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와인소풍 / 첫 나들이, 와인 입문자에게 어울리는 와인은?

이철형

winepicnic4u@gmail.com | 2024-05-22 13:07:37

- 와인소풍 컬럼 'All That Wine & Spirits Mariage' 그 첫 번째 이야기
▲ photo / pixabay
[Cook&Chef=이철형 칼럼니스트] 와인이 8000년간 인류 역사와 함께 했으니 여기에 담긴 이야기가 워낙 다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색깔과 주제의 와인칼럼들이 수많이 등장한다. 필자도 이미 여러곳에 나름대로 칼럼들을 연재하고 있기에 새삼 새로운 곳에 칼럼을 쓰기로 한다는 것은 몹시 부담스럽다. 하지만 쿡앤 세프 뉴스는 요리와 음료, 그리고 관련 이벤트에 대해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온라인 음식과 요리 전문 매체인지라 와인에 대한 칼럼을 쓰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매체인 반면 미식의 고수들이 많이 볼 것이기에 아주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이 코너에서는 그냥 소풍가는 설레임으로 마리아주 즉 궁합이라는 시각에서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 보기로 마음먹고 기고하기로 했다.


마리아주나 궁합이라고 하면 통상 요리 혹은 음식과 와인의 조화만을 떠올리지만 이 칼럼에서는 이런 것뿐만 아니라 와인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모든 상황이나 환경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해서 다룰까 한다. 떼루아(Terroir)가 프랑스어로는 단순히 토양, 흙을 의미하지만 와인과 관련해서는 와인을 만드는 모든 자연 환경을 의미하듯이. 그리고 와인은 넓은 의미로는 포도뿐만이 아니라 곡류나 과일을 발효시켜서 만든 알코올 음료를 의미하니 우리의 전통주까지도 포함시키고 이런 와인을 증류하여 만든 증류주까지도 포함하여 다루어 볼까 한다. 이는 우리도 이제는 세상의 모든 술을 접하고 평가할 정도의 경제력에 도달했다는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류 문화의 또 다른 한 축으로서 한국 음식과 전통주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하다. 문화 확산의 마지막 장르는 결국 음식과 술이기에. . 

그런데 이런 작업은 워낙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일인지라 정답은 없으니 좌충우돌식이 될 것임을 미리 밝힌다. 가장 맛있고 어울리는 상황과 환경을 독자들과 함께 찾아보고 단순히 글로써 만이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실제로 다양한 오프라인 환경에서 함께 평가도 해보고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면서 이 코너를 만들고 그 자체를 독자들과 함께 틀리면 틀린 대로 맞으면 맞는 대로 즐겼으면 한다. 직접 체험하지 않는 와인과 미식의 세계는 상상할 수 없으므로. .


자, 그럼 오늘은 와인 소풍 첫 나들이로 와인 입문자들에게 어울리는 와인 이야기부터 가볍게 시작해보자.
이 주제는 ‘콜롬부스의 달걀 세우기’처럼 아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쉬운 이야기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답답하고 누구에게 자신이 모른다는 것이 문화 후발자처럼 여겨질까봐 티내기 싫어서라도 혼자 끙끙 앓는 고민거리이기도 하니까. . 그리고 와인시장에 늘 입문자는 있기 마련이기도 하니까.^^ 

오늘의 와인 소풍 이야기! 와인 입문자에게 어울리는 와인은?
주변을 돌아보면 아직도 와인을 마셔보지 않았거나 마시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국내 와인문화 태동기에 해당하는 2000년대 초반에는 40대 중반 이상의 남자가 주요 시장을 형성했는데 20여년이 경과한 지금은 통계 데이터는 없으나 20대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성들의 비중도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나이대의 남성들도 관심이 많을 것이고. 바늘 가는데 실이 따라 가지 않을 수 없는 격이니. ^^

와인문화 소비층의 연령대가 자연스럽게 폭이 넓어지면서 젊은 층으로 이동했다는 의미인데 이는 부모 세대가 마셔서 자식들에게 문화가 전달되었기도 하고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져서 부모는 마시지 않아도 자신들의 세대에서 마시기 시작한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류 박람회 참가 고객들 중에 이 연령대가 거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박람회에서는 이들이 심지어 캐리어까지 갖고 와서 와인을 구매하는 현장을 심심찮게 목격하기도 한다.

