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테이블] <미스리틀선샤인> 세상의 기준보단 행복의 순간
조소현 기자
cnc02@hnf.or.kr | 2026-09-03 15:27:21
미인대회 출전한 아이의 평범한 욕구
[Cook&Chef = 조소현 기자] 영화 <미스리틀선샤인>은 온 가족이 막내딸 올리브(아비게일 브레스린 역)의 꿈인 어린이 미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가족 로드 무비이다.
연인에게 차여 삶을 포기하려다 실패(?)하고 가족의 집으로 온 프랭크 삼촌(스티브 카렐 역)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 식탁 위에는 시판 치킨과 샐러드, 시리얼이 올라온다. 가족들이 모여 먹는 한 끼 식사라고 하기엔 메뉴의 조합부터 부실하고, 정성스럽게 차려낸 식탁과도 거리가 멀다. 서로 성격도, 생각도 다른 가족들과 닮은 어딘가 엉성한 모습이다.
서로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오가던 식사시간. 올리브가 어린이 미인대회 ‘리틀 미스 선샤인’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대회에 꼭 나가고 싶어하는 올리브를 위해 온 가족들이 낡고 덜컹거리는 노란색 폭스바겐 밴에 몸을 싣고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긴 여행길에서 가족들은 ‘다이너(Diner)’에 들른다.
다이너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이다. 햄버거와 샌드위치, 수프, 팬케이크와 와플, 달걀과 베이컨, 감자튀김처럼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땅덩이가 큰 미국의 국도와 도로 주변에서 여행 중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휴게소나 기사 식당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1872년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야간 노동자를 대상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팔던 ‘말앤마차(Night Lunch Wagon)’를 다이너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도시의 영업 규제가 강화되어 마차를 한곳에 오래 세워두기 어려워졌고, 대신 전차나 기차의 식당차(Dining Car)를 개조해 공터에 고정해 두고 영업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오늘날의 다이너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전형적인 스타일이 있다. 195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연상시키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주크박스, 빨간 인조가죽을 씌운 좌석과 높은 바 의자, 흑백 체크무늬 타일 바닥으로 꾸며진 복고풍 인테리어는 오랜 시간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미국 대중문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다이너는 약 150년의 역사 동안 미국의 경제 성장, 이민 역사,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함께 발전하며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서민적인 대중 식당인 것이다.
가족들은 각자 원하는 메뉴들을 웨이트리스에게 말하고, 올리브는 와플과 ‘알 라 모드(à la mode)’를 주문한다.
사진= Dwight Burdette - CC BY-SA 3.0, commons.wikimedia
알 라 모드는 프랑스어로 '최신 유행의'라는 뜻으로, 특정 음식의 이름이라기보다 따뜻한 디저트 위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내는 디저트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애플파이나 브라우니, 와플 등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는 형태가 흔하다. 따뜻한 음식과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한 접시에서 만나면서 달콤하고 묵직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올리브가 알라 모드를 주문하자 아버지 리처드(그레그 키니어 역)가 딴지를 건다. 아이스크림에는 지방이 들어 있어 살이 찐다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미인대회 참가자들은 아이스크림처럼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올리브는 그저 달콤한 와플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뿐이었지만, 아버지는 7살짜리 딸에게 "승자가 되려면 욕망을 통제하고 완벽한 신체를 가져야 한다"는 ‘성공’과 ‘아름다움’의 기준을 주입한다.
이 장면에서 다이너라는 공간은 미국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강박적인 가치관을 폭로하는 장으로 쓰인다. 미인 대회라는 시스템은 미국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정형화된 미적 기준과 날씬함에 대한 집착을 상징한다. 심지어 어린아이마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성적 대상화의 잣대로 평가하고, 경쟁을 부추긴다. 평범한 아이의 순수한 식욕마저 ‘욕구 조절에 실패한 패배자’로 몰아가는 비정한 자본주의를 보여준다.
올리브가 아이스크림 먹기를 망설이자 할아버지 에드윈(앨런 아키 역)과 오빠 드웨인(폴 다노 역)은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버리려는 시늉을 한다. 그제야 올리브는 숟가락을 든다.
가족들은 저마다 다른 문제와 상처를 안고 있지만, 함께하는 동안 서로의 부족함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보듬는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삶을 놓아버리려 했던 삼촌, 마약에 의존하는 할아버지, 말문을 닫아버린 오빠, 그리고 미인 대회의 기준에 맞지 않는 어린 올리브까지. 사회가 정산 성공의 기준으로 보면 <미스 리틀 선샤인>의 가족들은 모두 낡은 벤처럼 삐걱거리는 ‘패배자’들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어 조금 통통해지더라도 먹고 싶다면 마음껏 먹게 하고,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시동이 걸리지 않는 벤을 밀어주듯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서로의 편에 서는 사람. <미스 리틀 선샤인>은 그런 가족의 모습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세상의 기준에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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