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12) 혹시 ‘캔디’소녀와 만남?
김대식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10-08 15:01:57
여의도 직장인의 고담함을 달래주는 냉삼집
[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여의도 장미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장미의집. 이 집은 고기 맛만큼이나 출입문에 걸린 독특한 간판 글씨체로 기억되는 곳이다. 얼핏 보면 만화영화 ‘캔디’가 떠오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캔디 소녀가 환하게 웃으면 반겨줄 것 같은 분위기다. 주인도 당시 유행했던 캔디의 글씨체를 참고했다고 말한다.
‘캔디’가 처음 방영된 시기는 1977년부터 1980년까지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는 주제가와 함께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고, 1983년부터는 ‘들장미 소녀 캔디’라는 제목으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았다.
장미의집의 간판은 그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미의집이 문을 연 것은 1981년이다. 처음부터 냉삼집이었던 것은 아니다. 방배동에서 경양식집을 운영하다 여의도로 자리를 옮겨 지금의 식당을 시작했다.
1975년 국회의사당이 준공된 이후 여의도는 1980년대 들어 증권사 등 금융회사 오피스가 속속 들어서며 직장인들의 도시로 변해갔다.
하루종일 숫자와 서류에 시달린 사람들이 퇴근길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고기를 굽고 소주잔을 기울였다. 장미의집 역시 그렇게 여의도 직장인들의 고단함을 받아주는 회식 장소가 됐다.
“여기는 고기보다 고추장불고기가 진짜죠.”
메뉴를 놓고 보면 냉삼만 파는 집은 아니다. 얇게 썬 냉동삼겹살은 고기 자체의 품질이 뛰어나고, 불판 위에서 김치와 함께 구워 먹는 맛이 좋다.
김치는 반찬용과 구이용을 따로 내는데, “김치 먹으러 온다”는 단골이 있을 정도다. 물김치와 멸치국수도 고기 먹은 뒤 입맛을 정리해준다.
하지만 이 집의 숨은 주인공은 고추장불고기다. 국산 암퇘지를 사용하는 이유도 이 메뉴와 무관하지 않다. 목살만 쓰면 퍽퍽해질 수 있어 앞다리살을 섞고, 얇게 썰어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을 살렸다.
고추장 양념도 자극적이지 않다. 하루 한 봉지만 들어온다는 항정살 역시 꼬들한 식감으로 인기여서 일찍 떨어지는 날도 많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사장님 아들은 아버지보다 손님들에게 더 인기가 많았다. 반도체를 전공했다는 아들이 단골들에게 이것저것 더 챙겨주는 것이 아버지의 유일한 걱정이라며, 사장님이 흐뭇하게 넋두리를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손님들한테 너무 많이 퍼줘요.”
그 말 속에는 오래된 식당의 운영 방식과 단골에 대한 마음이 함께 들어 있다.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 새로운 단골이 늘고 있는 셈이다.
장미의집은 냉삼 한 접시를 파는 식당이면서 동시에 여의도가 지금의 도시가 되기 전부터 이어진 시간을 품은 공간이다.
캔디체로 불리는 간판 아래에서 40여 년 전 직장인들이 그랬듯, 오늘도 여의도의 직장인들은 불판 앞에 둘러앉아 고기를 굽는다.
하루의 애환을 소주잔에 털어놓고, 내일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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