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을 향한 낡은 편견, 반듯한 운영으로 새로운 이미지 만들어가고파”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6-05-04 16:30:49

김상훈 셰프가 밝힌 한국 술의 조건과 소규모 식당 운영의 희로애락 김상훈 셰프  사진 = 이경엽 기자

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열린 한식진흥원의 ‘한식콘서트’ 현장에서 ‘독도 16도’의 김상훈 셰프는 강연 도중 청중에게 두 잔의 전통주를 건넸다. 전라남도 장성의 해월도가에서 연꽃으로 빚은 '장성만리'과 전라북도 순창 지란지교 양조장에서 무화과 잎을 감싼 누룩으로 빚은 '지란지교'이었다.

김 셰프는 “무화과가 직접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잎을 감싼 누룩 덕분에 은은하고 향긋한 풍미가 느껴질 것”이라며 “한국 술의 특징은 ‘감미롭다’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데, 이러한 단맛과 산미의 조화를 해산물과 함께 즐기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술과 요리, 그리고 식당 운영에 대한 그의 진솔한 철학이 이어졌다.

우리 술을 고르는 기준: 쌀, 누룩, 물 그리고 ‘일관성’

무수히 많은 전통주 중 손님상에 올릴 술을 고르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김 셰프는 가장 기본이 되는 ‘쌀, 누룩, 물’의 조화를 첫손에 꼽았다. 감미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본 재료로 맛을 내야 하며, 특히 양조장만의 ‘자가 누룩’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맛을 중요한 포인트로 짚었다.

상업적인 식당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양조장마다 술맛은 좋지만, 이를 매번 일정하게 유지하는 곳은 드물다”며 “맛을 균일하게 낼 수 있는 양조장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산물을 주력으로 하는 매장 특성상, 단맛보다는 마리아주를 고려해 산미가 있는 술 위주로 리스트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사진 = 이경엽 기자

식당 운영의 본질은 ‘조화로움’… 현장에서 쌓은 치열한 경험

식당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묻자 그는 ‘조화로움’을 꼽았다. 값비싼 재료가 아니더라도 올바른 식재료를 선별하고, 이를 정중하게 내어놓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분위기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그는 “맛있는 음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손님이 기분 좋게 나가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서비스 철학을 내비쳤다.

이러한 내공은 치열했던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고등학교 시절 횟집과 정육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선과 고기 손질을 익혔고, 군 복무 시절에는 해병대 사령관 공관 조리병으로 복무하며 처음 된장찌개를 끓여보기도 했다. 전역 후에도 군 휴양 시설(덕산스 호텔) 조리장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조리 관련 자격증만 12개를 보유할 정도로 기본기에도 충실했다.

소규모 식당의 딜레마와 ‘요리 예술 회사’라는 꿈

소규모 식당 운영에 대해 김 셰프는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손님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는 것이 장점이지만, 반대로 그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을 혼자 져야 하고 체력적인 한계가 오는 것은 단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갑작스러운 누수나 정전, 식재료 발주 사고 등 절망적인 순간도 적지 않지만, 이를 버티게 하는 힘은 ‘손님에 대한 애정’이다. 셰프의 애정이 결국 더 좋은 재료를 찾고 요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상훈 셰프의 눈은 미래를 향해 있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외식업을 지칭하는 단어들에 담긴 낡고 먼지 쌓인 편견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매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반듯하게 음식을 내는 기본을 지키며 외식업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요리 예술 회사’를 설립해 한국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산업을 선도하고 싶다”며, 단순한 식당을 넘어 지역 특색을 살린 숙박 문화인 ‘파인 스테이(Fine Stay)’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한국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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