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만든 식탁의 혁명, 데이터로 본 K-푸드의 성장 공식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11 23:23:27
문화가 경제로 이어진 실질적 사례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채연 기자] 음악이 식탁으로 번졌다. BTS의 무대가 끝난 뒤, 미국의 어느 거리에서는 ‘Korean BBQ’ 간판이 불을 밝힌다. 이제 한류는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음식 산업의 성장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 가천대학교 박은혜 교수, 미국 휴스턴대 이민우 교수, 인하대 김성범 교수 공동연구팀은 최근 “한류 인기가 높은 지역일수록 한식당의 수와 소비자 관심이 함께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약 20년간, 미국 최대 리뷰 플랫폼 ‘Yelp’의 한식당 리뷰 123만 건과 구글 트렌드의 한류 관련 146개 키워드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2015년을 기점으로 한식당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을 확인했다. 바로 BTS가 미국 ‘빌보드 200’ 차트에 처음 진입하고,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음악과 드라마의 인기가 소비로 전이되며, K-푸드의 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한류의 물결, 대도시에서 일상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식당은 뉴욕·캘리포니아·하와이 등 일부 대도시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리노이·플로리다·텍사스 등 내륙과 남부 지역으로 확산됐다. 박은혜 교수는 “한류가 특정 인종의 유행을 넘어 미국 전역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식당을 찾는 이유도 달라졌다. 단순히 ‘이국적인 음식’이 아닌, 새롭고 건강한 미식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Yelp 리뷰를 분석한 결과, “매운맛”, “단맛”, “깔끔한 서비스”,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 등 감각적·경험적 표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식이 미국인들에게 ‘한 번쯤 맛보는 음식’에서 ‘반복적으로 찾는 라이프스타일 메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K-푸드, 문화에서 산업으로
한류의 확산은 외식업을 넘어 식품 수출과 관광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음식 관련 소비액은 2019년 3조 5,000억 원에서 2024년 5조 원을 돌파했다. 드라마 속 음식을 직접 체험하거나, 한식 쿠킹클래스와 맛집 투어에 참여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한식 체험’은 이제 한국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식품 기업들의 성과도 눈에 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BTS 월드투어와 연계된 광고 이후 미국 내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 역시 K-콘텐츠와 협업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였다.
이제 K-푸드는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니라, 글로벌 문화 산업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두고 “문화가 산업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음악·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가, 이제는 식탁 위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미국 내 한식당의 절반 이상이 개인 창업 형태로 운영되면서 품질·위생·표준화 문제가 여전히 지적된다. 또 현지화가 지나쳐 정통성이 흐려지는 점도 우려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식이 멕시칸, 일식 등과 섞인 퓨전 형태로 재탄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는 한 가지 방향을 가리킨다. 한류가 만든 문화의 물결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 그 리듬은 한국의 식탁에서 세계인의 식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음악이 세상을 흔들었다면, 한식은 그 세상을 맛으로 설득하고 있다. K-푸드의 시대가, 이미 식탁 위에 차려지고 있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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