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9) 삼각지 골목 오마카세

김대식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9-03 15:35:16

‘작은수산시장’ ... 7만원에 맡기는 오늘의 바다 맛

삼각지는 오래전부터 대구탕 골목으로 유명한 곳이다. 봉산집과 평양집을 지나 노포 골목을 한참 걷다 보면 익숙한 풍경이 이어진다.  그런데 그 골목 어디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하나 숨어 있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소문 듣고 어렵게 예약한 첫 인연

[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삼각지는 오래전부터 대구탕 골목으로 유명한 곳이다. 봉산집과 평양집을 지나 노포 골목을 한참 걷다 보면 익숙한 풍경이 이어진다. 

그런데 그 골목 어디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하나 숨어 있다.

“거기에 정말 식당이 있어요?”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용산 삼각지의 어딘가에 숨은 맛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 한두 사람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같은 이야기를 했다.

“한번 가보세요. 그런데 예약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궁금증은 점점 커졌다. 어렵게 예약에 성공, 첫 방문을 했다. 

7만원에 맡기는 오늘의 바다

삼각지 대구탕 골목을 따라 원대구탕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작은수산시장’이라고 쓴 작은 문구 하나가 있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삼각지 대구탕 골목을 따라 원대구탕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작은수산시장’이라고 쓴 작은 문구 하나가 있다.

간판 하나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골목 안쪽. 밖에서 보면 횟집인지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소박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은 공간 안쪽으로 몇 개의 별관 공간이 이어지고, 아담하지만 정갈한 나무와 목재 인테리어가 손님을 맞는다.

이름 그대로다. 화려한 일식집이나 일반적인 횟집과는 조금 다르다. 그날그날 새벽 경매를 통해 들여온 수산물 가운데 가장 좋은 것들을 골라 사장님이 알아서 차려낸다. 

그래서 메뉴판보다 중요한 것이 그날의 바다다.

가격은 단순하다. 1인 7만 원. 그리고 예약제로 운영한다.

“오늘은 뭐가 나옵니까?”

이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다. 조금 있으면 작은 수산시장의 풍경이 시작된다.

오늘의 최고 맛 ... 하나둘 한상 가득

 전복은 회와 찜으로 나눠 식감을 달리한 점인데, 이곳 사장님은 태안에서 해녀들의 일을 도우며 전복을 가까이 접했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조리법을 익힌 전복 전문가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첫 상부터 이 집의 개성이 드러난다. 익숙한 해산물이지만 먹어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문어는 부드럽게 삶아냈고, 병어회는 쌈장과 어우러져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살아난다.

민어전과 갑오징어에서는 담백함과 녹진한 단맛이 느껴진다. 여기에 우니(성게알)와 캐비어(상어알)까지 더해지니 한 접시 안에서 바다의 풍미가 겹쳐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전복이다. 회와 찜으로 나눠 식감을 달리한 점인데, 이곳 사장님은 태안에서 해녀들의 일을 도우며 전복을 가까이 접했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조리법을 익힌 전복 전문가다. 전복회와 내장을 활용한 요리에서 그 내공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은 것은 새끼오징어 숙회. 작지만 부드럽고 탱글한 식감에 해산물 특유의 단맛이 또렷했다.

마지막은 라면이다. 전복과 해산물로 맛을 낸 국물에 고노와다(해삼내장)까지 더해 바다 맛의 절정으로 이끌어간다. 

“여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네요.”

웃으며 건넨 말에 사장님도 웃는다.

해천탕 개발자 ... 아들에게 주방 전수중

사장님은 음식 장사만 해온 사람이 아니다. 산악인으로도 활동했고, 산을 통해 맺은 인연도 많다. 엄홍길 대장과도 인연이 깊어 함께 이곳을 찾기도 한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사실 사장님 이야기를 빼고 이 집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30여 년 전 생닭과 전복을 이용한 ‘해천탕’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진 사장님은 음식 장사만 해온 사람이 아니다.

산악인으로도 활동했고, 산을 통해 맺은 인연도 많다. 엄홍길 대장과도 인연이 깊어 함께 이곳을 찾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 또 하나 반가운 장면을 만났다. 아들이 아버지를 도와 주방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을 말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주방에서 움직이며 하나씩 익혀가는 모습이었다. 

음식점에서 가장 귀한 것은 결국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다음 계절이 기다려지는 이유

숨겨져 있어서 더 궁금했고,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의 입소문 때문에 다시 찾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음식보다 사람 때문에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됐다.

‘작은수산시장’이라는 이름처럼 작고 소박한 공간. 하지만 그 안에는 바다를 고르는 사람의 눈과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손,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지는 시간이 담겨 있다.

“아드님이 이제 고생 좀 하시겠네요.”

“그래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그 말이 오래 남는다. 좋은 수산물을 찾아 새벽을 달리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묵묵히 주방을 누비는 아들.

삼각지 골목 안 작은 수산시장의 다음 계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맛은 결국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시간이 다음 사람에게 이어질 때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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