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20조원 돌파, K-푸드 브랜드 자산이 되다
정서윤 기자
cnc02@hnf.or.kr | 2026-05-13 20:49:33
[Cook&Chef = 정서윤 기자] 농심 신라면이 국내 라면 최초로 누적 매출 20조 원을 돌파했다. 1986년 출시 이후 40년 동안 쌓아온 기록이다. 한 제품의 매출 성과로도 의미가 크지만, 이 숫자가 말하는 바는 그보다 넓다. 신라면의 20조 원은 한국식 매운맛이, 국내 소비자의 일상에서 해외 시장의 구매와 K-푸드 소비 경험으로 확장된 기록인 것이다.
신라면은 출시 첫해 30억 원의 매출로 출발해 2015년 누적 매출 10조 원을 넘어섰고, 2025년 기준 누적 매출 20조 원에 도달했다. 40년간 누적 판매량은 약 425억 개에 이른다. 1991년 국내 라면 시장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35년간 1위를 지켜온 점도, 신라면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선택된 생활 브랜드였음을 보여준다.
신라면의 성과가 더 크게 읽히는 이유는 해외 매출 비중에 있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누적 매출 20조 원 중 약 40%가 해외 시장에서 나왔다. 국내 대표 라면으로 출발한 제품이 해외 소비자의 장바구니와 식탁 안에서도 실제 매출을 만들어온 셈이다. 지난해 기준 북미, 중국, 일본은 신라면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며 글로벌 성장의 주요 축으로 자리했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 생산기지를 비롯해 일본, 유럽, 호주, 베트남, 러시아 등으로 글로벌 거점을 넓혀왔다. 이 과정에서 신라면은 수출용 라면에 머무르지 않고, 현지 생산과 판매망을 갖춘 글로벌 K-라면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 매출 40%라는 수치는, 신라면이 국내에서 검증된 매운맛을 넘어 세계 시장 안에서도 지속적으로 선택받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팔리는 라면에서 경험되는 K-푸드로
신라면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나라에 제품을 진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해외 매출이 전체 누적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계에 이른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신라면을 세계 소비자가 어떤 장면으로 기억하게 만들 것인가다. 농심이 글로벌 랜드마크 광고와 체험형 매장, K-컬처 협업을 함께 전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은 신라면을 세계 소비자의 시야 안에 올려놓는 무대다. 또한 페루, 일본, 베트남, 미국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신라면 분식’은 한국식 라면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다. 광고가 브랜드를 보게 만들어준다면, 체험 매장은 신라면을 하나의 식문화로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K-팝 걸그룹 에스파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콘텐츠 협업을 이어가는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신라면은 오래된 국민 라면이라는 이미지에만 기대지 않는다. 젊은 소비자들이 접하는 음악, 영상, 팬덤 문화 안에서 다시 발견되며, 한국 매운맛을 K-컬처와 함께 소비되는 브랜드 경험으로 넓히고 있다.
제품 개발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신라면 툼바와 신라면 골드는 농심이 소비자의 실제 취향을 다시 제품으로 받아들인 사례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변주해 먹던 조합은 글로벌 제품이 됐고, 해외에서 검증된 맛은 국내 시장에 다시 맞춰 출시됐다. 40년 된 브랜드가 여전히 힘을 갖는 이유는 과거의 성공을 반복하는 데 있지 않다. 소비자가 이미 즐기고 있는 방식을 읽고, 그것을 다시 신라면의 새 제품으로 바꾸는 데 있다.
오는 18일 한국과 일본에 우선 출시되는 ‘신라면 로제’도 이 방향 위에 놓인 제품이다. 신라면의 매운맛에 고추장의 감칠맛, 토마토와 크림을 더한 K-로제 콘셉트는, 감칠맛을 더욱 잘 살리기 위해 면 표면에 홈을 내고, 전자레인지 조리 방식을 적용해 소스와 면의 어울림 함께 고려했다. 농심은 6월 봉지면 출시를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생산과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라면의 20조 원은 지난 40년의 성과이자 다음 시장을 향한 출발점이다. 국내에서 오래 검증된 매운맛, 해외 시장에서 반복 구매된 브랜드 힘, K-컬처와 결합한 경험, 소비자 취향을 제품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지금의 신라면을 만들었다. 40주년 기념작 신라면 로제는 그 기록 위에서 신라면이 다시 한 번 세계 시장과 다음 세대 소비자를 향해 내놓는 새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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