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혜의 우상향 숫자경영] 103 ... 7개 메뉴에 들어가는 식재료 숫자
윤신혜
| 2026-07-15 16:42:07
[Cook&Chef = 윤신혜 칼럼니스트] 103이라는 숫자는 제가 운영하는 브런치 매장 ‘쿳사 연희’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가짓수입니다. 그러나 메뉴는 7가지가 전부입니다. 이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적은 숫자가 아니기도 하고, 또 브런치라는 음식은 얼핏 보면 단순한 식사처럼 보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외식업을 처음 시작하면 원가라는 개념을 접하게 됩니다. 조금 더 저렴한 거래처를 찾고, 로스(폐기)를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마진을 낼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틀린 접근은 아닙다. 사업을 하는 이상 비용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에는 여전히 이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다르게 자신에게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왜 우리는 이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예를 들어 식초 하나를 고를 때도 그렇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식초, 레드와인 비네거, 애플사이다 비네거, 라임이나 유자를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음식의 인상과 밸런스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허브 역시 종류별로 각각의 역할이 있게 됩니다. 쿳사에서는 이런 작은 선택을 수없이 반복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도 사람들은 표면적 맛만으로 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하지만 ‘왠지 이 집은 다르다’라는 미묘한 차이가 주는 감각은 어느 한 가지의 특별하고 대단한 재료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가지의 기준이 일관되게 쌓였을 때 비로소 약간의 차이라는 것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쿳사에서는 좋은 음식은 단순히 좋은 재료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좋은 기준‘이 만드는 것이라 믿습니다.
같은 레시피를 다른 두 사람에게 주어도 결과가 달리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재료, 같은 레시피라도 재료를 손질하는 기준, 조리하는 기준, 마지막 터치의 손길에 대한 기준까지 제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외식업은 결국 ‘기준을 만드는 일’의 중첩이 전부인 일.
우리는 종종 성공한 음식점의 레시피를 배우려고 하고, 플레이팅을 곧잘 흉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짜 경쟁력이란 그 레시피와 흉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수많은 과정 가운데 있었을 ‘기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수백 번의 발주, 수천 번의 조리, 수만 명의 사람을 만나며 다듬어지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기준은 시간이 만듭니다.
창업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저에게서 새로 배우시는 분들께 자주 듣는 질문은 바로, ‘사장님은 어떤 식재료를 쓰세요?’ 혹은 ‘어디서 식재료를 발주하세요?’ 입니다. 하지만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식재료를 선택하실 건가요?’
좋은 식재료는 누구나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기준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기준이 없는 매장은 그날마다 가격이 싼 재료를 선택하게 되고, 유행하는 메뉴를 따라 하고, 결국 자신만의 색도 정체성도 잃어버리기가 쉽습니다. 반대로 기준이 있는 식당은 선택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그 재료를 쓰는 이유, 조금 더 번거로워도 직접 만드는 이유, 이렇게 이유가 쌓이면 브랜드가 됩니다.
저는 이제 103이라는 숫자를 식재료의 개수로 보지 않습니다. 8년 가까이 쌓아 온 103개의 원칙이자 기준입니다.
---
윤신혜(외식 경영인) = 서울 연희동 브런치 매장 '쿳사 연희' 대표. 7.25평에서 시작해 연매출 7억원의 성공신화를 이뤘다. 최근엔 부진점포 매출 구조 개선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는 중.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