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누룩'과 '입국'의 구분이 필요하다.

신현우 기자

cnc02@hnf.or.kr | 2026-08-10 15:03:59

같은 쌀, 다른 발효…본질이 흐려지는 혼란 우려 좌 : 쌀을 빻아 뭉쳐 만든 전통방식의 누룩 이화국, 우 : 쌀을 쪄서 국균을 뿌려 만든 입국 / 사진 = 신현우 기자

[Cook&Chef = 신현우 기자] '입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조한 상품을  '쌀누룩'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러 채널에서  입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조한 뒤 '쌀누룩'으로 소개한다. 이는 쌀로 만든 발효제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양조학적으로는 물론 우리 술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혼란을 가져온다. 언어적으로는 틀리지 않을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서로 다른 발효제를 같은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누룩과 입국은 전혀 다른 발효제

밀과 녹두, 물을 섞어 밟아 성형해 둔 곡물 덩어리, 발효의 시간을 지나 누룩이 된다. / 사진 = 신현우 기자

우리나라의 전통 누룩은 밀이나 보리, 쌀, 녹두 등 다양한 곡물을 이용해 만든다. 곡물을 빻거나 반죽해 덩어리를 만든 뒤 자연 속의 미생물이 스스로 번식하도록 하는 자연발효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는 국균(Aspergillus)뿐 아니라 효모, 젖산균, Rhizopus, Mucor 등 수많은 미생물이 함께 살아간다. 이러한 복합 미생물들이 당화와 발효를 동시에 진행하며 우리 술 특유의 깊고 복합적인 향과 맛을 만들어낸다.

쪄낸 쌀에 국균을 뿌리는 장면, 국균 가루와 쌀을 섞은 뒤 발효하면 입국이 완성된다. / 사진 = 신현우 기자

반면 입국(粒麴)은 찐 쌀에 Aspergillus oryzae와 같은 특정 국균만을 인위적으로 접종해 배양한 발효제다. 원하는 균만을 선택적으로 증식시키기 때문에 효소력이 일정하고 품질 관리가 쉽다. 현재 막걸리와 약주, 일본 청주 제조에서 널리 활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두 발효제는 모두 술을 빚는 데 사용되지만, 제조 방식과 발효 과정이 다르다.

우리 전통에도 '쌀누룩'은 존재했다

입국을 쌀누룩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종종 "우리도 예전부터 쌀누룩을 만들어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실제로 우리 전통에는 쌀을 원료로 만든 누룩이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화국(梨花麴)이다.

발효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이화국 / 사진 = 신현우 기자

이화국은 배꽃이 피는 음력 3월 무렵 만들어 사용했다고 하여 붙은 이름으로,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주찬방』 등 여러 고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대표적인 전통 누룩이다. 멥쌀을 원료로 만들어 이화주를 비롯한 다양한 약주를 빚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화국 역시 쌀누룩이라는 점이다.

쌀을 사용했을 뿐, 자연 속 다양한 미생물이 함께 증식하는 복합 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오늘날 순수배양 국균을 접종해 만드는 입국과는 제조 철학 자체가 다르다.

다시 말해 전통 쌀누룩인 이화국과 현대의 입국은 같은 쌀을 사용한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만드는 과정은 전혀 다르다.

'쌀누룩'...언어적으로 가능하다

그렇다면 입국을 '쌀누룩'이라고 부르는 것은 틀린 표현일까.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룩'이라는 용어는 사용하는 분야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민족대백과에서는 누룩을 곡물에 곰팡이를 번식시켜 술을 빚는 데 사용하는 발효제로 폭넓게 설명한다. 이런 의미라면 쌀에 국균을 배양한 입국을 '쌀누룩'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언어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전통에도 이화국과 같이 쌀을 원료로 만든 전통 누룩이 존재하기 때문에, 입국까지 모두 '쌀누룩'이라고 부르면 두 발효제를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결국 '쌀누룩'이라는 표현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 누룩과 현대의 입국을 구분하고 우리 양조문화의 역사와 기술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입국' 또는 '쌀입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누룩은 우리 발효문화의 역사다

누룩은 단순히 술을 빚는 재료가 아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발효 문화이며, 지역마다 서로 다른 누룩이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술 문화가 발전해 왔다. 향온곡, 이화국 등 수많은 전통 누룩은 그 자체로 우리 양조 문화의 역사이자 자산이다.

반면 입국은 일본에서 순수배양 국균 기술이 발전하면서 체계화된 제조법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국내에도 도입되었고, 오늘날에는 효율성과 안정성 덕분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입국이 우수한 발효제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우수하다는 것과 전통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서로 다른 역사 속에서 발전한 기술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우리 전통 누룩이 지닌 독창성과 역사성은 점차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용어를 바로 세우는 것이 전통을 지키는 첫걸음

입국과 누룩은 어느 것이 더 우수한 발효제를 나누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두 발효제는 각자의 목적과 장점을 가진 서로 다른 기술이다.

따라서 현대 양조에서 입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전통 누룩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충분히 함께 갈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용어부터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입국을 계속 '쌀누룩'이라고 부르게 되면 전통 누룩과 입국의 경계는 점차 흐려지고, 우리 고유의 누룩 문화 역시 단순히 '발효제' 정도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입국은 입국으로, 누룩은 누룩으로 정확하게 구분해 부른다면 각각의 역사와 기술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는 특정 기술을 배척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발효 문화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일이다.

전통은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무엇이 우리 고유의 문화이고, 무엇이 이후에 도입된 기술인지를 정확히 구분할 때 비로소 전통은 올바르게 계승되고 발전할 수 있다.

정확한 용어의 사용은 명칭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우리 누룩의 역사와 가치를 온전히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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