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화의 ‘사계절 키위’] (2) 달아서, 다래?

오현화 요리연구가

cnc02@hnf.or.kr | 2026-10-13 15:23:49

요즘이 한창 수확철 …신선한 맛이 최고
‘월드 키위’와 겉은 달라도 속은 닮은꼴
다래  사진 = 오현화 요리연구가

[Cook&Chef = 오현화 요리연구가] 천고마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는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오히려 유독 헬쓱해진 사람들이 많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의외로 돌아오는 대답이 비슷하다. 다이어트 주사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들으면 “돈 주고 살쪄서 또 돈 주고 살을 빼느냐”고 한마디 하실 법하지만, 나는 과하지만 않다면 이런 변화에 그리 부정적인 편은 아니다. 아직 직접 해볼 용기는 없어 관망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것 역시 기술의 발전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일 것이다.

사실, 나는 살에 대해 할 말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고등학교 때 갑자기 살이 붙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내 다리를 본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부잣집 나무기둥 같다."

문제는 그 나무기둥이 내 다리였다는 것이다

다행히 ‘부잣집 나무기둥’은 대학에 들어가자 별다른 노력 없이 사라졌다. 그 뒤로도 살은 붙었다 빠졌다를 반복했고, 그래서인지 ‘무엇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식의 이야기는 그다지 믿지 않는다.

마운자로에 키위가 대적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한 끼를 먹을 때 조금 가볍고, 조금 건강한 쪽을 고르는 일은 할 수 있다. 키위는 그런 의미에서 다이어트 식단에 꽤 잘 어울리는 과일이다. 과일 특유의 단맛은 있으면서도 칼로리가 낮아 비교적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식이섬유와 비타민 C를 함께 챙길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다래가 떠올랐다. 키위는 어느 계절에나 만날 수 있지만 다래는 그렇지 않다. 딱 지금,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맛봐야 하는 과일이다. 조금만 늦으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다래는 대체로 9~10월에 수확 한다.

가을이 워낙 짧아서인지 시장에서는 좀체 눈에 띄지 않아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성한 것과 쪼글쪼글한 것이 뒤섞여 있었다. 처음에는 반품을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쪼글쪼글한 것 하나를 집어 먹어보니 생각보다 달콤해서 반품 생각은 금세 접었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다래  사진 = 오현화 요리연구가

다래는 작은 열매이고 껍질도 얇다. 그래서 상처가 나기 쉽다. 다만 무른 것과 상한 것은 다르다.

주름이 잡히고 말랑해진 다래는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오히려 후숙되면서 단맛이 더 올라온다. 하지만 껍질이 터져 즙이 흐르거나 시큼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보인다면 그건 버리는 편이 낫다. 그때는 아까워할 일이 아니다.

갠시리 냉장고에서 키위 한 알을 꺼내 다래 옆에 놓아보았다.

대추알 만한 다래 옆에 키위를 놓으니 어른과 아이처럼 보인다. 겉은 영 딴판이다. 다래는 껍질이 얇고 매끈한데 그린키위는 갈색 털이 보숭보숭하다.

그런데 반을 갈라놓으면 둘은 형제가 된다.

속은 둘 다 초록빛이고 한가운데에는 하얀 심이 있다. 그 주위를 작은 검은 씨들이 빙 두른모양까지 영락없이 닮았다.

다래와 키위  사진 = 오현화 요리연구가

실제로 다래와 키위는 모두 다래나무과 다래속에 속하는 가까운 친척이다. 다래라는 이름도 맛이 달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산에서 오래 자라온 토종 과일인 만큼 이름에도 오랜 시간이 배어 있다.

하나는 우리 산에서 자라던 모습에 가까운 채 남아 있고, 또 하나는 개량과 재배를 거쳐 이제 세계 어느 마트에 가도 만날 수 있는 과일이 되었다.

다래와 키위 모두 비타민 C와 식이섬유를 비롯한 여러 영양 성분을 가진 과일이다.
그런데 과일을 요리에 쓸 때 재미있게 보는 이유는 영양만은 아니다. 신맛이 있는 과일은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덜어주고, 소스나 드레싱에서는 다른 재료의 맛을 선명하게 잡아준다. 

그래서 구입한 다래 한 상자를 둘로 나누었다. 모양이 성하고 탱탱한 것은 요리에 쓰고, 이미 푹 익은 것은 그대로 먹고 남은 것은 설탕에 재웠다.

열었을 때는 잘못 샀다고 생각한 상자였다.

반듯하고 예쁜것이 늘 더 맛있는 것은 아니다.

금방 무르고, 빨리 먹어야 하고, 조금만 늦으면 모양까지 변해버리는 과일도 있다. 그런 불편함 때문에 시장에서는 점점 보기 어려워지지만, 그 불편함 자체가 식재료의 성격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짧은 가을이 지나기 전에, 다래의 맛을 한 번 만나보는 건 어떨까.

다래 살사  사진 = 오현화 요리연구가

RECIPE 

다래 살사 

새콤달콤한 다래에 방울토마토와 적양파를 더해 만든 산뜻한 다래 살사. 그대로 곁들여 먹어도 좋고,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에 올리면 가볍게 즐기기 좋은 브루스케타가 된다.


재료
다래 15개

방울토마토 10개

적양파 30g

발사믹 식초 1ts

레몬즙 1Tbs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1Tbs

소금 약간

고수 약간

#마늘 바게트

바게트 적당량

올리브오일 적당량

다진 마늘 적당량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다래와 방울토마토는 굵직하게 썬다. 적양파는 잘게 다진다.

2. 볼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 레몬즙, 소금을 넣고 잘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3. 준비한 다래와 방울토마토, 적양파를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 고수는 취향에 따라 넣는다.

4. 잠시 두어 재료에 드레싱이 배게 한다. 이때 생긴 물기는 살짝 빼고 준비한다.

5. 바게트는 약 1cm 두께로 썬다.

6. 올리브오일에 다진 마늘과 소금을 넣어 섞은 뒤 바게트 앞뒤에 가볍게 바른다.

7. 팬에 바게트를 올려 양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8. 구운 바게트 위에 준비한 다래 살사를 넉넉하게 올려 완성한다.


팁
다래는 너무 잘게 다지지 않는다. 0.5~1cm 크기로 굵직하게 썰어야 씹는 맛이 살아난다. 

다래와 토마토는 버무려두면 수분이 생긴다. 미리 만들어두었다면 냉장 보관하고, 빵에 올리기 직전에 물기를 가볍게 따라낸다. 그래야 바게트가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다. 

다래 살사는 구운 고기나 생선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다래를 구하기 어렵다면 그린키위로 대체하여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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