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지만 제대로! 저도수 와인의 재발견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 2026-08-04 15:03:50
숙취 걱정 없이 풍미와 분위기 즐기기
(사진=Unsplash)
[Cook&Chef = 송미연 기자] 맑은 소리를 내며 글라스잔에 와인이 채워진다.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켜니 상큼한 청사과 향과 함께 기분 좋은 산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 노릇한 치즈나 매콤달콤한 떡볶이 한 점을 곁들이니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가 싹 달아난다.
하루의 마무리를 위해 잔을 기울이는 순간. 다음 날 아침 묵직한 숙취 걱정 없이 온전히 나만의 저녁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요즘 저도수 와인이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왜 갑자기 도수 낮은 와인을 찾을까?
저도수 와인이 떠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기분 좋은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특히 2030 세대에게 와인은 더 이상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즐기는, 하나의 문화에 가깝다.
와인전문점 ‘포레스트54’의 이영임 소믈리에 역시 와인 입문자와 2030 세대 사이에서 저도수 와인이 확연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와인 마니아가 주로 찾는 매장 특성상 전체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맛있게 즐기면서도 다음 날의 부담을 줄이고 싶어 하는 이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다.
소믈리에의 코멘트┃ “저도수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은 부담 없이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와인은 취하기보다 좋은 음식과 대화를 함께 즐기는 술이죠. 저도수 와인은 그런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상큼한 풍미와 가벼운 바디감으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포르투갈 비뉴 베르데 2종. (사진=포레스트54)
도수가 낮으면 맛도 밋밋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와인의 풍미는 단순히 알코올 도수가 아니라 품종과 산도, 당도, 향의 섬세한 균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서부터를 '저도수'라고 부를까? 글로벌 와인 전문 매체 와인 폴리(Wine Folly) 기준에 따르면 와인은 10% 미만을 '저도수', 15% 이상을 '고도수'로 구분하며, 가장 표준적인 중도수 구간은 11.5~13.5%에 해당한다. 보통 저도수 와인은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 자연적인 방식 (Natural Style): 포도의 당도가 높지 않은 서늘한 지역의 포도나, 발효 전 당분이 적은 상태의 포도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낮은 알코올 도수를 완성한다.
• 알코올 제거 방식 (De-alcoholized Style): 발효가 끝난 와인에서 진공 증류나 멤브레인 필터 기술 등을 이용해 알코올만 추출해 내는 방식이다. 와인 고유의 향과 풍미는 가능한 한 살리면서 알코올 부담만 깔끔하게 줄여낸다.
이렇게 완성된 저도수 와인은 높은 산도와 산뜻한 풍미 덕분에 음식과 잘 어우러진다. 샐러드나 해산물에는 비뉴 베르데 같은 가벼운 와인이 어울리고, 떡볶이나 배달 음식처럼 매콤하고 기름진 한식에는 약간의 단맛과 산도를 지닌 리슬링이 제격이다. 매운맛은 부드럽게 감싸고 느끼함은 깔끔하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소믈리에의 코멘트┃ “저도수 와인이 처음이라면 포르투갈의 ‘비뉴 베르데(Vinho Verde)’를 추천합니다. 알코올 도수는 9~10% 정도로 낮고, 상큼한 시트러스 풍미와 미세한 탄산감이 살아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기기 좋습니다.”
실패 없이 고르는 저도수 와인 선택법
바틀샵에서 저도수 와인을 똑똑하게 고르고 싶다면 ABV(알코올 도수)와 당도를 함께 체크하는 것이 좋다. 도수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달콤한 와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 알코올 도수(ABV) 확인: 라벨의 ‘ABV’ 수치가 5.5%~10% 사이인지 먼저 살핀다.
• 당도 표기 체크: 드라이와 스위트 중 본인이 원하는 당도 스타일인지 확인한다.
상큼하고 깔끔한 드라이함을 원한다면 포르투갈의 비뉴 베르데(Vinho Verde)를 추천한다. 반면 화려한 과향과 산뜻한 단맛을 선호한다면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다스티나 독일의 리슬링 카비넷을 고르면 실패가 없다.
소믈리에의 코멘트┃ “비싼 와인이나 도수가 높은 와인이 꼭 좋은 와인은 아닙니다. 나의 취향과 오늘의 분위기,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입니다.”
지친 하루의 끝, 무거운 알코올 대신 저도수 와인의 산뜻한 과일 향으로 잔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내일의 나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는, 딱 기분 좋은 밤이 시작될 테니까.
• 취재협조: 포레스트54 이영임 소믈리에
Cook&Chef /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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