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은 ‘국제 위스키 데이’, 전설적인 작가 기리며 드는 한 잔

조서율 기자

cnc02@hnf.or.kr | 2026-03-26 23:59:29

‘위스키 대부’의 생일…파킨슨병 인식 개선 위한 위스키 애호가들의 연대 전설적인 주류 평론가, ‘마이클 제임스 잭슨(Michael James Jackson)’. 사진=Brewbound

[Cook&Chef = 조서율 기자] 매년 3월 27일은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이 잔을 높이 들어 올리는 ‘국제 위스키 데이(International Whisk(e)y Day)’다. 2008년 처음 선언되어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한 이 날은 단순한 술 축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위스키를 기호식품을 넘어 문화와 예술의 반열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평론가, ‘마이클 제임스 잭슨(Michael James Jackson)’을 기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은 현대 위스키 평론의 기틀을 마련한 거장으로, 저서《몰트 위스키 컴패니언(Malt Whisky Companion)》을 통해 위스키를 학문적·문화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비평의 새 지평을 열었다. 특히 그가 고안한 100점 만점의 평점 체계에서 ‘75점 이상’을 받은 제품만을 구매 권장 리스트로 분류한 기준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바이블’로 통한다.

마이클 잭슨의 파킨슨병을 사진=마이클잭슨재단(MJF)

그는 ‘크래프트 맥주 운동의 시발점’이자 인류애를 실천한 인본주의적 지식인이었다. 18개 언어로 번역되어 300만 부 이상 팔린 그의 저작들은 전 세계 주류 시장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초석이 되었으며, 생전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등 깊은 인본주의적 가치를 몸소 보여주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팬들이 그를 ‘전설’로 추대하며 이 날을 기리는 이유다.

2007년 세상을 떠난 잭슨을 추모하고자 동료 작가들이 뜻을 모아 그의 생일인 3월 27일을 ‘국제 위스키 데이’로 공식 지정했다. 이 기념일은 잭슨이 생전 투병했던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연구 자금을 마련하는 자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위스키의 가치를 대중화시킨 그의 철학을 계승하며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는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이 날의 가치는 더욱 깊다.

공식 명칭에 포함된 소괄호 ‘(e)’에는 전 세계 위스키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포용의 정신이 담겨 있다. 스코틀랜드와 일본식 표기인 ‘Whisky’와 아일랜드, 미국식 표기인 ‘Whiskey’를 모두 아우르기 위함이다. 특정 국가의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위스키 팬이 하나로 화합하자는 취지를 명칭에 직접 새겨 넣었다.

흔히 5월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월드 위스키 데이(World Whisky Day)’와 혼동하기 쉬우나, 국제 위스키 데이는 4년이나 앞서 시작된 ‘오리지널’ 기념일임을 자부한다. 상업적인 이벤트보다는 거장 마이클 잭슨의 유산을 기리고 위스키 본연의 철학에 집중한다.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날이 더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국제 위스키 데이를 즐기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평소 즐기던 ‘인생 위스키’를 다시 꺼내 보거나, 새로운 풍미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위스키와 음식의 페어링은 미식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아이리시 위스키의 부드러운 카라멜 노트는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함과 조화를 이루고, 피트 향이 강한 스카치 위스키는 훈제 육류와 만났을 때 그 개성이 더욱 선명해진다.

니트(Neat)로 마시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칵테일로 축배를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위스키 본연의 맛을 살린 ‘올드 패션드’나 상큼한 ‘위스키 사워’, 혹은 따뜻한 ‘아이리시 커피’는 위스키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게 해준다. 이 기회에 위스키의 기원과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거나 전문 서적을 읽으며 지적인 갈증을 채워보는 것도 이 날을 의미 있게 보내는 법이다.

‘국제 위스키 데이'를 맞아 마이클 잭슨이 호평한 위스키 중 세가지를 추천한다.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  ‘레드브레스트 12년’,  ‘라가불린 16년’.  사진=맥캘란, 레드브레스트, 라가불린 공식 홈페이지

내일(27일) 한 잔의 위스키, 어떤 선택이 좋을까?

국제 위스키 데이를 맞아, 국내 미식 소비자들이 이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즐기기 좋은 위스키 세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마이클 잭슨이 생전 가장 높게 평가하며 비평의 기준점으로 삼았던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를 추천한다. 그는 이 제품에 91점이라는 고득점을 부여하며 "싱글 몰트의 롤스로이스"라 극찬했다. 현재 국내 대형 마트 기준 11~14만 원대에 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명칭 속 ‘(e)’를 기념하기에 최적인 아이리시 위스키 ‘레드브레스트 12년’도 빼놓을 수 없다. 잭슨이 "아이리시 위스키의 정점"이라 부르며 사라져 가던 전통 공법의 가치를 복원시킨 주인공이다. 구운 견과류의 고소함과 크리미한 질감이 일품이며, 8~10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문자부터 숙련된 애호가까지 두루 만족시킨다.

마지막으로 잭슨이 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며 "모든 위스키 중 가장 완벽한 밸런스", "아일라 위스키의 결정체"라고 극찬했던 ‘라가불린 16년’은 피트(Peat) 향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축배가 된다. 최근 국내 미식가들 사이에서 열풍인 강렬한 스모키함과 바다의 짠맛, 그 뒤에 숨겨진 깊은 단맛은 전설적인 평론가를 추모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모델이다. 가격은 14~18만 원대로 다소 높지만 그만큼의 압도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위스키 한 잔에는 마스터 디스틸러의 장인 정신은 물론, 위스키 애호가들의 기다림이 빚어낸 시간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쉽게 넘볼 수 없는 고가의 고숙성 위스키도 훌륭하지만, 일상의 온기가 담긴 위스키 한 잔 역시 그 속에 깃든 낭만을 음미하며 곁에 있는 사람들과 현재를 축하하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취하기 위한 과한 음주보다는, 마이클 잭슨이 생전 투병했던 파킨슨병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가 남긴 위스키 철학과 건강한 음주 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위스키의 격과 가치를 높인 전설적인 인물을 기리며, 오늘 밤 장식장 한켠에 둔 위스키 한 잔을 고요히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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