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초대] (5) 정운천의 식탁 혁명, "흙이 생명이다"

이경엽 기자

cnc02@hnf.or.kr | 2026-08-28 15:05:57

임신 부부 34% 유산 시대 … 서구식 식단이 부른 비극
사재 털어 '무상 난임 치유 캠프' 연 정운천 활농 이사장
지난해인 2025년 8월, 충남 논산 원불교 삼동원에서 열린 '자연 치유를 통한 건강한 아이 가지기' 캠프 현장. 정운천 이사장은 20여 명의 참가자 부부 앞에서 우리 몸과 밥상의 숨겨진 진실을 전했다.  사진 = 이경엽 기자

[Cook&Chef = 이경엽 기자] 대한민국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먼저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 1971년 한 해 102만 명이 넘게 태어나던 출생아 수는 최근 23만 명 수준으로 무려 78% 가까이 폭락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젊은 부부의 약 20~30%가 난임 고통에 직면하여 사실상 인위적인 시험관 시술 외에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까스로 성공한 임신조차 온전히 지켜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태어난 아기는 11만 5,559명인 반면, 유산이나 사산으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태아가 무려 3만 9,416명에 달했다. 임신을 겪은 부부 중 34.1%의 고귀한 생명이 뱃속에서 스러진 셈이다.

이 참담한 인구 위기 앞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내려놓고 사재를 털어 근본적인 생명 복원 운동에 나선 인물이 있다.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자 재단법인 활농의 이사장인 정운천이다. 평생을 농부이자 먹거리 운동가로 살아온 그는 오늘날의 난임 대란을 향해 “인간의 탐욕이 만든 환경 오염과 식생활의 변화가 불러온 생태계의 경고이자 재앙”이라며 날카로운 진단을 내린다.

지난해인 2025년 8월, 충남 논산 원불교 삼동원에서 열린 '자연 치유를 통한 건강한 아이 가지기' 캠프 현장. 정운천 이사장은 20여 명의 참가자 부부 앞에서 우리 몸과 밥상의 숨겨진 진실을 전했다.

탐욕이 부른 생태계의 경고

이날 강연의 문을 열며 정 이사장은 장관 재임 시절 겪었던 사상 초유의 '광우병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광우병이 왜 발생했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짚었다.

“광우병은 신선한 풀을 뜯어야 할 초식동물 소에게, 더 빨리 키워 비싸게 팔겠다는 인간의 탐욕이 동물성 사료(육골분)를 강제로 먹여 생긴 인재(人災)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로 소의 뇌가 스펀지처럼 뚫리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죠. 오늘날의 난임과 유산 대란 역시 이 사태와 본질적으로 궤를 같이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태어난 아기는 11만 5,559명인 반면, 유산이나 사산으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태아가 무려 3만 9,416명에 달했다. 임신을 겪은 부부 중 34.1%의 고귀한 생명이 뱃속에서 스러진 셈이다.  사진 = 이경엽 기자

정 이사장은 현대의 무분별한 공장식 축산업과 가공식품 유통 구조를 매섭게 성토했다. 자연 상태에서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닭의 성장을, 현대 축산업은 단 28일 만에 끝낸다. 비좁은 철창 속에 밀집시켜 고칼로리 사료와 항생제를 쏟아부어 몸집을 불리는 것이다.

“젊은 예비 부모들이 이러한 화학 약물과 수입 밀가루,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로 범벅이 된 음식을 매일 먹고 있습니다. 유해 물질이 체내 호르몬을 교란해 어린아이들에게는 성조숙증을, 가임기 여성들에게는 조기 난소노화를 유발하고 남성의 정자를 감소시키는 것입니다.”

대장암 1위 국가의 난임 경고

정 이사장은 전통 한식이 생식 건강에 유익한 이유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냈다.

“한민족은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자란 채식과 전통 발효식품 중심의 식생활을 이어왔습니다. 우리의 장내 생태계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식물성 음식을 천천히 분해하도록 최적화되어 진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급격한 서구화로 육류와 인스턴트 소비가 전례 없이 늘어났다. 소화 흡수 과정이 다른 고단백질과 가공 지질이 장 속에 머무르며 부패하고, 장내 유해균을 폭발적으로 증식시켜 독소를 뿜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전 세계 대장암 발병률 1위라는 서글픈 통계를 제시하며, 장내가 독소와 염증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는 아이가 착상할 자궁 환경 역시 건강할 리 만무하다고 역설했다. 체내 염증을 가라앉히지 않고 시술대에만 눕는 것은 사상누각이라는 뜻이다.

사람 농사를 잊은 현대인들 참다래(키위) 국산화에 성공하고 바이오 고구마 유통 혁명을 일군 그가 흙과 소통하며 얻은 최고의 깨달음은 명확하다. '토양을 제대로 가꾸지 않으면 아무리 값비싼 우량 씨앗을 심어도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섭리다.

“농촌에서는 벼농사를 지을 때도 온 힘을 쏟아 비옥한 '못자리'를 만듭니다. 튼실한 볍씨를 가려내어 소독하고 옮겨 심을 때까지 온갖 정성을 들이죠. 쌀 한 톨을 수확하는 데도 이토록 지극정성인데, 정작 고귀한 새 생명을 얻는 '사람 농사'를 지으면서 현대인들은 몸의 밭을 일구는 일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가공식품의 독소로 자궁과 신체 세포가 차갑게 굳어버린 '자갈밭' 상태인데, 억지로 시험관 바늘로 배아를 심는다고 성공하겠습니까?”

그는 출산이 단순히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기계적 사건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밥상을 가꾸고 신체를 정화하는 숭고한 '문화적·윤리적 실천'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박지현 씨는 "정운천 이사장님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며 하시는 일들이 무척 의미 있게 느껴졌고, 그런 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 이경엽 기자

10억 임상이 입증한 한식의 기적

그는 말뿐인 전통 예찬에 머무르지 않고, 한식의 생명력을 주류 과학계에서 규명하도록 이끈 선구자다. 2008년 장관 취임 직후 10억 원의 예산을 배정, 전북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에 인체 적용 시험을 의뢰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청년 피험자들에게 전통 한식(된장, 고추장, 김치 등)을 섭취하게 한 지 단 8주 만에 남성의 정자 운동성이 67%까지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서양식 섭취 그룹(37%)을 압도했다.

장관 시절 소금의 식품 분류 전환과 원산지 표시제 도입 역시 국민 밥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이었다. “당시 천 원도 대접받지 못하던 우리 천일염을 대통령과 담판 지어 '식품'으로 승격시켰고, 발효 한식의 기틀을 완성했습니다.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한 것 역시 국민의 세포를 이루는 식탁을 정직하게 지켜내기 위한 목숨 건 투쟁이었습니다.”

정 이사장은 "정치와 명예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어떠한 사리사욕도 없다"고 말한다. 오직 인구 소멸의 비극을 막고 난임 부부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기 위해, 재단을 통해 1인당 90만 원 상당의 캠프 비용 전액을 무상 지원하고 있다.

강연에 참석한 박지현 씨는 "정운천 이사장님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며 하시는 일들이 무척 의미 있게 느껴졌고, 그런 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