉬어가고 싶다면, 우리는 오늘도 망설임 없이 돈블리제담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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