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보존?’ 얼리면 맛과 영양 모두 사라지는 음식들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10 11:25:40

“얼리면 안전하다?” 그 착각이 만든 식탁의 함정
맛과 영양을 함께 잃는 냉동의 역설, 식품별 과학적 경고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채연 기자] 냉동실은 언제부턴가 ‘모든 음식을 구해주는 구세주’처럼 여겨져 왔다. 먹다 남은 반찬, 다 쓰지 못한 채소, 심지어 유제품까지 일단 얼려두면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이 습관이 오히려 식품의 맛과 영양을 해치고, 심한 경우 세균 증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냉동실을 “식품을 지키는 공간이 아니라, 관리의 원리를 이해해야만 안전한 보관이 가능한 장치”라고 말한다.

냉동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세포벽의 파괴’다. 대부분의 식품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하면 세포벽이 터진다. 다시 해동될 때 이 틈으로 수분이 흘러나와 식감은 흐물흐물해지고, 영양분은 손실된다. 특히 상추나 오이, 샐러리 같은 수분 많은 채소가 냉동에 취약하다. 생채로 냉동했다가 해동하면 한때의 아삭함은 사라지고, 축 늘어진 질감만 남는다. 절임이나 조리용이라면 몰라도, 신선한 샐러드 재료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냉동의 함정, 차갑게 망가지는 음식들

유제품도 마찬가지다. 휘핑크림이나 코티지치즈, 사워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생명인 식품은 냉동 후 유지방과 수분이 분리되며 ‘물 위에 기름이 뜬 듯한’ 상태로 변한다. 다시 섞어도 원래의 풍미가 돌아오지 않는다. 반대로 체다 같은 단단한 치즈는 얼렸다가 써도 비교적 안전하지만, 브리나 크림치즈는 푸석하고 거친 식감으로 변해 버린다. “유제품은 냉동보관보다 냉장 안에서 신선도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감자 역시 냉동실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식품이다. 생감자를 얼리면 전분이 변성되면서 회색빛으로 변하고, 조리한 감자도 다시 얼리면 조직이 부서져 ‘가루가 날리는’ 식감이 된다. 찐감자나 으깬감자를 냉동 보관한 뒤 해동해보면, 고소함은커녕 물컹한 이질감이 남는다.

커피를 얼리는 것도 생각보다 위험하다. 미개봉 원두를 한 달 정도 냉동하는 건 괜찮지만, 한 번 개봉한 뒤 재냉동을 하면 습기가 스며들어 향이 빠르게 손상된다. 이 습기는 냉동실의 냄새까지 흡수해 커피 본연의 향을 변질시킨다. 원두는 냉동보다 서늘하고 밀폐된 공간에 보관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냉동 보관의 가장 큰 오해는 ‘기름과 물을 섞은 유화식품’에서도 드러난다. 마요네즈나 샐러드드레싱을 냉동하면 기름과 물이 분리돼, 해동 후엔 기름기만 둥둥 뜨는 끈적한 액체로 변한다. 이런 소스를 넣은 샐러드나 샌드위치 역시 냉동 후에는 재앙에 가깝다. 또 달걀을 껍데기째 얼리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얼음 결정이 생기며 내부가 팽창해 껍질이 갈라지고, 미세한 균열로 세균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냉동은 ‘무조건 오래 보관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특정 식품의 구조를 이해한 뒤에만 가능한 선택’이다. 냉동 과정에서 단백질이 변성되거나 수분이 분리되면, 식품은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이미 본래의 맛을 잃은 상태가 된다.

습관처럼 냉동실에 음식을 보관하는 습관은 이제 내려두어야 한다. 음식에 맞는 보관법으로 보다 건강하고 맛있는 식탁을 꾸려보자.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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