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숙성 거쳐 완성된 겨울의 진미, ‘과메기’의 숨은 건강 비밀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10 16:52:41

오메가-3와 필수 아미노산 풍부한 자연 발효식품
퓨린 다량 함유, 통풍 환자는 주의 필요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채연 기자] 찬바람이 바다를 스치기 시작하면, 바닷가는 과메기의 냄새로 물든다.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천천히 숙성된 과메기는 단순한 안주가 아니라, 바다와 계절이 함께 빚은 겨울의 음식이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만들어진 그 쫀득하고 고소한 맛에는 느린 시간의 과학이 숨어 있다.

과메기는 주로 꽁치나 청어를 이용해 만든다. 생선을 내장과 머리를 제거한 뒤 영하 5~6도의 찬 공기 속에서 3~15일간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며 발효·숙성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생선의 수분 함량은 약 35~40%로 줄어들고, 조직이 탄력을 띠며 특유의 고소함과 감칠맛이 깊어진다. 특히 과메기로 유명한 포항 구룡포 지역은 북서풍과 해풍이 교차해 과메기를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과메기의 진가는 숙성 과정에서 완성된다.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아미노산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단맛과 감칠맛이 조화를 이룬다. 발효 중에 생성되는 필수 아미노산인 리신·트레오닌·알기닌·메치오닌은 성장기 영양 보충과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한 핵산 성분이 증가해 체내 세포 재생을 돕고, 풍부한 DHA·EPA 등의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액순환 개선과 두뇌 기능 향상,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영양적으로도 과메기는 뛰어나다. 100g당 약 7.9g의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자연 상태의 꽁치보다 30% 이상 많은 수치다. 이 지방산은 체내 염증을 줄이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해, 동맥경화나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또 숙성과정에서 비타민A·E·D 등 지용성 비타민이 증가해 면역력 강화, 피부 노화 방지, 뼈 건강 유지에도 기여한다.

한의학에서도 과메기의 주재료인 꽁치는 ‘기운을 돋우고 피로를 풀어주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일교차로 허약해지기 쉬운 몸의 균형을 잡아주며,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과메기에 곁들이는 다시마나 미역, 김 등 해조류는 알긴산이 풍부해 체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마늘과 함께 먹으면 비린내를 줄이는 동시에 비타민B 흡수를 도와 피로 회복 효과를 높인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음식은 아니다. 과메기에는 퓨린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통풍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퓨린이 체내에서 요산으로 분해되며 관절 통증과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이 산화되기 쉬워 보관 상태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신선한 과메기는 껍질이 은빛을 띠고, 살색이 짙은 갈색이며,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느껴진다. 구입 후에는 가급적 당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고, 남은 것은 밀봉해 냉동 보관해야 한다.

최근에는 현대식 유통 시스템 덕분에 포항을 찾지 않아도 전국 어디서나 과메기를 맛볼 수 있다. 전통시장뿐 아니라 백화점과 온라인몰에서도 신선한 상태로 구매할 수 있으며, 김과 배추, 쪽파, 마늘, 초고추장 등을 곁들인 과메기 한 상은 겨울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별미가 되었다.

해풍에 말린 생선 한 점 속에는 바다의 기억과 겨울의 시간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숙성된 과메기는 느림의 미학이자 자연이 선물한 단백질의 결정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몸을 데우는 것은 뜨거운 국물만이 아니다. 한 점의 과메기가 전하는 고소한 바다의 향, 그것이 겨울의 진짜 따뜻함일지도 모른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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