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CIOUS> 동교동의 멋스런 중식 레스토랑, 중화복춘 골드
김형종
cooknchef@daum.net | 2017-12-19 17:59:17
자리에 앉으면 환한 표정의 직원이 다가와 철관음(鐵觀音)과 자스민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차를 내민다. 철관음? 익숙하지 않은 이름에 괜히 들여다보게 된다. 20일 동안 바다를 건너온 귀한 차라고 하니 마음이 동한다. 차를 마시며 기다리다 보면 밑반찬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짜사이를 맛볼 수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청량감과 새콤함에 입 안이 상쾌해진다.
사진 조용수
동교동의 멋스런 중식 레스토랑, 중화복춘 골드
▲ 동교동에 위치한 중화복춘 골드 |
“조금 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을 만들자는 뜻에서 그런 겁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저희는 작은 소품에서부터 시작해 종국에는 중국 내에서도 고급스럽다고 평가를 받는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중화복춘의 대표 남복춘 오너셰프는 “중화복춘의 요리는 기본적으로 한국식 중식이 아닌 중국식을 표방한다”면서 “특히, 항주, 소주, 남경, 복건 지역 등 중국 중부지방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출구에서 멀지 않은, 행정구역상 동교동에 자리 잡은 중화복춘 골드는 연남동에 위치한 ‘중화복춘 연남’에 이은 2호점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관리를 하면서 중화복춘만의 신념과 맛을 유지하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중화복춘 연남은 골드에 비해 클래식한 맛을 연출한다. 남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연남은 중국 본토의 맛에 조금 더 충실하고, 골드는 맛의 동일성은 유지하면서도 거기에 프리미엄을 더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본토의 맛을 약 20% 정도 현지화했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이다.
▲ 중화복춘 대표 남복춘 오너셰프 |
남 대표는 중식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음식이라고 전하면서 중국, 터키, 프랑스 요리를 세계 3대 요리라 칭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중식이 보수적이라고 한다.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전통적인 소스에 고추장 같은 다른 나라의 재료를 접목해도 프랑스 요리로 인식하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약간의 변화를 주어도 중식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중식을 공부한 남 대표에게는 그 점이 조금 안타깝게 비쳤다.
현재 중화복춘의 총괄셰프를 맡고 있는 정지선 셰프와도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중화복춘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남 대표는 정지선 총괄셰프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열린 대화를 통해 중화복춘을 한층 더 진화된 레스토랑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래서인지 중화복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편으로 오픈형 키친이 눈에 들어온다. 오픈형 키친은 많은 곳에서 선택하고 있지만 중화복춘의 주방은 어딘가 다르다. 실내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현관을 열고 집안에 들어섰을 때 만나게 되는 주방 같다. 이어서 중식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테리어가 남다르다. 중식당이라는 편견을 갖지 않고 내부를 살펴본다면 유럽식 요리를 내는 레스토랑으로 착각할 만하다. 이렇듯 남 대표는 진보적인 가치를 중화복춘에 접목시켰다. 은은한 팝이 흐르고, 산뜻한 색상의 벽지와 각종 소품을 보노라면 시각적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서빙을 하는 직원들은 서빙을 위해 고용한 이들이 아니다. 고객 서비스에서 시작해 홀 관리, 그리고 최종적으로 중화복춘의 중식 요리를 공부하는 직원들이다. 때문에 그들은 정형화된 유니폼이 아닌 셰프복 차림이어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친절한 것은 물론이고, 요리에 대해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결국 남 대표는 중화복춘의 모든 면을 직원들과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 정지선 총괄셰프와 남복춘 오너셰프 |
중화복춘의 스타 메뉴는 양장피. 일반적인 양장피라면 얇게 채를 썬 각종 채소들과 해산물이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지만 이곳의 양장피는 그렇지 않다. 커다란 접시에 오이는 편으로 자르고, 오징어 한 마리를 통째로 올리는 등 재료 하나하나의 특징을 살려 낸다. 식재료 선택도 계절과 지역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등 맛과 더불어 신뢰를 쌓는 데에도 신경을 쓴다.
여기에서도 중화복춘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물컵도 이색적이지만 여타 중식당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이국적인 접시나 그릇에 프랑스 기법을 활용해 플레이팅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형적인 중식의 외양이 아닌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일탈의 묘미 또한 맛볼 수 있다.
진보한다는 건 기존의 틀을 깬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한 접시의 요리에 중화복춘의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고민의 흔적을 요리에서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다.
남 대표가 추천하는 메뉴는 ‘샨둥 하이루오’ 즉, 산동 소라찜이다. 국내에서 접하는 소라찜과는 전혀 다른 산동지방의 고급 요리로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음식이다. 먼저 흑화고라 불리는 말린 표고버섯을 물에 불려 찌고, 갑오징어, 새우 등을 다져 소스와 함께 강한 불에 볶아 뿔소라 안을 채운다. 그리고 캐비어와 흑화구로 입구를 마감한 다음 다시 쪄서 꽃빵과 함께 낸다. 참기름은 향을 위해 소량만 사용하는데, 흑화구의 독특한 향과 캐비어의 짠맛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이외에도 소주, 항주 지방의 요리에 가까운 동파육은 항주에 위치한 식당의 동파육을 모델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기를 크게 썰어 연잎으로 감싼 다음 쪄 내는데, 고기에서 연잎향을 느낄 수 있어 중국에 굳이 가지 않아도 중국 본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요리라고 한다.
‘복춘 초마’라는 짬뽕은 그 중독성이 강해 한번 먹어본 이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육수에서 느껴지는 불맛은 입안에서 감칠맛이 돌게 만들고, 자연송이, 죽순, 소라, 새우, 꽃게 등 신선한 재료들이 잘 어우러져 "내가 바로 고급 짬뽕이다" 하고 말하는 듯하다. 13,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맛을 본다면 비용이 아깝지 않다. 굳이 부연하자면 5성급 호텔 중식당보다 더 맛있는 짬뽕을 절반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중화복춘 골드다.
▲ 중화복춘 골드에서는 중국 본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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