이들 중에는 상당한 와인 지식을 이미 갖고 있어서 전시 부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시음 와인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은 여전히 달콤한 와인을 찾는다. 이런 현상은 전통주 부스에서도 일어나고 있고 전통주 부스에서는 다양한 과일향이나 허브향이 들어간 것들을 일단 시음해보고 그 자리에서 구매를 하기도 한다.막걸리 한 병의 가격대가 최소 10,000~15,000원 이상인데도. 대중 막걸리의 편의점 가격의 10배가 넘는데도 흔쾌히 지갑을 연다는 이야기다. 아직 40~60%의 2차 팔로워들이 들어와야 하는 와인 문화 확산기에 있는 와인 시장에서 입문자 내지는 초보자들에게 궁합이 맞는 와인으로 무엇이 있을까?

와인 초보자(이하 입문자라고 한다.)라고 하면서 와인 매장에서 판매자에게 물어보면 100%로 달콤한 맛의 세칭 ‘달달이 와인’부터 권한다. 단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와인은 단맛뿐 아니라 신맛까지 있어 맛있는 과일이 산미와 당도의 비율이 맞았을 때 느끼는 그런 느낌을 준다. 여기에 단향 속에 꽃과 과일향, 허브향 등등까지 숨어 있으니 이런 수수께끼 같은 호기심 천국을 싫어한다면 이상하다.

단맛나는 와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우선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서 달콤한 와인은 모스카토(Moscato) 혹은 뮈스까(Muscat)라고 불리우는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 시작하라고 권한다. 가격도 다른 단맛을 주는 아이스 와인이나 귀부 와인들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입문자들에게는 제격이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졌고 와인 초보자들이 좋아해서 와인 문화 확산에 도움을 주었던 것은 모스카토 다스티라고 하여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아스티라는 지역에서 모스카토로 만든 와인이다. 처음에는 빌라엠 모스카토라는 브랜드로 들여왔다가 빌라엠으로 브래드명을 변경한 빌라엠이 그 효시다. 1990년대 중후반쯤에 첫 수입했다가 판매되지 않아 수입 중단했다가 1990년대 말에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던 와인이다.


와인 문화 확산을 위해 초심자용으로 들여왔으나 수입을 중단했던 이유는 두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와인 문화가 일반화되지 않아 특수층만이 와인을 즐기던 시기였기에 그들에게 세칭 달달이 와인은 의미가 없었고 둘째는 이 와인이 이탈리아 와인이었기에 프랑스 와인이 우선시되던 당시 상황에서는 시장이 있을 리가 없었기 떄문이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와인문화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2000년 직전에 다시 수입해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2000년부터 와인문화가 서서히 퍼져 나가면서 입문자들의 입맛에 맞아서 베스트 셀러에 등극해서 아직까지도 스테디 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와인이다. 이 와인 다음으로 초기 와인문화 확산에 기여했던 달달이 와인은 미국의 식용 포도인 콩코드라는 품종으로 만든 콩코드라는 브랜드의 달콤한 와인으로 가격도 저렴해서 언론에 와인이라는 단어가 자주 오르내리자 와인을 접해보겠다고 온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브랜드다. 그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와인문화가 본격 확산되면서 보다 저렴한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들이 쏟아져 들어와 지금도 달콤한 모스카토류의 와인들이 매대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와인 입문자를 위한 와인으로 추천할 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이 역시 권했을 경우 거의 100% 성공율을 자랑하는 와인이다. 바로 샴페인을 포함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 중에 스위트한 것도 있기는 하나 이 경우에는 오히려 단맛은 거의 없고 주로 신맛이 많은 브뤼(Brut)스타일이 오히려 입문자들 조차도 좋아한다.

