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40% 떼가는 플랫폼에 5200만 국민이 속고 있다"… 윤홍근 회장, 배달앱 향해 '선전포고'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2-11 14:39:38

"규제는 산더미, 인건비는 2배… 외식업주 죽으란 소리냐" 정부·플랫폼 향한 고강도 비판 쏟아내 사진 = 이경엽 기자

[Cook&Chef = 이경엽 기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지금 외식업주들이 딱 그 '곰' 꼴입니다. 우리가 피땀 흘려 음식 만들면, 돈은 배달 플랫폼이라는 '도둑놈'들이 다 가져가고 있습니다!"

10일 오후,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제16회 외식산업인의 날' 기념식. 단상에 오른 윤홍근 한국외식산업협회 상임회장(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격앙되어 있었다. 통상적인 행사 기념사라면 덕담과 격려가 주를 이뤘겠지만, 이날 윤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의 '선전포고'에 가까웠다. 그는 작심한 듯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약탈적 구조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배달 수수료 30~40%… 국민 기만하는 플랫폼의 실체"

윤 회장의 발언 중 가장 큰 호응과 박수를 받은 대목은 단연 배달 플랫폼 비판이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외식업계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플랫폼 종속만 심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윤 회장은 "지금 플랫폼들은 라이더 비용을 포함해 음식값의 30%에서 40%까지 떼어간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이러한 도둑놈들을 갖다가 우리 5200만 고객을 속여가면서 본인들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수수료가 얼마 되지 않는다라고 얘기를 하면서 5200만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일하고 우리가 만들어서 우리 이름으로 고객한테 제공하는 음식들인데, 거기에 따른 정보를 배달 프로그램에서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횡포와 착취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단순한 수수료 문제를 넘어, 외식업의 주도권이 완전히 플랫폼으로 넘어간 현실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사진 = 이경엽 기자

"관세·인건비 폭등했는데 가격 통제만… 눈에 보이는 건 규제뿐"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았다. 윤 회장은 글로벌 정세 변화를 언급하며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고 무작정 관세를 마대로 올리고, 또 거기에 맞서서 시진핑 주석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삼각편대로 러시아의 푸틴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까 세계적인 국제 정세가 과거처럼 서로를 도와가면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보호무역주의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회장은 "관세 때문에 원자재 값이 20%, 30%, 50%까지 늘어났으며, 2017년 대비 인건비는 이미 2배가 올랐다"고 비용 구조의 붕괴를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윤 회장은 "비용이 2배 오르면 음식값도 2배가 올라가야 되는데, 못 올리게 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들어서고, 노동청이 들어서고, 시청이 들어서고, 구청이 들어서고, 경찰서가 들어서고, 공정위가 들어서고, 식약처가 들어서서 규제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게 하나도 소상공인들을 살려낼 수 있는 대안은 나오지 않고 매일매일 쏟아지는 것이 우리를 옥죄는 규제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외식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착하고 순진하다. 가서 데모를 한다든가 대응을 한다든가 이런 부분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민노총 같은 데는 가서 억지를 쓰니까 다 들어주고, 우리 외식 산업인들은 착한 마음으로 좋은 마음으로 고객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야 되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당해가고 있다"고 반문했다.

정부 "지원 늘리겠다"지만… 현장 체감도는 '글쎄'

이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정경석 식품산업정책관은 축사를 통해 달래기에 나섰다. 정 정책관은 "외식산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이자 K-컬처의 완성"이라며 ▲수입 가공식품 원재료 할당관세 확대 ▲국산 식재료 공동구매 지원 ▲공공배달앱 활성화 및 소비 쿠폰 지원 ▲외식 나침반 서비스 제공 등의 지원책을 나열했다. 그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안다. 다음 주 포럼과 연초 간담회를 통해 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날 만찬 자리에서 만난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할당관세니 공동구매니 해도, 당장 내 가게 월세 내고 직원 월급 주기도 벅찬 게 현실"이라며 "정부 대책이 피부에 와닿기까지는 너무 멀고, 그전에 망하는 가게가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회장은 기념사 말미에 "K-팝, K-무비가 아무리 잘나가도, 케이푸드가 자리를 잡고 한국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있어야 케이컬처라고 마지막에 외칠 수 있다"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우리 외식인들이 똘똘 뭉쳐 협회를 중심으로 강한 목소리를 내야만 이 파도를 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아진 외식업 현장은 이제 자체적인 생태계 조절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조리 주체가 고객과 직접 연결되지 못하고 중개자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는, 외식업의 핵심 가치인 '관계·맛·문화의 전달'을 약화시킨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구조적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K-푸드 생태계는 플랫폼 종속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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