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타코가 이렇게 럭셔리했나? 맛·분위기·가성비 모두 잡은 멕시칸 오마카세 ‘맷돌’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11 23:54:43
셰프가 직접 만드는 토르티야로 맛과 식감 다채로워
(좌) 시그니처 참다랑어 토스타다 (우) 멕시칸 초리조 그리고 살사. 사진=[맷돌 SNS]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미쉐린 가이드가 검증한 맛집은 가고 싶은데 지나치게 비싼 가격은 부담되고, 하지만 맛과 분위기는 포기할 수 없다면 멕시칸 오마카세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멕시칸 레스토랑 ‘맷돌’은 2024·2025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 빕 구르망에 연이어 이름을 올렸다. 2024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멕시코 음식점이 오른 건 2016년 발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미쉐린 가이드는 “전형적인 틀을 벗어난 젊은 셰프들의 시도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맷돌은 호주와 프랑스에서 경력을 쌓고 비스트로를 운영했던 이창윤 셰프가 2023년 5월 문을 연 작은 레스토랑이다. 이 셰프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멕시코 요리의 핵심 재료인 토르티야다. 멕시코에서 배운 방식 그대로 마사를 직접 반죽해 손으로 눌러 굽는 과정이 오픈 키친을 통해 그대로 보인다. 기본 재료를 직접 만들고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조합해 멕시코 음식이 가진 뼈대를 유지하되 지금의 식탁에 맞게 해석하는 방식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직접 만든 토르티야가 들어간 맷돌의 토스타다와 타코를 먹어 보면 식감과 풍미가 천편 일률적인 기존의 토르티야 요리와 차원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맷돌의 주인공은 화려한 토핑 아닌 토르티야 그 자체
현재 맷돌은 애피타이저부터 타코·토스타다, 디저트까지 구성된 3만 9,000원의 테이스팅 코스를 운영한다. ‘멕시코 오마카세’답게 멕시코식 스트리트 타코와 다르며, 한입 단위로 구성된 코스 요리에 가깝다.
대표 요리는 참다랑어 토스타다다. 참다랑어 토스타다는 바삭한 토르티야 위에 크림, 할라피뇨, 참치를 얹어 산미와 매운맛이 균형을 이룬다. 갑오징어 토스타다는 두 종류의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에 각기 다른 살사를 더해 식감과 풍미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돼지고기 까르니따스 타코는 부드럽게 조리한 돼지고기와 고수, 라임, 그린 살사가 균형을 잡는다. 또르티야 안에 치즈를 넣어 구운 테텔레는 고소함이 뚜렷해 코스 중간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디저트는 따뜻하게 튀긴 마사 츄로에 바닐라 소스를 곁들여 마무리한다.
셰프가 직접 만드는 토르티야. 사진=[맷돌 SNS]
맷돌의 또 하나의 특징은 메뉴마다 토르티야의 재료와 식감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형태의 타코가 반복해서 오르지 않으며, 각 요리가 가진 개성이 식감 변화로 확실히 구분된다. “토르티야 자체가 맛있다”는 후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방문 인원수에 맞게 코스 요리를 주문하고 과카몰레 딥이나 수제 또르티야 칩, 참다랑어 토스타다, 멕시칸 초리조 타코 등의 단품 메뉴도 추가 주문 가능하다.
오픈 1년도 안 돼서 미쉐린 선정... 빠르게 자리 잡은 신예 레스토랑
레스토랑의 공간 역시 가벼운 타코집이라기보단 아담한 비스트로에 가깝다. 성수동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매장은 외관부터 와인바처럼 단정한 분위기다. 작은 규모이지만 조명이 낮고 오픈 키친이 중심에 있어 차분한 저녁 식사에 적합하다. 손님들은 요리가 조리되는 과정과 셰프가 반죽을 다루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전체적으로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데다 코스가 나올 때마다 재료와 조리법, 셰프의 의도를 설명해주니 서비스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창윤 셰프는 맷돌의 컨셉에 대해 “국내에서 멕시칸 요리가 충분히 다양화되지 않은 점이 아쉬워, 멕시코에서 접한 세련된 맛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이 “기존에 먹었던 타코 등 토르티야 요리와 다르다” “토르티야가 워낙 훌륭해 그 자체만 먹어도 맛있다” “토르티야의 차이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셰프의 의도는 적중한 셈이다.
서울숲역에서 도보 15분 거리로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예약은 필수일 정도로 언제나 인기가 많다. 영업시간은 화~토요일 오후 6시~10시이며 일요일, 월요일은 휴무다.
가벼운 타코 위주의 국내 멕시코 음식을 한층 끌어올린 맷돌, 맛과 분위기, 서비스 그 어느 것 하나 놓지 않았기에 오픈한지 1년도 되지 않아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것이 아닐까? 겨울 저녁, 한 입 한 입이 다른 식감과 향을 전하는 맷돌의 코스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