스파클링 와인은 달지 않아도 그것이 주는 고급스럽다는 이미지와 신맛의 경쾌함과 상큼함이 와인 입문자들에게도 거부감이 없게 만든다. 단맛 못지않게 신맛도 아주 얼굴을 찡그리거나 몸서리칠만한 신맛만 아니라면 대부분이 좋아한다. 우리가 누구인가? 바로 김치의 민족아닌가? 입안에서 톡톡 터지면 혀와 입천장을 간지르는 거품이 주는 묘미까지 더하니 어찌 스파클링 와인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신비함에 빠져들게 되는데.

샴페인은 가격이 비싸지만 비싼 샴페인의 대안으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으로 스페인의 까바(Cava)나 이탈리아의 프로세코(Prosecco)와인도 좋고 요즈음은 약발포성인 펫낫(Pet nat)도 인기가 있다. 병 내압이 2.5기압 이하인 약발포성 와인인 펫낫을 제외하고 다른 와인들은 2.5기압 이상으로 5~6기압이라서 거품이 더 많이 강하게 올라온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달콤한 모스카토 와인들도 약발포성이기도 해서 달콤한데 거품까지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건강에 좋다고 레드 와인부터 마셔서 신맛에다가 그 떫고 텁텁한 맛 때문에 거부감이 생겼다면 다시 달콤한 모스카토 와인이나 새콤 상큼한 스파클링 와인부터 시작해보시라. 마침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니 이들 와인은 청명한 한낮에 마셔도 부담이 없어서 좋으니 더욱 좋다. 남들이 다 마셔보는 것은 재미없을 것 같아서 모스카토 계열 중에서도 원조 품종으로 루마니아에서 만든 와인과 스페인에서 만든 세미 스위트 와인을 소개하며 오늘의 와인소풍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브리스테나(Bristena)
* 특징 : 오딧세이에 등장하고 드라큘라의 나라인 루마니아에서 생산된 모스카토 원조 품종의 와인!
* 품종- 타마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 (모스카토 원조품종으로 루마니아에서 그리 부른다.)
* 생산국 – 루마니아 > 데알루 마레
* 알코올 도수 – 12%
* 맛과 향 : 자스민, 엘더 플라워, 배, 복숭아향과 라임 등의 시트러스 과일향이 풍부하고 감미와 산미가 잘 어우러져서 부드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미디엄 스위트의 부드러운 맛과 산도과 향의 밸런스가 일품이고 오래 입가에 머문다. 수령 60년 이상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하여 만든다.
* 서빙온도 : 일반 스위트나 화이트 보다 약간 높은 10~12℃
* 어울리는 음식 : 닭고기 요리, 해산물, 신 과일을 베이스로한 디저트류와 가벼운 치즈와 어울린다.
* 가격대 : 소비자가 5만원대 안팎

아로쎄로 (Arrocero)
* 특징 : 독특한 블렌딩으로 작은 배를 타고 나만의 지중해 여행을 연상케 하는 화이트 와인!
* 품종 : 뮈스캇(Muscat) 40%, 소비뇽 블랑 40% 마카베오(Macabeo) 20%
* 생산국 – 스페인 > 발렌시아 > 알리칸테 (Alicante) DO
* 알코올 도수 – 11%
* 맛과 향 : 열대 과일향과 복숭아 등의 핵과일 향과 각종 꽃향이 잘 어우러지는 화려한 향이 일품이고 신선한 산도가 있어 신선 상큼하기까지 하다. 산도와 감미의 균형이 일품이다.
* 서빙온도 : 6~8℃
* 어울리는 음식 : 해산물, 연성 치즈,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
* 가격대 : 소비자가 4만원대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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