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좌의 나라에서 만난 압도적 포만감…‘스태미너동’
이승우 기자
cnc02@hnf.or.kr | 2026-08-25 15:00:34
[Cook&Chef = 이승우 기자] '소식(小食)'의 식문화로 알려진 일본이지만, 한없이 배고픈 한국인 유학생이 배 터지게 먹고 싶을 때 찾는 곳들이 있다. 매번 만만한 마츠야(규동)나 사이제리아(패밀리 레스토랑)를 가기엔 입맛이 물려버린 어느 날, 나의 발걸음은 나카노신바시역 근처에 위치한 ‘전설의 스타동(伝説のすた丼屋)’으로 향했다.
먹기도 전에 욕심이 앞선 나는 호기롭게 '오오모리(곱빼기)'를 주문했다. 진한 마늘 향을 풍기는 짭조름한 돼지고기와 파, 그리고 밥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조화에 이끌려 한동안 와구와구 숟가락질을 해댔다. 하지만 제아무리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 유학생이라도 스타동 오오모리의 압도적인 양 앞에서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절반도 채 먹지 못한 채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스스로에게 실망했던 찝찝한 기억. 무엇보다 나를 위축되게 만든 것은 머리에 하얀 두건을 두른 주인장 아저씨의 매서운 시선이었다. "다 먹지도 못할 양을 왜 시켜서 남기느냐"는 무언의 꾸짖음이 담긴 그 서늘하고 혐오스러운(?) 눈빛은, 지금까지도 내게 '음식은 딱 먹을 만큼만 시켜야 한다'는 뼈저린 반면교사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청춘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따뜻한 인심, 스타동의 역사
이토록 나에게 거대한 패배감을 안겨준 스태미너동, 통칭 '스타동'의 역사는 1970년대 도쿄 구니타치시의 한 라멘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혈기 왕성한 대학생들에게 "싸고, 배부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었던 창업주의 따뜻한 인심에서 탄생한 메뉴다. 강력한 화력에 얇게 썬 돼지고기와 비법 마늘 간장 소스를 넣고 볶아내어 밥 위에 산처럼 쌓아주는 이 투박한 덮밥은, 단숨에 젊은 층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으며 현재의 거대한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오늘날의 스타동은 단순한 가성비 외식 메뉴를 넘어섰다. 알싸한 마늘의 타격감과 간장의 감칠맛, 그리고 짠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날달걀의 완벽한 밸런스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가장 빠르고 직관적으로 에너지를 주입하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섬세한 미식의 기교는 없지만, 오히려 그 직설적인 맛이 바쁜 일상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강렬하고 직관적인 배부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교 부리지 않은 날것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 혹은 얇아진 지갑으로도 타협 없는 포만감을 느끼고 싶을 때 스타동은 가장 확실한 해답을 제시한다. 정갈하고 슴슴한 일본 미식 여행에 강력한 포만감을 주고 싶은 사람, 혹은 끈적한 늦더위에 지쳐 잃어버린 입맛을 단짠의 강렬한 한 방으로 되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스타동 가게의 문을 열어보자.
당신의 지친 몸과 마음에 직관적인 활력을 듬뿍 불어넣어 줄 것이다. 단, 처음 방문한다면 절대 호기를 부리지 말고 얌전히 '보통(나미)' 사이즈부터 시작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하얀 두건을 쓴 주인장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고 싶다면 말이다.
Cook&Chef / 이승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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